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글쓰기>
복숭아 전지 한 달째,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굳은살이 잡혔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경필(연필로 글씨 쓰기)을 하고, 4학년 때부터는 붓을 잡고 서예를 하면서 내 오른손에는 왼손에는 없는 굳은살이 생겨났다.
손가락을 펼쳐놓고 보면 가운데 손가락 손톱 아래 왼쪽이 볼록 튀어나와 있었고, 나는 자주 손톱으로 그걸 잡아떼었다. 서예를 안 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때 생긴 굳은살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새로운 음반을 들고 나온 가수처럼 내 엄지손가락에 굳은살이 나온 것이다.
어릴 적에는 굳은살로 내 손가락 모양이 바뀌고 못생겨지는 게 싫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 생긴 굳은살이 반가웠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땅에 조그만 새싹이 돋아난 것처럼 보였다. 도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던 내 인생에 처음으로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이 생긴 것이다.
고된 노동을 통해 생긴, 작은 녹두 알만한 굳은살이 자랑스러워 나는 한참을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