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미 : 미묘한 재미나 흥취
겨울 아침 요가는 다른 계절에 비해 배로 힘들다. 수련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수련을 하러까지의 과정이 매우 고되다. 아무리 그 전날 ‘내일은 꼭 잘 일어나자!’라고 다짐해도 햇빛 한 줌 안 들어오는 깜깜한 새벽에 눈을 뜨는 것부터가 도전이다.
정말 딱 1분만 마음먹고 ‘확’ 일어나서 요가원 갈 준비를 하면 잠이 깨는데, 그 1분이 정말 어렵다. 혼자 1분 단위로 알람을 맞춰놓고 생쇼를 하는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솔직히 작년 연말에는 출근 전 새벽 요가를 거의 나가지 못했다. 하늘은 어두컴컴하고, 온 동네는 조용하고, 온도는 영하로 떨어지고, 가끔 공기가 깨끗한 날에는 새벽 별도 보인다. 하지만 잠깐의 내적 갈등의 시간을 이겨내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은 괜히 스스로가 뿌듯해진다.
평범한 출근시간이었다면 거의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끼어 고정된 채로 타야 하는 지하철도 한적하다. 9호선 바닥이 이렇게 넓었나 싶다. 7시 반만 되어도 에스컬레이터 줄이 늘어져있는 여의도역도 이렇게나 한가할 수 있나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나 금융가가 많은 여의도라서 그런지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도 새삼 놀랍다. 괜히 새벽에 집을 나서며 뿌듯했던 나 자신이 다시 겸손해지게 된다.
날이 춥다 보니 요가원으로 오는 과정에서 잠은 확 달아난다. 그렇게 멀쩡해진 정신으로 요가 수련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일상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기 전, 고요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어디선가 연락 올 데도 없는 시간이기에, 외부의 어떤 목소리에도 간섭받지 않는 시간이다. 50분간의 수련이 끝나고 사바아사나 (마지막에 온몸을 이완하여 몸을 쉬게 해 주는 자세)를 할 때면 개운함과 뿌듯함이 몰려온다.
조금 괴로워야 얻는 게 생기는 것들이 있는데 겨울 아침 요가는 그중 하나인 것 같다. 괴로운 새벽 기상을 조금만 이겨내고 요가를 해내면, 내 하루를 잘 이끌어나갈 에너지를 얻어가는 기분이 든다. 봄여름 가을에는 느끼지 못할 겨울 요가의 맛이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