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오해 한다

잃어야 보이는

by 김현주

때로 어떤 일은 갑작스럽게 찾아오고 그래서 당황한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입꼬리가 내 맘같이 움직여 주지 않고 눈꺼풀도 주저앉았다. 어처구니없게 구안와사가 찾아왔다.


그날은 나의 쉰다섯 생일이었다. 양치하는데 물이 옆으로 새어 나왔다. 깜짝 놀라 거울을 보니 입꼬리가 내려앉아 있다. 안면 신경마비가 찾아왔다. 놀라기는 했지만, 식구들과 먼저 배를 채웠다. 그런 여유를 어떻게 부렸는지 피식 웃음이 났다. 일요일에 찾은 응급실, 수액을 맞으며 천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들이 들고 난다. 눈물이랑 헛웃음이 섞여 나왔다. 아들이 묻는다.

“왜? 잘못 산 것 같아요?”

“글쎄….”

나는 웃었다.

그즈음, 친정엄마의 치매가 진행되기도 했고 들여다봐야 해서 신경을 많이 쓰며 살았다. 그래도 밥 잘 먹고 잠 잘 자 피곤하지 않았는데 탈이 제대로 났다.


시간이 약 이라는데 도리 없어 아찔했다. 딸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울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낫는 병이니 걱정하지 마. 약 잘 먹고 기다리지 뭐.”

건강을 의심한 적이 없었던 터라 적응이 어려웠다. 물론 전조증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의사 설명을 듣고 난 후에 깨달은 것이긴 하지만 가끔 귀 뒤로 통증이 감지된 적이 있었다. 곧 사라지려니 안이한 생각을 했던 게 화를 부른 것이다.


원래 예쁜 얼굴은 아니다. 하지만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멀쩡한 한쪽 얼굴이 어찌나 예뻐 보이는지…. 완벽했다. 입은 삐뚤어졌지만, 말은 똑바로 한다. 감쪽같이 돌아갈 수 있을지를 물었더니 건강했을 때로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남자 환자들의 회복이 빠른 병이라 했다. 그들은 거울을 잘 안 봐서란다. 수시로 들여다본 이유였는지 회복 기간 4주를 꽉 채워 입이 제자리를 잡았다.


아파야만 뒤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한발 먼저 와 있는 게 아픔인가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라는 말이 있다. 몸을 돌보지 못한 것을 반성 하며 긴 휴식을 스스로 처방한다. 완벽한 회복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치료가 잘 된 거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서운하다. 피곤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랬다가는 또 이 아픔을 겪을 것 같다.


가끔, 가던 길에서 멈춰 서 보는 거다. 어디에 어떤 신호를 보내고 사는지, 어디에서 무슨 신호가 오는지 살피는 거다. 조금 쉬어 보라고 신이 내리신 귀여운 징계인지 모른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까마득할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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