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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는 계절

by 이매송이

정말 오랜만에 따뜻한 캔커피를 사 먹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늘 추운 날씨에 공사를 하는 바람에 두 가게를 만드는 동안 언 손을 녹이려 자주 이용했던 음료다. 어느새 또 겨울이 왔다. 지아가 추천해 준 to zero라는 음악을 들으니 하필 그때 생각이 났고 편의점에 가서 조지아 카페라떼를 사왔다. 아무것도 없이 최소한의 돈으로 시작했던 공간, 기존의 가게를 철거하던 때가 떠오른다. 너무 추워서 춥다는 말 조차 꺼낼 수 없었지만 기대로 가득찼던 그 시절. 발에 못이 박혀도, 잔뜩 먼지를 마셔도, 옷에 페인트가 묻어도,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노동을 하여도 마냥 즐거웠다. 싸울 법한 몇 개월이었지만 우린 큰 소리 대신 웃으며 일을 해냈다.

겨울은 내게 무거운 계절이다. 흰 눈의 기쁨도 있지만 대체로 어둡고 외롭다. 왜냐하면 차가운 바람이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는 아무나가 될 수 있다. 옷깃만 스친 사람부터 내가 놓친 인연, 용서를 구하고 싶은 이, 보고 싶은 자. 내 속에 있지만 더이상 내 인생에 있지 아니한 존재들…….

하지만 새로운 그리고 소중한 사랑들은 또 새롭게 생겨난다. 난 그들을 잘 돌보지 못 해 늘 미안하지만, 날

위해 마음 써주는 이들을 위해 목 뒤에 눈을 달고 걷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나의 독은 비록 깨졌지만 쏟아지는 애정이 언제나 그 구멍을 이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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