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각과 인식은 매번 같지 않다.
저녁 수업에 가기 전에 그림 작업을 했다. 의뢰를 받아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요즘 아침마다 어학원에 가야 해서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피로도까지 쌓인 상태였다. 속이 빈 것처럼 울렁거렸다. 동시에 윗배가 얹힌 느낌이었다. 체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윗배에 얹힌 건 음식이 아니라 감정이란 자각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 날 신기했던 점은 이러한 상태에서의 평소 나와는 다르게 기분이 무기력해지거나 우울해지지 않았다.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신기하고 모호한 상태였다. 자존감이 떨어져 불안한 마음이 있고 속이 불편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래서 의아했고 궁금했다. 수련을 하면서 이 감각을 신체로서 자각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수련을 시작했다.
수련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처음 느껴진 감각은 배랑 등이 엄청 수축돼 있다는 것이다. 평소 나는 이 감각을 해소하기 위해 시선을 가져다가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이 감각을 느꼈음에도 그곳을 바라보기엔 내 상태가 너무 졸려서 주의를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수련하는 동안 계속 졸음을 타고 흘러가기로 했다. 집착하지 않으려고 했고, 몽롱한 정신이 오히려 집착을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러다가 간다 베룬다아사나_Ganda Bherundasana(1)를 하는데 평소에는 손목에 통증이 강하게 다가오는데 오늘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졸음으로 인해 내 몸은 이완을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평소에는 전굴 자세(앞으로 굽히는 자세)를 하면 얼굴 앞이 막힌다는 느낌이 들면서 숨을 제대로 못 쉴 것 같고 폐쇄에 대한 두렵고 무서운 감정이 든다. 그런데 오늘은 오히려 전굴 자세를 할 때 후굴 자세(뒤로 굽히는 자세)를 할 때보다 더 아늑함을 느꼈다. 오늘은 폐쇄라는 느낌보다 나만의 공간이 생긴 느낌이었다.
오늘은 마치 꿈을 꾸는 기분으로 수련을 했다. 정신이 또렷할 때 느끼는 수련의 경험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감각들이 내 몸의 새로운 공간을 알게 해 준 날이었다. 평소 내가 우울했을 때 같이 오는 졸음은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몸을 땅과 밀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우울함에서 동반되는 졸음임에도 불구하고 이 졸음이 내가 평소에 집착하던 부분에 대해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땅에 더 가라앉아 맞닿게 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1) 간다 베룬다아사나 Ganda Bherundas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