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사서' 고생하지 않으리

상상과 환상의 공간, 도서관

by 올리브나무


관람객이 만나는 박물관은 전시실이 전부지만, 박물관에는 숨어 있는 공간이 많다. 큐레이터는 발굴, 전시, 프로그램 개발, 유물 연구 등이 일이다. 이런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이 박물관 곳곳에 숨어 있다. 지하 깊숙이 자리한 수장고는 박물관 직원이라고 해도 큐레이터가 아니면 접근권이 제한된다. 발굴한 유물을 정리하는 공간, 엑스레이를 찍고 유물을 되살리는 복원 공간, 연구실, 전시실, 도서관 등 관람객이 모르는 공간이 여럿이다. 누군가는 유물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제일 좋다고 하던데, 큐레이터가 천직인 사람인 듯하다.


나는 유물 있는 곳을 도망쳐 박물관 구석의 도서관이 편하고 좋았다. 자료를 찾으러 갔다가도 멍 때리고 있을 때가 많았다. 이른바 '책멍'. 책을 읽을 때도 그렇지만, 서가에 꽂힌 책들을 그냥 멍하니 보고 있자면 쉼이 되었다. 주말이나 휴일에 가장 많이 가는 곳도 도서관이다. 작가가 되어서는 일 때문에 매일 간 적도 있다. 도서관은 매일 가도 질리지 않고, 또다시 발걸음을 하게 된다. 시설이 좋거나 크지 않아도 도서관이라면 어디든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마음이 든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 큐레이터를 하지 말고 사서를 하지 그랬냐고 한 적이 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절대로 '사서' 고생하지 않겠다!"

좋아하는 공간을 일터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어쩌면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생각일지도. 그래도 나는 도서관을 쉼과 힐링의 보루로 남겨두고 싶다.




도서관은 끊임없이 지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상상하게 만드는 곳이다. 그래서 멋지다!

나는 '도서관'이란 제목이 붙은 책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어린이책이든 어른책이든, 그림책이든 학술서이든 기어코 펼쳐본다.


도서관에 간 박쥐.jpg
도서관 박쥐 2.jpg


도서관은 어떤 상상이든 가능하고, 환상적인 모험이 가득한 곳이다. 도서관에 가득한, 유일한 것, 다름 아닌 책이 아닌가!


<도서관에 간 박쥐>는 도서관에 대한 환상을 멋지게 담아낸 그림책이다.

"정말? 창문이 열려 있어? 좋아! 도서관에서 책 축제를 벌이자!"

밤의 도서관, 그곳에서 몰래 펼쳐지는 박쥐들의 책 축제.


미국의 작가 '브라이언 라이스'가 글과 그림을 함께 지었다. 정말 훌륭한 그림책이다.

가끔 보지만, 언제 봐도 미소 짓게 되는 멋진 책.

작가의 상상력과 솜씨가 정말 부럽고 존경스럽다.

작가를 소개하는 짧은 글도 인상적이다. 여행할 때 그 지방의 도서관을 찾아간다는 말로 도서관 사랑을 내비쳤다.

'어머, 저도 그래요'라고 마음속으로 작가에게 귓속말을 전해 본다.


밤새도록 책 축제를 벌이던 박쥐들이 아침 햇살이 비쳐 드는 창문을 보면서 기대한다.

어쩌면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박쥐들에게 이런 기회를 또 줄 거라고.

창문 하나를 열어둔 채 도서관 속 책 세상을 우리와 함께 나눌 거라고!


얼마나 멋지고 따뜻한 기대인지.

박쥐들을 위해 슬쩍 창문 하나를 열어두는 사서라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얼핏 스친다.

절대로 '사서' 고생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흔드는 그림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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