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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Frankfurt

정반대에게 끌리는 이유

by 결 May

See? I told you’re special. I love it when your light shines._Elemental

봤어? 내가 그랬지, 넌 특별하다고. 난 네 빛이 일렁일 때가 좋아._엘리멘탈


#ENFP 여자 ISTJ 남자


민이를 처음 만나게 된 곳이 이곳, 프랑크프루트다.

6월엔 스쳐 지나갔던 인연이, 9월에는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고, 10월에 베를린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미래를 약속하는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그렇게 6월과 9월. 나와 민이가 다 합쳐도 길어야 2-3시간 정도뿐인 시간을 보냈지만, 절대 잊지 못하는 장소가 되었다. 처음 만났던 곳이, 프랑크프루트의 한 한인민박이었다.


만났다고 하기에도 참,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이었지만, 당시 만나는 사람들 마다 인스타 아이디를 물어봤던 나는, 한 두 마디 이야기 나눠본 민이에게 다짜고짜 인스타 아이디를 물어봤다. 그게 ENFP여자와 ISTJ남자의 첫 시작이었다.


ISTJ이자 게스트하우스 스텝이던 민이는, (당시에는 ISFJ라고 소개했다. 이후, 독일 생활을 하며 T가 되었다.) 당시 성수기인지라 만실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던 게스트하우스에 이미 질려있었다. 저녁에 맥주를 마시는 시간에, ENFP인 나는 당연히 빠지지 않고 적극 참여했다. 같이 사람들이랑 카드게임도 하고, 밤새 수다도 떨었다. 당시, 독일의 다른 소도시에서 거주 중인 고등학생들이 한국으로 넘어가는 방학시즌이었어서 그런지, 민박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태어나서 03,04,05년들이랑 그렇게 놀아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저녁시간에 모두가 하하 호호 웃으며 놀고 있을 시간에, 민이는 방에 콕 박혀 나오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 아니 점심 먹을 시간이 돼서야 민이를 만날 수 있었다. 이미 투숙객 모든 이들의 인스타를 받아냈다고 생각했던 나는, 뉴페이스의 등장에 신이 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전날 밤, 나와 친해진 한 달째 그곳에 머물고 있다는 슬이에게 말을 건네는 민이를 놓칠 리 없었다. 민이는 독일에 온 지 한 다된 유학생이고, 베를린으로 곧 이사를 갈 것이고, ISFJ이고, 한국에선 전원주택에 살았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나만 잔뜩 물어봤다.


10여분 정도, 심지어 얼굴을 마주 보고 나눈 이야기도 아니었다. 민이는 소파에서, 나는 테이블에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잠시 대화를 나눈 게 전부였다. 짧아서 아쉬웠지만, 나는 이내 아쉬운 마음을 접었다. 나는 그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으며, 민이는 독일에서 계속 머무는 사람이었으니까. 언젠간 인연이 닿는다면 만나겠지. 싶었다.


그렇게 6월에 가볍게 끝이 날 줄 알았던 우리의 인연은, 사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내내 찜찜한 마음이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민이와 계속 함께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생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알 수 없는 예감에, 솔직히 조금 불쾌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심지어 나보다 한참 어린, 독일에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괜한 흑심을 가진 기분이라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우연이 인연이 되어 우리는 계속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함께하게 되었다.





11월 말의 프랑크 프루트, 나는 민이와 베를린에서 작별인사를 한 뒤, 한국으로 가기 위해 프랑크프루트로 가는 기차를 탔다. 5개월 만에 4번째 유럽이었다. 그 말은, 이번이 4번째 출국이라는 뜻이었다. 눈을 감고도 출국할 자신이 있을 정도였다. 지난 3번 모두, 프랑크프루트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5시 비행기 었다. 조금은, 게을러진 태도로, 나는 여유롭게 프랑크프루트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했다.



'밤에는 참 어여쁘겠다.'


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쩌겠는가. 곧 12월에 다시 크리스마스를 보러 유럽에 올 것인지라, 큰 아쉬움은 없었다.


그러나, 내 게으름 탓에, 나는 그날, 비행기가 오후 2시로 변경이 된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급하게 공항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은터였다.


다행히, 나는 이쪽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아빠덕에, 추가금액을 내지 않고, 다음날 비행기로 미룰 수 있었다. 그러나, 당장 머물 숙소도 막막했다.


지난 6월, 민이를 처음 만났던 숙소의 사장님께 급한 대로 연락을 드렸다. 그 숙소는, 이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손님은 나뿐이었고, 정리된 짐들이 잔뜩 있었다. 잠시, 6월과 9월에 머물렀던 기억들이 몰려와,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다는 게 서글펐지만, 일단은 잘 곳 없는 나를 재워주시는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드렸다.


이윽고, 나는 의도치도 않게 밤의 프랑크프루트 크리스마스 마켓을 거닐게 되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내 옆에 늘 있던 민이가 없어서 조금 쓸쓸했지만, 이윽고 영상 통화를 걸었다. 비행기를 못 탔기에, 애꿎은 시간과 돈을 날린 게 아까워, 자책했지만, 민이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덕분에, 밤에도 예쁜 마켓을 보게 됐네.'


성격부터 성별마저 정반대인 사람과 함께하는 일은 어찌 보면 고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금세 서로에게 적응해 갔다. 민이는, 어디 가자! 하며 무작정 갈 곳을 찾아보고, 맛집과 숙소를 둘러보며 신이 잔뜩 나있는 나를 이끌고 교통편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길까지 세세하게 알아보고 나를 안내한다. 내가 우당탕탕 거리고 있으면 조용히 나를 잡아주는, 정 반대지만 서로 상호보완이 되는 존재다. 그러다 보니, 서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다. 사실, 정 반대라지만 둘이 가지고 있는 본질은 굉장히 둥글둥글하니 비슷했다. 맛없는 음식을 먹어도 오~ 맛없군 하며 웃으며 넘어갈 수 있고, 여행하다 길을 잘못 들어도, 새로운 길 좋아! 하며 걷기 일쑤였다. 살고 있는 나라, 배우는 언어마저 다른 완전한 정반대인 우리였기에, 오히려 우리는 서로를 특별하게 바라보았다. 나의 일렁이는 빛을, 우리가 결국 달랐기에 봐주었다. 내가 단점이라 여기던 것들을, 장점이라고 말해줬으며, 나를 끝없이 응원해 주었다. 네 앞에서, 나는 꽤 특별한 사람이 된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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