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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쌍경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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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밧드 Oct 16. 2024

동성애는 죄인가, 아니면 본능인가?

구약에서 야훼가 뭐라 했나? 돼지고기 먹지 말라고 했다. 근데 기독교는 그거 무시하고 삼겹살에 목살까지 신나게 먹는다. 또 동성애 남자는 죽여버리라고 했는데, 기독교는 이 말은 잘 따랐다. 동성애자들을 열심히 핍박했다. 오늘날도 이 때문에 시끌시끌한데, 이건 아무래도 바울 책임일 거다.


바울은 로마서 1장에서 동성애를 정죄했다.
“하느님이 그들을 부끄러운 정욕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셨다. 그래서 여자들은 정상적인 걸 버리고 이상한 걸 즐기고, 남자들도 여자랑 하는 걸 버리고 남자들끼리 정열적으로 놀다가 그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하느님이 그들을 부끄러운 정욕에 빠지도록 그냥 내버려 뒀다? 부끄러운 정욕이라면 동성애를 말하는 건데, 하느님이 이걸 그냥 방치했다는 거다. 왜? 바로 ‘우상 숭배’ 때문이다. 동성애 하는 것과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마 기독교지도자들은 어떻게든 그 둘을 연결시킬 수 있을 거다. 그게 그들의 직업이니까.


내가 제13화에서 주장한 게 뭐였더라? 아! 십계명이나 율법이 사실 야훼가 아니라 모세가 창작한 거라는 거였다. 우상숭배든 동성애든 유일신급 되는 야훼가 그런 데 신경 쓸 이유가 있겠냐는 거였다.


바울은 창작까지는 아니고, 제 마음대로 항목을 하나 추가했다. 구약엔 없던 레즈비언을 동성애 죄 목록에 끼워 넣은 거다. 도대체 바울이 율법에 뭔가를 추가할 자격이 있냐? 그의 주님인 예수는 동성애를 언급조차 안 했는데 말이다. 근데 슬며시 레즈비언을 목록에 추가해?


바울은 죄 중에서도 동성애를 최고로 꼽은 것 같다. 리스트 쫙 보니까, 동성애 다음에 불의, 추악, 탐욕, 악의,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 같은 게 나온다. 근데 정작 간통 같은 중대 범죄는 언급도 없다. 아니, 왜 그렇게 동성애만 미워했나 몰라?


그러다 어느 신학자가 바울이 사실은 동성애자였다고 하는 주장을 봤다. 아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극단의 부정은 긍정이라고, 자기가 동성애자니까 그런 거다.


바울은 자기 몸에 '가시'가 있어서 그걸 치워달라고 세 번이나 기도했다. 근데 그의 주님이 “내 은혜가 너한테 충분하다”라고 했다. 그 '가시'가 뭐냐? 바울은 그걸 ‘사탄의 사자’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가시'가 뭔지 바울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기독교지도자들이 2천 년 동안 연구한 결과, '가시'는 눈병이다, 간질이다, 전도의 고난이다 하는 여러 설을 내놨다. 그러나 이 '가시'가 정말 육체적 질병이거나 영적 시련이었다면 굳이 바울이 숨겼겠는가. 더구나 ‘사탄의 사자’라고까지 부르면서.


그래서 결론은? '가시'는 동성애다. 자칭 사도라는 자가 극복 못할 죄는 거의 없다. 그러나 동성애는 좀 다르다. 어느 날 갑자기 “나 이성애자가 될래!”라고 선언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이성애자가 갑자기 “나 동성애자가 될래!”라고 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다.


바울이 동성애자였다는 가설은 이렇다.


구약에 따르면 동성애는 무조건 죽여야 하는 죄다. 바울은 율법을 평생 연구해온 사람이었고, 자기 안에 동성애 성향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로웠다. 그게 강박으로 작용해서 예수 추종자를 색출하는 일에 열을 올리다가 부활한 예수를 만나게 된 거다.


그 후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진리를 깨달았지만, 동성애에 대한 죄책감은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세 번이나 자기 안의 그것을 제거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내 은혜가 너에게 충분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해진다.”라는 응답을 받았다. 그러나 바울은 동성애로 인한 죄책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죄의 으뜸이라고 로마서에 적고, 레즈비언까지 추가한 거다. 바울은 진짜 겸손한 사람이었지만, 커밍아웃은 못했던 거다.


솔직히 난 이 가설이 맞길 바란다. 만약 맞다면, 바울의 기도에 대한 주님의 응답은 동성애를 그저 약점 정도로 본 거니까. 


구약 율법에서 돼지고기 먹지 말라고 했는데, 예수가 “괜찮아, 돼지고기 먹어도 돼!”라고 한 적 있나? 결단코 없다. 구약엔 레즈비언 처단하라는 율법도 없었고, 예수는 “레즈비언도 동성애에 포함시키라”는 말 안 했다. 그런데도 기독교지도자들은 2천 년 동안 바울의 개인적 생각을 신앙의 기초처럼 붙잡고 있다. 이게 기독교냐, 바울교지!


“바울이 기독교를 창시했으니, 예수가 말 안 한 건 바울을 따라야 한다.” 하! 그럼 왜 예수가 그토록 존중한 여성들을 그렇게 개무시하고 있나?


모세는 야훼를 유일신으로 격상시켜 주고, 바울은 예수를 신격화했다. 그리고 모세가 계명과 율법으로 이스라엘을 꽉 쥐었던 것처럼, 바울은 자기의 독단적 견해로 동성애자들을 핍박했다. 오늘날 동성애로 인한 사회적 갈등, 이거 다 바울이 깔아놓은 판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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