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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Oct 30. 2022

요가 수련 일지 4

변화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하루를 바쁘게 지내다가 오후 수련을 하러 왔다. 몸과 마음이 굉장히 활발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차 마실 때 좀 가라앉히려고 했는데 팔이 계속 떨려서 떨리는 데로 두었다.

 라자스_rajas(1)한 상태로 시작한 수련이었다. 이 떨림은 나에게 불안한 감정을 가져왔다. 나는 편안해지고 싶어서 '호흡'이란 단어를 계속 되뇌었다. 호흡이라고 말하자 숨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 편안함이 좋다고 호흡이란 말을 말로만 내뱉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래서 호흡이란 말에 의지하지 말자라고 생각해서 호흡이란 말을 멈추고 호흡을 바라보았다. 내 숨이 좀 떨리고 가쁘더라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놔두고 지켜보려고 했다. 이렇게 관찰할 때 항상 느끼는 거지만 관찰만으로, 내 몸을 바라봐주는 시선만으로 내가 느끼는 문제점들은 해결이 된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이 관찰 자체가 힘들었다. 우스트라아사나_Ustrasana(2) 할 때도 오랜만에 힘들었다.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다리가 아프고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과 지금의 나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이 감정에 쉽게 무너지고 속에서 깊은 분노가 일어났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계속 주의를 호흡으로 돌리려고 했고 감정이 요동치지 않았다.

 부장가아사나_Bhujangasana(3)를 할 때 선생님께서 몸의 정렬을 맞춰주셨다. 선생님 말씀해주시는 대로 몸을 움직이니까 정렬을 맞춘 자세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내 느낌은 몸이 오른쪽으로 쏠려 있는 것 같았다. 잘못된 자세로 습관을 만들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요즘 왼쪽 무릎과 고관절이 많이 아프고 상태가 안 좋은데 부장가아사나_(3)에서도 그렇고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사나1_Eka Pada Rajakapotasana1(4) 할 때도 그렇다. 오른쪽에 힘이 안 들어가고 왼쪽으로 무리하게 힘을 주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오늘 손의 그라운딩_Grounding(5)을 느끼려고 했다. 평소에 내가 손의 그라운딩_(5)을 느끼려고 할 때는 손에 힘만 주려고 했는데 오늘은 그럴 힘이 없어서 그냥 시선만 가져갔다. 그러자 손에서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그 진동은 팔 전체와 어깨까지 이어졌다. 대지의 진동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손에 힘을 주지 않아도, 이렇게 봐주기만 해도 내 손이 땅과 잘 접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진동이 세게 느껴졌지만 이 느낌이 오히려 평소에 손이 떠있는 느낌보다 편안했다.

 이 그라운딩_(5) 느낌을 가져가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아사나1_(4)를 하니까 이때 오늘 최고로 편안하다고 느꼈다. 허벅지도 늘어나는 게 시원했다.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아사나1_(4)처럼 상체의 형태가 이렇게(그림 참조) 되는 자세들을 할 때면 얼굴 앞에 있는 팔이 내 숨을 막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손도 더 발등 쪽으로 내려가 깊게 잡아서, 얼굴과 팔 사이에 평소보다 더 공간이 없었는데도 오늘은 숨이 너무 편안했다. 왜 편했는지는 모른다. 오늘은 내가 내 몸과 마음을 자세히 바라봐주기에는 힘든 상태여서 모르는 상태로 넘어가기로 했다. 이 점도 이전의 내 태도와 많이 달라진, 긍정적인 면이다.

 오늘 수련을 하면서 이번 주 토요일 지도자 과정에서 배운 라자스_(1), 타마스_tamas(6), 사트바_satta(7) 이 3구나_Guna(8)가 직접적인 경험으로 인식된 날이었다. 4월까지는 하던 일도 그만두고 공부만 한다고 안 바쁘고 평온하게 지냈는데 5월에 갑자기 일이 2개가 생기고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수업하던 학원도 현장 강의로 바뀌게 되어서 갑자기 바쁜 나날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내 감정 기복을 느끼는 나날들이었다.

 오늘 수련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분명 나는 바쁘게 작업하고 공부하는 게 정말 좋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런 심장을 뛰게 하는 활동들에 나는 집착을 하고 있던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중학생 때부터 입시를 하느라 기본 4시간은 집중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고 이 습관은 많은 일들을 쉬지 않고 최대한 연속적으로 끝내고 싶어 하는 지금의 나까지 이어져 왔다. 화장실까지 참아가면서,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일을 연속적으로 하는데에 집착하고 있었다. 바쁜 날을 보내고 내가 쉬어도 될 때 쉬면 굉장히 타마스_(6)하게 변한다. 쉼 없이 오래도록 집중해서 달려가는 게 장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상태에서 수련을 해보니 너무 집착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련을 할 때마다 바라봐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이게 수련의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작년 지도자 과정 때는 뿌루샤_Purusha(9)와 쁘라끄르띠_Prakriti(10)가 전혀 이해가 안 됐었는데 작년부터 이렇게 수련 일지를 쓰고 관찰하면서 이번 연도에는 이 단어들이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오늘은 분노의 감정에 쉽게 휩싸였던 과거의 나와 인사하는 기분이었다. 작별인사라기보다는 예전의 나와 정면으로 마주쳐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1) 라자스 rajas, (5) 타마스 tamas, (6) 사트바 satta = (7) 구나 Guna

구나란, 물질적 우주를 바라보는 개념이다. satta(밝은, 가벼운, 선한), rajas(활동적인, 열정적인), tamas(어두운, 둔한, 무거운) 이 세 가지 구나로 구분된다. 모든 사물과 인간 속에는 항상 이  세 가지 구나가 서로 다른 비율로 존재한다. 이 비율은 계속 변화한다.

(2) 우스트라아사나 Ustrasana

(3) 부장가아사나 Bhujangasana

(4)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아사나1 Eka Pada Rajakapotasana1

(5) 그라운딩 Grounding

지면(땅)과 맞닿아 있는 내 신체를 자각해 그곳에 집중해 명상을 한다. 이는 이완을 가져오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8) 뿌루샤 Purusha

쁘라끄르띠를 관조하고, 자신은 활동하지 않는 초월적 참자기로서의 의식이다.

(9) 쁘라끄르띠 Prakriti

물질의 근본 원질로써 활동성을 가진다. 3구나를 가지고 있다.

뿌루샤가 쁘라끄르띠를 쳐다볼 때 쁘라끄리띠의 균형이 깨지고 모든 물질적 형태가 펼쳐지는 세계의 전개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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