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내 사랑들만 입장 가능합니다.
누가 낭만에 불을 붙였네 _ 갯마을 차차차
런던. 내가 유럽 여행 중, 가장 마음 편히 지내던 도시이다. 일단, 영어를 쓴다. 캐나다에서 살다 온 내겐, 이보다 편할 수가 없었다. 여름에 런던을 방문했을 때, 홀로 유럽여행에 있어 런던은 첫 여행지 었는데, 아무 계획도 없이 일단 와서 부딪혔던 기억이 있다. 길을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어떤 표지판이든 다 이해가 되니까! 아니나 다를까, 캐나다에 있는 것처럼 편하고 아늑한 여행이었다. 어마무시한 물가를 제외한다면.
런던은 나에게 있어 손에 꼽게 소중한 여행지다. 일단, 내 기억상 부모님과 처음 온 유럽 국가다. 9살 때, 부모님과 런던여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봤던 런던 브리지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을 정도니. 또, 혼자 온 유럽여행의 첫 목적지였다. 여름에, 처음으로 유럽에 있는 '한인민박'이라는 곳에 묵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혼자서도 내가 여행이란 걸 이렇게나 재밌게 할 수 있구나라고 느낀 곳이었다. 실제로, 이때 민박에서 만난 언니들은, 아직도 자주 연락을 하고 만난다.
그렇게, 그 해, 두 번째 런던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름과는 다르게, 조금은 쌀쌀해진 날씨가 나를 반겼다. 바람 때문에, 비행기가 착륙을 하지 못하고 20분째 런던의 하늘을 빙빙 돌았다. 긴 비행에 지쳐, 잠시 창문을 바라보았는데,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런던의 야경이 한눈에 담겼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예감이 좋은, 그런 여행이었다.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 스텝으로 만난 빵민이와 런던에서 만나기로 했다. 같은 날, 다른 비행기에서 내린 우리는, 킹스크로스 역에서 만났다. 제주도와 서울에서만 만나다, 이렇게 타국에서 만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곧이어 한국에서 런던으로 유학 간다고 했을 때 새끼손가락을 걸어 런던에서 꼭 만나기로 약속했던 녕이도 만나야 했다.
지난번과는 조금 다르게, 이번에는 내가 한국에서부터 알던 소중한 인연들과 런던에 함께하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런던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하고만 자꾸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실, 런던은 11월 초에 갔던 터라, 크리스마스 마켓이 크게 열려있지 않았다. 기대하던 천사 조명도 설치만 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미 한껏 들떠있었다. 까짓 거, 마켓 좀 못 보면 어때. 이미 도시 자체가 크리스마스 그 자체인걸. 빨간 공중전화 부스와, 빨간 이층 버스... 런던을 상징하는 이 모든 것들이 이미 충분히 크리스마스 느낌을 물씬 내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런던은, 고개를 들어보면 반짝반짝 크리스마스 조명들로 가득했다. 가게 곳곳은 크리스마스트리로 가득했다. 아마, 내가 본 유럽 도시들 중, 가장 크리스마스를 빠르게 준비하는 도시가 아닐까 싶었다.
Fortnum & Mason 포트넘 메이슨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곳이다. 티를 판매하는 큰 매장인데, 화려한 장식들과, 흘러나오는 캐롤이 우리를 잔뜩 들뜨게 만들었다. 잔뜩 장식이 되어있는 티들은 본인들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져가라며 우리를 자꾸 유혹하기 바빴다. 크리스마스 이전에 귀국하는 사람들이라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딨있으랴,라는 생각을 했다. 런던에서 온 산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녕이를 만나 근사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라이프오브파이'의 공연을 보았다. 영화로 이미 수 없이 봐왔지만, 런던에서 공연으로 보니 또 색달랐다. 늦은 저녁, 우리는 런던의 트리 앞에서 한껏 사진을 찍었다. 분명 J임이 분명해 보이는 녕이는, 사진을 다 찍고 나면 불꽃놀이를 보러 갈 것이라고 했다. 불꽃놀이라. 런던에서 불꽃놀이를 볼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잠시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
런던 이곳은, 자꾸 누군가를 사랑하게 만드는 낭만이 있다. 한국에서 만났던 내 사람들을 런던에서 만났다. 이 넓고도 좁은 지구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우리는 함께했고, 우리는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펑-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추운 공기에 입김이 서렸지만, 불꽃은 하늘에서 뜨겁게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낭만에 불이 붙었네. 쓸데없이, 예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