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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Oct 30. 2022

요가 수련 일지 fin.

마무리하며,

 "오늘 저녁에 요가원에 못 가게 돼서 아침에 셀프 수련을 시도했다. 나에게 집이란 공간은 무언가 집중하기에 힘든 공간이다.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불안한 감정에 휩싸여있다. 그래서 집에서 셀프 수련하기가 어렵다. 아쉬탕가ASHTANGA YOGA는 더더욱. 하타요가HATHA YOGA는 내가 짧게 시퀀스를 짤 수 있는데 아쉬탕가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평소였으면 가볍게 하타요가를 했을 텐데 오늘은 원래 요가원에서 아쉬탕가를 하는 날이기도 하고 일단 시작이라도 해보자, 하고 아쉬탕가를 시작했다. 파드마를 하고 일단 명상을 하는데 내 방, 문 밖에 나는 소리가 너무 신경 쓰였다. 사실 별소리 아니었다. 이 점을 알아차리려고 했다. ‘이 정도 소리는 요가원 창문 밖에서도 나는 소리야. 괜찮아.’ 오히려 그 소리를 명상하는데 쓰려고 했다. 밖의 소리에 집중한 다음 점점 내 안의 소리로 들어와 집중하기. 그러니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고 수련을 시작할 힘이 생겼다. 일어나자마자 이 닦고, 물 한잔 마시고 바로 들어갔더니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하지만 스탠딩을 어느 정도 진행을 하니까 몸에서 열이 나면서 땀이 엄청나기 시작했다. 몸도 자세마다 다른 부위를 건드려줌으로써 계속 풀려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앉아서 마저 해나갔다. 반야사를 계속하니까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음성 없이 혼자 하니까 시퀀스를 까먹었다.(하하) 그래서 바로 피니쉬로 들어갔다. 나에게는 10월 동안 셀프 수련을 해야 하는 기간이 있고, 오늘은 그 연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족하는 수련시간이었다. 내 방의 에너지를 점점 바꾸고 싶다."


 나는 올해 들어 다시 우울한 감정과 사이가 좋아지고 있다. 그 과정 중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했다. 그중 가장 큰 발견은 경계 없는 나의 모습이다. 나는 내가 경계가 강한 사람인 줄 알고 있었다. 계속 부정해왔었다. 희미하게 나도 나의 진실된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기 두려워 계속 감추었다. 이 감정을 인정하면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요가를 하며 이 감정에 막상 다가가니까 내가 생각했던 느낌과는 정반대였다. 너무 기쁘지도 않았고 너무 좌절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랬구나, 했다. 난 이런 사람이구나, 했다. 이제 나는 점점 개인 수련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환경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또 다른 내 안의 면들, 공간, 감각, 감정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기대가 된다. 수련 일지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는 요가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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