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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글 Apr 10. 2024

미련하다

요즘 벚꽃이 절정에 이르러서, 사람들이 봄나들이도 많이 나가는 거 같고 sns에도 매일매일 벚꽃 사진이 올라오더라고. 아름다운 벚꽃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그 앞에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 (절로 미소가 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항상 그런 사람들을 보면 신기했다. ‘저게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운가?’ ‘어차피 내년에도 또 필 건데 뭐가 그렇게 좋다고 열정적으로 저걸 찍으러 다녀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벚꽃을 봐도 그냥 ‘오 이쁘네’하며 넘기는 나였다.


그런데 오늘 그냥 카페를 갈려고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우와 벚꽃 너무 이쁘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보내주고 싶다.’라고 생각이 드는 거다. 처음으로 그렇게 순수하게 이쁘다 그리고 그 예쁨을,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한 거 같다. 나도 내가 신기했다.

재작년 겨울,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참 과분한 행운이 찾아왔다. 나를 너무 아껴주면서도 나에게 그냥 그 자체로 엄청나게 아름다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이 찾아왔다. 이 세상에서 사람 자체가 그렇게 순수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건 처음 본 것 같다.

그러나 나에겐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어두운 사람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큰 미소와 바보 같은 순수함을 뿜는 건 부끄럽고 절대 할 수 없으며 사람을 잘 믿지 않고, 이 세상은 어둡고 부정적이고 나쁜 것들 천지라고 믿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른다. 내가 겪은 일들의 연속으로 무의식이 세상을 그렇게 보기로 프로그래밍한 걸까?


하늘에 신이 있다면, 그런 내가 참 딱했나 보다. 내가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이쁘게 그 자체로 순수하게 바라보길 바랐나 보다. 그래서 나에게 아주 소중한 네잎클로버를 선물했다. 근데 쉽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주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항상 거부했다. 당연하다. 오랜 시간 닫힌 마음으로 세상을 어둡게 살아왔는데, 그런 아름다움이 계속해서 스며들면 얼마나 익숙하지 않고 거부감이 들겠는가.

그래도 노력했다. 나도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살고 싶었으니깐.. 그리고 이 아름다운 사람이 내 어두움에 잠식당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랐다. 내 어두움이 그 사람을 힘들게 하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어두움을 발산할 때면 너무너무 미안했다. 물론 나도 힘들지만, 어두움에서 아름다움으로 가는 건 해야 할 일이지만.. 아름다움만 보던 사람이 어두움으로 일상이 뒤덮이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울까.


그런데도 난 참 미련하다.. 그리고 미안하다

내 어두움을 이겨내고 중화시키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어두움을 그 사람한테 쏟아낸 거 같다.. 물론 예전보다 어두움이 많이 사라지긴 했다. 나의 노력도 있지만 당연히 아름다움과 순수함으로 나를 많이 보살펴줬기 때문이다.

나에게 처음 이 행운이 찾아왔을 때, 매일 생각했다

‘내 옆에 있으면 내 어두움이 그 사람을 둘러쌓을까 봐 걱정이다. 내 옆은 불행일 거다.’

내 어두움을 이해하고 그걸 씻어주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다 알지 못한다. 근데 한 번쯤은 고맙다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게 얼마나 대단하고 힘든 일인지 생각해봤었어야 한다.

오늘 벚꽃을 본 순간 느꼈다. 내 안에도 그 순수함이 그 아름다움을 보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아름답게 세상을 보는 게 어떤 재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두 다 나에게 찾아온 행운이 준 선물이다. 매일 고마워하면서 살자 그리고 이제는 좀 어두움을 걷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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