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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Oct 26. 2022

요가 수련 일지 2

무의식적인 반응 차단하기

 시작할 때부터 숨이 잘 안 쉬어졌다. 수련할 때 수칙 1,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기. 그래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 내 마음에 시선을 가져갔다. 자세를 위해 불필요한 힘을 주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속으로 계속 말했다. 호흡만을 하자. 그러자 목에서 숨이 막히던 부분이 뚫리면서 내가 불편하다고 인식하는 부분들까지 숨이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오늘 고개를 뒤로 젖히는 자세들을 할 때 혀를 안으로 말아 넣어 입천장 뒤쪽에 붙이고 호흡_케차리 무드라(1) 하는 연습을 계속했다. 혀를 마니까 입 속에서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이 답답하지 않은 공간의 느낌이 목까지 전해져 목도 편안했다. 숨이 말려 있는 혀 위를 가볍게 맞닿으면서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러한 방식의 호흡을 하면서 깨닫기 시작한 게 있다. 평소에도 수련할 때도 참을 수 없는 간지러운 감각이 일어날 때가 있는데, 예를 들어 뒤로 고개를 젖히는 자세를 할 때 내 뒷목이 접히면서 목에 있는 살끼리 만났을 때 불편하고, 발가락끼리 닿으면 간지럽고 불편하다. 이럴 때마다 나는 재빠르게 불편한 부분을 긁어 버리는데 사실 이 간지러운 느낌은 겉이 아니라 미세하게 속에서 나는 느낌이라는 것을 긁으면서 깨닫게 된다. 긁기 시작하면 오히려 더 답답해지고 불안한 기분이 증폭된다. 하지만 나는 간지러운 감각이 일어날 때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해 왔다. 이런 느낌들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해 버린 것이다. 평소에 신경 쓰지 않았던 케차리 무드라_(1)를 의식해서 수련하니까 내 평소 습관에 대해 의식의 전환이 일어날 수 있었다. 이 지점을 알아차린 나는 이 불편한 간지러움을 시간을 가지고, 호흡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호흡을 하며 바라보니 마냥 긁어버렸을 때와는 다르게 정확히 어느 부분이 간지럽고 불편한지 찾아낼 수 있었다. 그 부분들은 단순히 목 뒷덜미, 발가락이 아니라 매우 얇다고 느껴지는 살가죽과 살가죽 사이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이었다. 미세한 실들이 지나다니는데 그 실들이 마찰을 일으킬 때마다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내가 그곳에 시선을 가져가니 마치 화면을 터치해서 점점 키우는 것처럼 얇은 살가죽이라고 느꼈던 부분이 점점 넓은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공간에 계속 호흡과 시선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이런 관찰이 조금 더 아사나_Asana(2)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나는 그 시간 동안 집중하게 되어 고요히 그 부분을 바라볼 수 있었다.

 부장가아사나_Bhujangasana(3)를 하는데 오른쪽 골반이 왼쪽보다 뜨는 상황이 일어났다. 평소 같았으면 눈으로 내 자세가 어떤지 확인하면서 정렬을 맞추려고 했겠지만 오늘은 시각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내 몸을 내적 눈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눈을 감고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머리부터 차근차근 보니까 치골을 바닥으로 누르려고 엉덩이에 힘을 너무 많이 주고 있었다. 힘을 오른쪽에 더 많이 주고 있어서 오른쪽 엉덩이가 더 떠있는 것이었다. 숨을 내쉬며 엉덩이에 힘을 빼니까 치골이 바닥에 온전히 가라앉았고 이내 내 몸의 균형이 느껴졌다.

 요즘 저녁 수련을 나오면서부터 눈으로 자세를 고치고 변형하려는 습이 들고 있었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에는 거울이 없는데 저녁에는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잘 보여서 자꾸 눈으로 보고 내 자세를 판단하고 바꾸려고 했다. 시각적으로만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되니까 아사나_(2)에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심지어 내 눈으로 본모습은 왜곡되어 보인다. 절대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 그래서 요즘 요가할 때마다 눈으로, 머리로 나를 판단하려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저 느끼고 관찰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나에게 주는 새로운 숙제이다.





(1) 케차리 무드라 Khecari mudra

입을 다문 상태로 혀를 뒤로 말아 입천장 뒤쪽에 붙이고 호흡을 한다.

(2) 아사나 Asana

요가 자세를 일컫는다.

(3) 부장가아사나 Bhujangas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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