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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Oct 30. 2022

요가 수련 일지 7

기름덩어리 녹이기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태여서 어깨가 많이 굳어있다. 그 와중에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려고 하다 보니 속도 계속 더부룩하고 피부도 안 좋아지고 스트레스에 이렇게 반응하는 나 자신이 싫어서 외부적으로 내부적으로 타마스_tamas(어두운, 둔한, 무거운) 한 상태가 지속됐다.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집에 대한 크기가 큰데, 이번 주는 어학원도 쉬는 주라 집에 오래 있었더니 더욱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문득문득 계속 우울해졌고 어깨는 점점 굳어가다가 그 영역이 등까지 확장됐다.

 월요일. 요가를 하러 갔는데 속이 계속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 있었다. 평소에는 안 그랬는데 이 날 갑자기, 이 더부룩함을 그냥 바라보고 싶었다. 바라보면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까 궁금했다. 그렇게 호흡과 함께 내 배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윗배, 아랫배, 중앙, 옆을 계속 확인했다. 그러자 더부룩함은 가라앉았고, 소화가 되는 느낌이었다. 가스도 배출되거나 속에서 꾸르륵 하지 않았음에도 없어진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수요일. 수요일에는 아쉬탕가ASCHTANGA YOGA를 했다. 수요일도 아침부터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상태였고, 우울한 감정 때문에 밥을 먹고 그냥 누워 자버렸다. 그랬더니 일어나서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눈이 계속 감길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눈이 떠지지 않을 때 (예전에 한참 우울했을 때도 그렇다.) 마치 눈을 영영 못 뜰 것 같은 공포감이 생긴다. 이런 상태로 요가원에 갔다. 요가원이, 그 속의 사람들이, 이 날의 날씨가 나에게 자원_(1)이 되어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너무나도 자유로운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가정이란 공간은 어렸을 때부터 그 속에서 난 외방인이라고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 느낌이 요즘 더 증폭되고 있었다. 이 문제는 현재의 문제와 더불어 예전의 기억들과 감각들이 함께 찾아와 더 힘들었다.

 목요일이 되어 오전 수련을 나갔다. 감정적인 스트레스로 점점 굳어가는 몸 상태로 인해 요가할 때 관찰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특히 오늘은 호흡하는 게 힘들었다. 중간중간 호흡을 바라봤을 때 나는 계속 숨을 멈추고 있었다. 그걸 알아차리고 숨을 다시 쉬려고 하니 숨이 너무 가빠져서 호흡이 힘들었다. 힘드니까 그곳에서 눈을 떼어내고 또 숨을 멈추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도 답답했다. 목구멍부터 가슴까지 커다란 썩은 기름 덩어리가 있는 느낌이었다. 호흡을 들이마실 때마다 그 끈적끈적하고 묵직한 기름덩어리들이 느껴져서 너무 힘들었다. 상태는 안 좋았지만 이 날도 나에게는 자원들이 있었다. 좋은 사람들, 요가원의 공기, 시원하게 내려주는 비로 인해 나는 내 감정에 잠식되지 않을 수 있었다. 계속 나를 바라보고 관찰하려고 했다. 머리로 생각하려고 하는 순간 생각하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몸을 관찰하려고 했다. 내가 숨겨 두었던 과거의 부정적인 감각들이 수련을 통해 발견이 되고 해소가 된다.

 이런 상황이 나에게 닥칠 때마다 요가를 시작하고 수련하고 공부하는 나에게 고맙고 다행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1) 자원

요가에서의 자원은 수련하는 동안 나의 평안함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어떤 것이다. 내 신체 중이나 혹은 날씨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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