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좀 살게요

by 이매송이

나는 지레 겁 먹고 물어 보지도 않다가 일을 망치는 경우가 잦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무언가 질문했을 때 좋은 대답을 얻은 경험이 너무 적었다. 스무 해를 그리 살았으니 불혹이 되면 무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

오늘도 k에게 묻고 싶었다. 혹시 내 미래가 네가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어서 실망했니? 아니 이 질문 자체에는 나에 대한 비하가 들어 있으므로 실패다. 그럼 다시, 내가 달려가는 길이 네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 라고 물었어야 했다. 그냥 얼버무리지 말아야 했는데 혼자서 판단하고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버려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의 일반 뱀띠 여자와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충분히 이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 어디 자존감 안 파나요. 100g 만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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