체력은 곧 멘털이다.
정신력으로 몸을 지배한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육체적 체력이 뒷받침될 때 정신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주의다. 몸이 피곤하고 지친 상황에서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를 상상해보자. 과연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을까? 아이디어는 잘 떠오를까? 아마 본래의 일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문구는 제법 현실적인 조언인 듯하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미생-
나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10대 때는 체육시간을 제일 기다렸고(자습에 실망한 1인), 수학여행보다 체육대회가 더 기억에 남는다. 20대 때는 태권도부 동아리에 들어가 거의 매주 2번씩 땀 흘리며 태권도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운동을 하는 이유는, 그냥 내가 잘하고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운동을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일을 시작하고부터 운동의 목적이 조금 바뀌었다. 생존형 운동이랄까? 첫 직장이 역삼 근처였는데 집이 인천이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거의 4시간이었다. 워라밸 좋고 칼퇴하는 회사지만 출퇴근에 진을 빼고 나니 집에 가서 일상생활을 할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취업을 했으니 번 돈으로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하고, 취미생활도 꾸준히 해야지라는 직장인 1년 차의 다짐은 두 달도 안 돼 무너졌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헬스를 등록했다. 몸이 피곤했을 때 자는 건 일시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헬스장에 가서 30분이라도 움직이고 땀을 흘리고 난 뒤 그 쾌감은 아마 경험해보지 못하면 모를 기분인 것 같다. 그때부터였을까, 일을 잘하고, 잘 놀고, 취미 생활도 즐기려면 육체적 체력이 가장 뒷받침되어야 함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서른두 살이 된 지금도 다양한 이유로 운동을 한다. 1) 본업을 잘하기 위해 2) 이렇게 글쓰기와 같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퇴근 후에 꾸준히 하기 위해(체력이 떨어지는 날엔 퇴근 후 마냥 누워있고 싶다) 3)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다정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 위해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기른다. 마지막 목적은 이승희 마케터님의 칼럼을 보고 깨달은 것. 혼자 하는 일은 없고,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만큼 타인에게 까칠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육체와 정신이 우선적으로 건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