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 요가와 함께하다.
아직도 나는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답답함, 무기력함, 폭발할 것 같은, 소리 지르고 싶은, 우울한, 차에 치이고 싶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는, 먹기 싫은데 음식을 밀어 넣고 싶은, 내면의 파괴-.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마주했던 이래로 다시 한번 내가 모르던, 내 안에 잠식되어 있던 트라우마들이 서서히 깨어났다. 요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잠식되지 말아야지 수없이 되뇐다. 아사나를 할 때는 되뇌지 않아도 요가를 하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 평온을 가져다주고 안 좋은 생각을 잊게 해 준다. (의식적으로 안 좋은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잊게'해준다. 이는 내가 요가를 하면서 가장 사랑하는 부분이다.)
오늘은 비니 요가를 경험했다. 비니 요가는 치료를 위한 요가로 단순한 기본자세들을 호흡과 함께 연속적으로 행한다. 첫 자세_(1)를 하는데 내 목부터 몸통에 꽉 차 있던 썩은 기름덩어리들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좋은 징조였다. 그 진동이 내 목덜미와 가슴을 계속 쳐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먹먹해졌다. 이것 또한 좋은 징조였다. 이 먹먹함은 많은 감정들을 동반했다. 다행스러운, 불쌍한, 기쁜, 살아나는, 숨기고 싶은, 드러내고 싶은, 활동하는, 숨 쉬고 싶은.
그다음 자세를 하는데 내가 그라운딩_Grounding(2)이 잘 안 된다고 느껴졌다. 눈을 감고 천천히 내 호흡에 맞추어 아사나_Asana(3,4)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마치 내 머리 뒤편이 바로 절벽이라 여기서 가슴을 들면, 내가 그대로 뒤로 굴러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무서운 감정이 들었다. 이는 단순히 이 자세를 통한 느낌이 아니라, 현재 내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비니 요가를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고 공부해보지 못했지만, 비니 요가 자세를 행하면 항상 내 마음속에서 물밑에 가라앉았던 어떠한 감상과 감정이 떠오른다. 자세는 단순해 보이지만 호흡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몸을 움직이는데, 움직임이 호흡과 함께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요가였다.
(1) 와즈라사나 Vajrasana
날숨에 내려가고 들숨에 올라온다. 8번 행한다.
(2) 그라운딩 Grounding
지면(땅)과 맞닿아 있는 내 신체를 자각해 그곳에 집중해 명상을 한다. 이는 이완을 가져오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3) 아사나 Asana
요가 자세를 일컫는다.
(4) 드위빠다 삐탐 Dviphda Pitham
들숨에 척추를 하나하나 들어 올린다. 날숨에 척추를 하나하나 풀면서 내려온다. 6번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