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쉬는 고도에서

멍 때리기

by 나몽

요즘 너무 자주 멍 때리는 거 아니야?

스스로에게 그렇게 묻곤 한다.

심지어 잘하기까지 한다.


예전에는 멍을 때리고 싶어도

이런저런 생각들에 의해

금세 산만해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에잇, 이럴 바엔

차라리 생산적인 일을 하자며

몸과 마음을 바쁘게 움직였다.


퇴사를 해서일까,

여행을 다녀와서일까,

아니면 마음이 편해져서일까,

요즘 나는 가만히,

아주 가만히

내 애착 소파에 기대어 앉아

멍 때리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멍 때리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풀어보면,

피로와 스트레스, 집중력 소모 이후

뇌의 회복 기능이 작동하는

Default Mode Network라고 불리는

내적 상태가 활성화되는 순간이라고 한다.


수년간 제대로 멍 때리지 못한

나의 뇌가 파업선언을 한 것일까.


멍을 때리다 보면,

다소 요란스러운 마음의 소음은

저 멀리 아래로 흩어지고,

나는 천천히 상공 위로 떠올라

몽실몽실한 구름 위에 앉는 느낌이 든다.


너무 기쁘지도, 신나지도,

슬프지도 그리고 우울하지도 않은,

그저 정신적 중립상태에 가까운 마음,

이 마음이 낯설지만 맘에 든다.

마치 마음이 아주 잘 맞는 친구가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느낌이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평안해도 되는 걸까? 싶은데,

왜 안돼?라는 생각에 다시 가만히 멍을 때린다.


서른 해 동안 달려오기만 했을까.

분명 쉬는 시간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마음이 쉬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요즘 내 삶의 여백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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