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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Oct 20. 2022

요가 수련 일지 1

바라보고 알아차리기

 오랜만에 하는 아쉬탕가ASHTANGA YOGA라 기대가 많았고 두려웠다. '몸이 가벼워지겠지'란 기대감과 '힘이 없어졌을 것 같다'는 두려움.

 오프닝 만트라를 할 때 느껴지는 그라운딩_Grounding(1)으로 인해 이런 판단들은 사라지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점이 아쉬탕가의, 그리고 요가의 가장 큰 힘이라고 느껴진다.

 오늘은 마지막 식사를 한 후 4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수련을 했다. 한두 시간 전에 가볍게 먹는 것보다 충분히 먹은 후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라는 실험을 해보고 있는 중인데,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충분히 먹고 공복을 유지하니까 영양분은 충분한데 소화도 다 된 상태여서 몸이 힘이 있으면서도 가벼운 느낌이었다. 공복으로 인해 좀 어지럽긴 했어도 이 어지러움은 수리야 나마스카라 A_Surya Namaskara A(2)를 하니까 어느 정도 없어졌다.

 오늘은 스탠딩 시퀀스에서 전굴 자세(앞으로 굽히는 자세) 하는데 욷디아나 반다_Uddiyana Bandha(3)가 평소보다 더 잘 잡히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공복을 잘 유지한 데에서 오는 복부 내부의 편안하면서도 힘이 강하게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평소에 전굴 자세를 할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갔었는데 반다가 잘 잡히니까 저절로 힘이 풀렸다. 이 정도로 어깨에 힘이 풀린 느낌은 처음이었다. 더 정확히는 목 쪽, 승모근의 힘이 훅-하고 풀렸다. 요가하면서 뒷목덜미가 느껴진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상체가 가벼웠고 지금 상태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집중은 나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오늘은 평소보다 반다가 잘 잡히니까 새로운 느낌들이 많았다. 비라바드라아사나 1_Viradhadrasana1(4) 할 때도 평소에는 골반이 불편해서 정렬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골반이 풀린 게 아니라 욷디아나 반다가 잡혔을 뿐인데 골반의 느낌이 편안했다. 그리고 계속 반다를 잡으니까 허리가 살살 간지러우면서 굳어있던 부분들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아쉬탕가를 하면 미세하게 많은 부분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지점은 나에게 아쉬탕가는 과학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한다. 아쉬탕가를 마치고 나면, 내 몸 한 군데도 빠짐없이 바라보게 해 줌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

 

  내 몸 상태에 집중해서 바라보면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각들이 생겨난다. 자세마다 새로운 곳이 아프고, 아픈 걸 깨닫게 되면 그곳에 집중해서 호흡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호흡을 불어넣어 준 곳은 되살아나 긍정적인 생기를 띤다.

 또한 요가는 나에게 새로운 이미지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토요일에 지도자 과정 수업을 받을 때였다. 눈을 감은 상태로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빽빽이 우거진 숲 한가운데서 요가를 하는 느낌이었다. 시야에 나무들이 들어왔고, 바람이 느껴졌고, 냄새가 맡아졌다.

 이렇게 새로운 감각들과 이미지들, 경험들을 선사해주는 요가에 오늘도 감사함을 느낀다.




(1) 그라운딩 Grounding

지면(땅)과 맞닿아 있는 내 신체를 자각해 그곳에 집중해 명상을 한다. 이는 이완을 가져오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2) 수리야 나마스카라 A Surya Namaskara A

아쉬탕가 시작할 때 하는 시퀀스이다. 아래 보이는 그림의 순서를 따라 5번 반복한다.

(3) 욷디아나 반다 Uddiyana Bandha

욷디아나Uddiyana는 산스크리트어로 '위로 날다'를 뜻하고 반다Bandha는 '잠그다'라는 뜻이다. 숨을 마시고 내쉴 때 복부를 척추 뒤쪽 위로 올린다는 상상을 하며 행한다.

(4)  비라바드라아사나 1_Viradhadrasan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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