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츠브로 Oct 03. 2023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 


이 시를 쓴 사람은 원태연이라는 분인데, 이 분의 시집은 3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한국 문학사에서 300만 부가 팔린 시집은 없다.  시인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을 꼽으라고 하면 백석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 분은 시인들이 꼽은 가장 훌륭한 시인이기도 하다. 이 분은 '사슴'이라는 시집을 냈는데 윤동주와도 일화가 있다. 사슴은 백부를 찍은 책이다. 백부는 거의 다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 윤동주는 늦게 서점에 갔기 때문에 이 시집을 사지 못했다.  그래서 울었다. 그러자 서점 주인이 자기가 갖고 있던 것을 빌려 주었고 윤동주는 그것을 직접 손으로 베껴 적어 그 시집을 간직할 수 있었다. 


백석의 시집도 백석이 살아 있는 동안 겨우 백부를 팔았다고 생각한다. 윤동주는 어땠을까, 김춘수는, 김소월은? 김소월은 말년에 자신의 시집이 팔리지 않아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말년에는 돈에 대한 한탄의 시를 쓴 것도 그 때문이다. 


300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 부수를 냈지만 한때 원태연은 억울한 감정이 있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시집을 내고 엄청나게 인기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한국의 시인들은 나를 시인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것이 서운하다. 


그렇다면 시인들은 대체 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기에 이 분을 시인으로 봐주지 않았을까? 대개 시인은 등단을 하고 청탁을 받아 작품을 발표한다. 원태연은 이 과정을 밟지 않았다. 시인들은 그의 시가 가볍다고 생각했다. 시는 좀 더 진지하고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원태연 시인은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는 늘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들로부터 '너는 뭘 그렇게 적고 있냐'하는 핀잔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시인들의 공통된 습관이란 그런 것이다. 메모가 어느 정도 쌓이자 시집을 내고 싶어서 그는 출판사를 찾아갔다. 사장은 그에게 일을 시키고 때가 되면 시집을 내주겠다고 했다. 


시집을 낼 때 계약을 잘못했다. 시집을 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인세 지급에 대한 계약을 하지 않았다. 대개 책을 출판하고 작가가 가지고 가는 인세는 책값의 10%다. 50만 부가 팔려도 그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때쯤 사장을 찾아갔다. 내게도 좀 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따져 물었을 텐데 사장은 이런 식으로 답을 했다고 한다. 


너 누구 때문에 시인이 된 건데.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시나 해서 설명을 곁들인다. 


난 대부분 네 생각을 하다 잠시 딴생각을 하는데, 넌 대부분 딴생각하다가 잠시 내 생각을 하는구나.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뭐 대강 이런 뜻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랫동안 비를 좋아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