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공부 시작 전에 반드시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점검하십시오.
안녕하세요. 아딸필사입니다.
앞의 글에서 초등학생 딸의 문해력을 아빠인 내가 책임지겠다고 결심한 이유와 배경을 설명을 드렸습니다.
혼자 "딸 문해력은 아빠가 책임진다"고 마음 먹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면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에 혼자서 찬찬히 생각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우선 딸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혼자서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딸에게 "아빠가 너의 문해력을 책임지겠다. 이제 매일 책을 읽고 독서록도 작성하고, 여러가지 글을 쓴다!"라고 한다면?
아마도 아빠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엥? 뭐라고요?"라며 전혀 관심 없다는 눈빛과 반응을 보일 겁니다.
어설프게 접근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아이가 거부감을 갖고, 하기 싫은 숙제만 늘었다는 느낌이 들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아이도 잘 느끼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법을 찾아야했습니다.
첫 번째 제 작업은 아빠인 나와 아이의 관계가 어떤지 점검을 하는 거였습니다.
우선 물리적으로 아빠와 아이가 보낸 시간의 양과 질이 어땠는지 한번 체크해봤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아빠로서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의 양은 어떤 아빠와 비교해도 많은 편입니다. 신생아 때는 칼퇴근 하고 와서 아내와 함께 육아를 했고, 육아 기간에는 하루도 양가 도움 없이 오롯이 아내와 둘이서만 아기를 돌봤습니다.
아이가 네살이 됐을 때 육아휴직 1년을 했고 하루 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육아 휴직 이후엔 아예 퇴직을 하고서 제주도로 이주를 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이라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여느 아빠와 비교를 해봐도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무척 많은 편이긴 합니다.
첫 단계는 일단 긍정적입니다.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다는 건 아빠에 대한 애착형성이 잘 됐을 가능성이 높은 거니까요.
그렇다고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기만 하고 부정적 요소들로 차 있다면 오히려 안 좋은 거겠죠.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의 내용들을 살펴봤습니다.
아이가 네살 때 제주로 이주를 해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릴 때는 바다에서 해 질 때까지 아빠와 모래놀이 하고 수영을 했고, 엄마와 예쁜 돌과 조개껍데기를 줍고 다녔습니다.
제주 곳곳의 숨은 오름을 다니며 솔방울 줍고 나뭇가지로 장난치며 놀았습니다.
집에서는 저녁마다 아빠와 레슬링을 하고(초등학교 5학년인데 지금도 합니다...), 틈나면 보드게임을 하며 어떻게든 아빠를 이기겠다고 무지하게 애를 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북카페나 동네 카페에 가서 각자 조용히 책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요.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와 여행도 제법 많이 다녀서 지금도 가족 여행을 가자고 하는 아이입니다.
6살, 7살 때 호주로 한달 살기를 2번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이탈리아, 프랑스 지역을 5주 동안 여행했고 4학년 때는 그리스, 튀르키예 중심으로 5주에 걸쳐 돌아다녔습니다.
세 명이서 커다란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온갖 고생을 한 여행이다보니 딸과도 전우애가 쌓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아이와의 관계는 그래도 좋은 편이란 생각에 조금 뿌듯합니다.
함께 한 시간 속에 여러 경험과 감정들이 다 녹아서 아이도 아빠도 단단한 믿음이 있는 거 같습니다.
비밀 얘기도 가끔은 털어놓는 사이 정도는 되니까요.
문해력 공부에 앞서 아이와의 관계를 먼저 점검하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아빠와 아이의 긍정적인 관계 속에서 장기적으로 문해력이라는 커다란 산을 올라가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오를 문해력이란 산은 아빠가 옆에서 지시하고 말로만 독려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정서적 안정과 아빠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아이가 중간에 지치거나 포기할 수 있습니다.
아빠와 아이가 서로 "으쌰! 으쌰!"하며 응원하고 의지하며 올라야 합니다.
아이가 지칠 때는 아빠를 믿고 따를 수 있어야 하고, 아빠가 지칠 때는 아이를 보고 자극을 받아 기운을 내야 합니다.
얼핏 보면 아빠가 코치고 아이는 선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함께 하는 팀이자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일찍부터 육아와 교육에 관심을 두고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저와는 비교도 어려울 정도로 잘 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그럼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의 양과 질이 부족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시간을 내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사전 작업을 해야 합니다.
간단하게는 저녁을 같이 먹고 손 잡고 동네 산책을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부터 시작하십시오. 걸으면서 아이와 끝말잇기, 스무고개 같은 언어 게임을 해도 좋습니다.
아이와 몸으로 노는 건 적극 추천합니다. 아이와의 교감은 피부를 맞닿으면서 더 쌓이니까요.
그렇다고 하루만에 아이와 교감이 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아빠의 노력은 아이에게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한가지 팁을 드리면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듣는 게 아주 효과적입니다.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만 돼도 동요나 만화주제곡이 아니라 아이돌 음악을 좋아합니다.
K-POP의 본고장인 대한민국의 아이들이니 일찍부터 K-POP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와 공감대를 쌓기 위해서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음악을 듣고, 멤버들 이름이라도 외워두는 게 좋습니다.
부모님들 중에 우리 아이는 TV, 인터넷, 스마트폰을 안 보여줘서 아이돌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미디어 노출을 막아도 학교에 가면 친구들의 영향으로 아이돌을 알게 됩니다. 또한 또래 문화에 이미 아이돌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아빠가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K-POP을 듣고 함께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겁니다.
절대 함부로 아이돌 음악이라고 무시하거나, 폄하하면 안 됩니다.
아이와의 교감은 커녕 아이와의 약했던 고리마저 끊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친구와 통했던 대화가 아빠와 통한다고 느끼면 아이는 자연스레 아빠를 또래문화의 일원으로 반쯤은 쳐줄 겁니다.
문해력을 향한 여정에 앞서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꼭 한번은 점검하십시오.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분들이라면 걱정 없이 아이와 함께 문해력 공부를 해도 됩니다.
그렇지 않은 분이라면 꼭 아이와 즐거운 경험, 긍정적인 감정 쌓기를 먼저 하십시오.
그래야만 아이가 아빠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관계 형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하는 아빠의 말은 아이에게 잔소리로만 들립니다.
만약 강압적으로, 권위적으로 아이와 시작은 할 수 있습니다만 좋은 결과를 내기 전에 나빠진 관계를 먼저 만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2번째로 점검해야 할 것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