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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Jan 22. 2022

경험해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일상생활 기술들 (feat. 생활력)

최근 우리 집 벽의 상태다. 너무 귀신의 집 같아서 패브릭 포스터로 조금 가려두긴 했는데.. 아파트가 오래되다 보니 윗집 누수가 발생해 우리 집 벽이 흥건히 젖었다. 겨울철만 되면 크고 작은 동파나 배관 터짐이 자주 발생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대상이 우리 집일 거라곤 생각해보지 못했다. 우리 집이 아닐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감사하게도 윗세대 어르신들께서 본인의 집에 이상이 있음을 단번에 인정하고 바로 업체를 불러 문제점을 찾아주셨다. 비록 젖은 벽지를 1-2 말리고 나서야 재도배를   있지만 그래도 일단 더 이상 물이 새지 않는  자체만으로 다행이다.  급한 불을 끄고 나니, 몸소 하나 배워간다는 생각이 든다. 누수가 발생하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누굴 찾아가야 하고, 어떤 부분을 잡아내야 하는지 등등경험해보지 않았으면 평생   없을 영역이었을 것이다.


5년전쯤 어느 트위터(wjhyn님)에서 본 피드. 너무 공감가서 바로 캡쳐했었다.


 

몸소 경험해봐야 깨우칠  있는 일상생활 기술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요즘에서야 느낀다. 사실은 책상  공부보다, 크고 작은 일상 생활력들이  삶을 일궈나가는데  보탬이 된다는   서른이 넘은 이제야 깨달았을까.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고, 교과서에도 나와있지 않으며, 독립 전까지는 부모님께 의존했던 일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전월세 계약은 어떻게 하는지, 내가 사는 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집을 구할  살펴봐야   무엇인지, 효율적인 청소/빨래 방법은 무엇인지, 공과금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건강한 투자 방법은 무엇인지, 기본적인 , 반찬, 국은 어떻게 만드는지 등등.. 우리는 이걸 보통 생활력이라 부른다. 물론 그땐 알 필요 없는 필요상황이었겠지만 모두 언젠가는 살면서 한 번쯤 겪을 일들은 분명하다.


 

결혼 , 독립 전까지만 해도 나이와  생활력은 비례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위와 같은 일들이 필요 없었다기보단, 누군가(아마 90% 이상은 부모님)  다른 일이었던  같다. 일상생활 기술들을 습득해 나가는 ,  일상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가꿔 나간다는 것이고, 결국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라는  요즘에서야 느낀다. 이번 벽지 누수 사건처럼 직접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점은 조금 귀찮다. 하지만 생활력이 쌓여갈수록 같은 일을 마주했을    현명하게 대처하고 감정 소모를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책 <지근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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