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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그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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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들deux맘
May 04. 2024
제발 살아만 있어 줘요
우연히
tv에서
독립영화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를
보게 된다.
영화 제목이 조금은 진부해 보이는 듯 하나 나쁘지 않다.
'
사랑이 이긴다
'
라는 제목의 민병훈 감독 영화.
화려한 외모에 빠지지 않는 학벌, 결혼은 했지만 행복은 남의 이야기인 듯 느껴지는 중년의 한 여자.
유일하게 그녀가 기댈 곳은 바로 딸이다.
딸은 그녀의 모든 것이다.
이미 전교 3등으로 성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딸은
늘
힘들고
외롭다
.
도벽에 자학도 서슴지 않는다
.
엄마는 그런 딸에게
무조건 전교 1등을 해야 한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한다
.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으며
딸을
매몰차게
옥죄어가던
어느 날,
딸은
엄마가
그렇게나 간절히
원하던 전교 1등 성적표를 가지고
나타난다
.
딸의 전
교 1등
성적표를 손에 쥔 엄마는 딸에게
말한다.
"
진작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도대체 넌 그동안 뭘
한 거니
?"
그리고는
딸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딸은
아파트 베란다로 전력질주를
한다
.
그렇게 딸은 엄마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
.
더 이상
그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이내
착잡한
마음으로 tv를 껐다.
리모컨조차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
입시학원 강사 10년 차인
서영은
수능이 끝날 때면 늘 마음을
졸이며
잠을
설친다
.
학생들과
함께 지낸 세월이
길게는 중학교
때부
터 짧게는 고등학교 3년
내 내이다.
짧지 않은 그 시간 동안 함
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
.
이제
그
마지막 단계인 수능까지 끝났으니 속이 후련해야 하는데 늘
그녀의
마음 한편은
가시방석이다.
학생들에게 늘
이런 농담을 한다.
수
능 수석은 언론에서 인터뷰가 오게 되어 부담스러우니 적당히
차석만
하자고.
이렇게
있는 힘껏 응원하며
학생들을
수험장에 보내지만 늘 불안함이 엄습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매 년 11월의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수능
수험생들의 자살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과연 누구를 탓할 수 있단 말인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간신히 지나고 부모가 혹은 사회가 정한
각본대로
모든 시험을 겪어낸 그들.
이제 막 성인으로서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앞둔 채 그들은 자의가 아닌 타의로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사람은 태어나 성인이 되면 통과의례처럼
결혼을 한다.
온 세상의 축복을 받으며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이제는 한 집에서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
얼마나 귀하고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물처럼
귀한 새 생명이 찾아온다.
부
모가 처음이기에 실수할 때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운다.
그리고
키우면 키울수록 아이는 나와 닮아간다.
좋은 점만 닮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점점
내 부족한 모습이 아이에게서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던 나의 단점들이 아이를 통해 내 눈으로 보이고, 나는 그 단점들을 하나하나
고쳐가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TV나 영화에 존재하는 건강한 훈육은 내 집에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이상하리만큼 내 아이의 훈육이 힘에 부친다.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아이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훈육이 쉬울 거라 생각했던 내 포부와 자신감은 어느덧 희미해져 간다.
그리고 시작된다.
부모이기에, 널 낳은 부모이기에 가능한 바로 그것.
부모는
그들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내
물건처럼, 마치 내 스마트폰의 홈 화면을 편집하듯 그들을 조종하려 든다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을 가지고
부모는
아이들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이 시대에 수많은 자살 청소년들을 본다.
그
들이 떠난 뒤
부모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사랑하는 아들, 딸들이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내 곁을 떠나게 된다면?
자식을 잃은
부모
를 지칭하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있던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이 트라우마
.
세
상은
이를
외상 후 애도증후군이라 부른다.
가족이 떠난 빈자리를 바라보며 느껴지는 사람의 첫 감정은 공허함과 허무함일 듯하다.
여전히 집에 남아있는 가족의 체취를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또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죄책감과 한탄을 그들은 겪어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자식을 죽였다는 억울한 손가락질 까지도
오롯이 남겨진 부모의 몫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완전히 달라진 일상으로 결국 돌아가야 한다.
영화 '
사랑이 이긴다
'
의 결말을 보지는 않았지만
잠시
상상해 본다.
켜켜이 쌓여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가족 간의 갈등
혹은 부조리한 사회에서 철저하게 외면받던 불합리한 관계
이 모든 것들을 사랑 하나면 다 이겨낼 수 있다는 따뜻한 결말일까?
영화처럼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기길 진심으로
바라보지만
슬프게도 이 공식은 영화에서나 이루어질 법하다.
대한민국
입시라는 무한경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영어강사
윤서영.
그녀는
적지 않은 돈을 받으며 대한민국 수험생들을 서열화,
획일화시키는데 기계처럼 일조한다.
10년 동안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진절머리가
난 서영
.
그녀는
잠시
쉬어
갈까 생각해 보지만 쉽지 않다.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쓰디쓴
사건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서영은 10년째 여전히 같은 일상
속에
그녀의 삶을 맡긴다.
keyword
부모
청소년
입시
Brunch Book
2010년 10월 그날의 이야기
01
제발 살아만 있어 줘요
02
3호선 대치역과 분당선 한티역 사이 그 어디쯤
03
잠시 쉬어가려고 했는데 너를 만났다.
04
지극히 평범한 줄 알았던 한 가족
05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2010년 10월 그날의 이야기
아들deux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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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목차 보기 (총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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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대치역과 분당선 한티역 사이 그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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