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을 좋아한다기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이 시를 읽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은
비에 젖지 않고도
비가 오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 자리가
더 마음에 드는 거지요
고백하자면 나는
창밖의 비보다는
창 안의 나를 더 좋아한다고 말해야 옳아요 *
그리운 것은 그대도 아니고 그때도 아니고 사실은 그때의 나, 이듯이 비를 좋아한다는 것은 비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좋아하는 것, 너를 좋아한다는 것은 너를 좋아하고 있는 나를 좋아하는 것. 그래서 페르난두 페소아, 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아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에 불과하죠. 그건 우리가 만든 개념이라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거예요.
사랑한다는 말에 속고 싶은 것도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리라. 사랑에는,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같은 질문이 있다. 그럴 수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므로. 지금까지의 말이 이해가 된다면 다음 시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너는 비가 좋다고 말했어, 하지만 우산을 폈지
너는 햇빛을 사랑한다고 말했어, 하지만 그늘을 찾았어
너는 바람을 사랑한다고 말했어. 하지만 창문을 닫았어
이게 내가 두려운 이유야
넌 나도 사랑한다고 했잖아
*심재휘, 비와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