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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이를 보았을 때

by 이매송이

늘 먼저 들어와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어쩔 때는

30분, 언제는 20분. 잔뜩 떠 버린 허연 피부에 빨간 립스틱을 하고서는 그 위에 더 곱게 단장을 하러 화장실에 들어가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런 뒤 냉기에 잔뜩 붉어진 손으로 선결제를 한다. 언제나 그랬다. 그가 칠 골프채와 신발도 미리 준비해 두고서는 종종 걸음으로 이곳 저곳을 헤맨다. 설렌 얼굴을 숨기려 하지만 그녀의 온몸이 사랑을 말하고 있다.

내가 본 남자는 그리 멋있지 않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도 다정하지 않다. 낮은 자존감을 숨기려 잔뜩 주름진 얼굴로 엄하게 말을 한다. 그때 나는 그녀를 본다. 수줍다. 마뜩잖다. 이해할 수 없는 난 고개를 저으려다 순간 깨닫는다. 아 이게 사랑이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용함에도, 하는 게 사랑이지. 사람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내가 잠시 잊고 있었구나. 사랑의 시도의 고결함을,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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