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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기 Feb 27. 2023

굳은살 잡히던 날

<40일간의 글쓰기>

복숭아 전지 한 달째,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굳은살이 잡혔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경필(연필로 글씨 쓰기)을 하고, 4학년 때부터는 붓을 잡고 서예를 하면서 내 오른손에는 왼손에는 없는 굳은살이 생겨났다.


손가락을 펼쳐놓고 보면 가운데 손가락 손톱 아래 왼쪽이 볼록 튀어나와 있었고, 나는 자주 손톱으로 그걸 잡아떼었다. 서예를 안 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때 생긴 굳은살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새로운 음반을 들고 나온 가수처럼 내 엄지손가락에 굳은살이 나온 것이다.


어릴 적에는 굳은살로  손가락 모양이 바뀌고 못생겨지는  싫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 생긴 굳은살이 반가웠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땅에 조그만 새싹이 돋아난 것처럼 보였다. 도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던  인생에 처음으로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이 생긴 것이다.


고된 노동을 통해 생긴, 작은 녹두 알만한 굳은살이 자랑스러워 나는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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