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낯을 가린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을 가린다.
사람을 먼저 싫어하고 집요하게 관망한다.
그리고 내 마음에 들어 오는 자들을 덥썩 껴안는다.
대부분 입맞춰 주지만 개중에 몇은 몸부림친다.
예전에는 박애주의자였다.
사람을 사랑해서 살고 싶었고, 사람을 사랑해서 죽고 싶었다.
이유 없이 떠나 간 이가 사실은 너무나 명백한 증거를 내밀고 탈출한 것임을 늦게 알았다.
염세주의자라는 말을 들었다.
20대 때는 누구에게도 불려지지 않았다.
나이가 든 걸까.
모두를 사랑하기 벅찬가.
나의 사랑은 이미 다 썩어버리고 욕망과 질투만 남았나.
40대가 되면 외로움의 악취가 날까.
50대가 되면 심장의 썩은내가 나겠지.
60대가 되면 시체 냄새로 남을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사람을 가린다.
아니 낯을 가린다.
아니 사람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