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쩌구 저쩌구, 그 순수하고 손상되지 않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그럴 때 '너희도 이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한 '인류의 스승'이 떠오른다." 이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나온 문장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이 소설 읽으면서 '인류의 스승'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꽂혔다. 괴테는 그렇게 예수를 내게 소개해 줬다. 40대 중반쯤 되어서는 예수한테만 '존경'이라는 단어를 바치기로 마음먹기도 했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가득한 신약성경에 폭력이 뭐가 있다고 그따위 제목을 달았냐?"라고 따지는 사람도 있을 거다. 또 어떤 사람들은 "구약의 하느님은 폭력적이지만, 신약의 하느님은 비폭력적이고 선하다"라고 하기도 하고. 근데 웃긴 게, 신약에도 폭력이 넘쳐난다는 거다. 그것도 구약 못지않게.
신약에는 이런 기본 설정이 있다. 첫째, 이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은 없다. 둘째, 하느님의 심판이 곧 다가온다, 그리고 그게 세상의 종말이다. 셋째, 그 심판의 날에는 예수 믿는 사람만 천국 가고, 안 믿는 사람은 지옥으로 떨어진다.
예수가 진짜로 자기를 안 믿는 사람들이 지옥 가는 걸 원할까? 내가 아는 예수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
구약과 신약 사이에는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는 주제가 있다. 첫째, 하느님이 우리 구원하려고 폭력을 쓴다. 둘째, 하느님은 우리 운명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셋째, 하느님은 악한 놈들은 싹 다 죽인다. 다음 예시를 보자.
아나니아랑 삽비라, 이 두 사람이 땅을 팔아서 일부는 자기가 갖고, 나머지는 사도들에게 줬다. 근데 하느님이 그 자리에서 그들을 죽여 버렸다. 이유? "주님의 영을 시험했다"는 거다. 사도행전 5장에 나오는 얘기다. 하! 땅을 팔아서 일부를 바쳤는데, 칭찬받기는커녕 바로 죽임을 당했다. 이게 바로 신약판 폭력이자 경고다. 오늘날 설교는 이렇다. '몽땅 다 내놓아라. 조금이라도 챙기면 죽인다. 아나니아랑 삽비라 뒈지는 거 봤지?'
요한계시록 9장을 보면, 말들 입에서 불과 연기와 유황이 뿜어져 나와서 인류 3분의 1이 몰살당한다. 유프라테스 강에 묶여 있던 천사 넷이 풀려났고, 그들이 거느린 기병들이 2억이었단다. 그러니까 말도 2억 마리다. 그 말들이 뿜어대는 화염과 독가스로 지구 인구의 3분의 1이 삽시간에 몰살당한 거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약 23억 명이 순식간에 죽었다는 거다. 핵전쟁이 터지면 이렇게 될까? 근데 그걸 하느님이 한 거라니!
구약성경은 천 년 넘게 계속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확정된 책이다. 근데 신약성경은 대개 초판 이후 300년도 안 돼서 확정됐다. 기독교지도자들이 종교회의에서 27권의 책을 골라서 신약성경이라고 정한 거다. 하느님이 "이게 신약성경이야!"라고 정해준 게 아니라고! 사람들이 고르고 골라서 그렇게 된 거다.
그 당시에도 예수에 관한 책들이 많았는데, <도마의 복음서>, <유다의 복음서>, <막달라 마리아의 복음서> 같은 책들은 신약에 못 들어갔다. 그 치열한 과정을 거쳐 신약성경이 만들어졌지만, 27권의 책들은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설명이 너무 많다. 그러니까 지금도 수백 개의 기독교 종파가 난립하는 거다.
다음부터는 신약성경에 담긴 폭력과 그게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