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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Oct 26. 2022

요가 수련 일지 3

새로운 감각과 경험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작업을 하다가 와서 머리가 작업 생각으로 가득  수련을 하는 초반에는 집중이   됐다. 호흡도 꼬이고 이 호흡을 되찾으려고 무리하게 힘을 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주의가 산만해질 때마다 현재의 나는 집중이   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하려고 했다. 어떠한 행동을 취하려고 하기보다 그저  마음을 바라보려고 하다 보니 어느새 수련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할  있었다.

 이번 지도자 과정 수업에서 욷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아사나_Utthita Hasta Padangusthasana(1)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아사나를 행하면서 천천히 호흡을 하며 욷디아나 반다_Uddiyana Bandha(2)를 의식했다. 그리고 땅에 닿아 있는 한 발의 접지면을 의식했다. 그러자 배꼽에서 불이 탁 켜진 느낌이었다. 작은 불이었다. 그 불덩이는 내 상체를 돌아다니면서 점점 커져 내 몸을 따뜻하게 데웠다. 보이차를 마실 때와 약간 비슷한 느낌이었다. 상체가 뜨거워질수록 발바닥의 그라운딩은 점점 강해졌다. 마치 내 발에서 뿌리가 자라 지구와 강하게 맞닿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몸이 뜨거워졌다가 가라앉을 무렵 코에서 우유냄새가 진하게 났다. 우유냄새는 어느 정도 지속되다가 사라졌다. 요즘 식단관리를 하고 있어서 소화기관이 편안한 느낌인데 그래서 더 욷디아나 반다_(2)가 잘 잡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장가아사나_Bhujangasana(3) 10분에 들어갔다. 토요일에 지도자 과정 수업을 하면서 느끼게 된 점인데 평소에 내가 습관적으로 무릎을 계속 밖을 향해 돌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제대로 된 방향성을 찾으려고 두 번째 발가락이 정면으로 향하게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렸다. 그러니까 무릎이 안쪽으로 말리는 느낌이 들었다. 부장가 아사나_(3)를 하면서 몸을 계속 관찰했다. 무릎의 정렬을 맞추려고 했고, 욷디아나 반다_(2)를 제대로 쓰려고 했다. 특히 라자카포타아사나_Rajakapotasana(4)를 하려고 무릎을 접었을 때 왜 이렇게 무릎이 아플까 고민했었는데, 아사나를 행하면서 무릎을 바라보니까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밖으로 돌려 힘을 꽉 주어 잡고 있는 습관을 발견했다. 오늘은 무릎의 회전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신경 쓰니까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 평소만큼 아프지 않았다. 불필요한 힘은 풀고 방향성을 안으로 돌리니 한결 편안해졌다. 그 상태에서 욷디아나 반다_(2)를 잡으니까 편안함이 더 커졌다. 그리고 욷디아나 반다_(2)를 제대로 잡으려고 하니까 평소에 치골을 누르려고 무릎과 복부에서 잘못된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은 특히 우스트라아사나_Ustrasana(5)에서 많은 알아차림이 있었다. 반다의 방향성을 인지하게 된 이후로 모든 아사나를 할 때 자세를 유지하면서 계속 느껴보려고 하는데, 오늘 다른 아사나들과 달리 우스트라아사나_(5)에서 느껴지는 욷디아나 반다_(2)는 유독 새로웠다. 정확히는 반다가 아니라 내가 행하고 있는 아사나가 새로웠다. 이 아사나는 요가를 시작할 때부터 나에게 불안하고, 괴롭고, 우울한 감정을 마주하게 하는 아사나중 하나였다. 신체적으로는 무릎도 아프고, 어깨도 불편하고, 팔꿈치도 굳어 있는 느낌이고, 목도 불편했다. 심리적으로는 계속 골반의 통증이 잊고 있던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과 마주하게 했고, 호흡을 불규칙하게 만들었고, 아사나를 버틸 수 없게 했다. 오늘 나는 우스트라아사나_(5)를 하면서 이만큼 평온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반다를 잡으니 코가 아니라 배꼽으로 숨이 들어갔다 내쉬었다 하는 느낌이었다. 몸속이 빈 것처럼 가벼웠다. 내쉴 때 반다를 잡으니 목과 어깨에서 공간이 생겼다. 이 공간은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공간이었지만 나에게는 넓은 초원 같은 광활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배꼽으로 들어온 숨이 내 척추를 하나하나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었다. 저번 주에 카포타아사나_Kapotasana(6) 하면서 등에 자극이 엄청 강했었는데 그 자극이 있던 곳에 숨을 불어넣어 공간을 확장시켜주는 느낌이었다. 반다와 숨이 내 상체를 계속 들어주었다. 나는 편안히 그것을 느끼기만 하면 되었다.

 우스트라아사나_(5)에서 느낀 점이 카포타아사나_(6) 할 때도 이어졌다. 이전에는 허리에서만 몸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등이 4군데로 나뉘어서 각각의 공간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자세를 딱 만들었을 때 평소와 다르게 케차리 무드라_Khecari mudra(7)와 욷디아나 반다_(2)를 같이 잡으니까 숨이 차지 않게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었다.

 아직 전굴 자세(앞으로 굽히는 자세)를 할 때나 2시간이라는 수련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반다를 잡기는 힘들지만 평소에 힘들었던 아사나들이 변해가는 모습이 나에게 큰 지복의 감각으로 다가온다.





(1) 욷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아사나 Utthita Hasta Padangusthasana

(2) 욷디아나 반다 Uddiyana Bandha

욷디아나Uddiyana는 산스크리트어로 '위로 날다'를 뜻하고 반다Bandha는 '잠그다'라는 뜻이다. 숨을 마시고 내쉴 때 복부를 척추 뒤쪽 위로 올린다는 상상을 하면 행한다.

(3) 부장가아사나 Bhujangasana

(4) 라자카포타아사나 Rajakapotasana

(5) 우스트라아사나 Ustrasana

(6) 카포타아사나 Kapotasana

(7) 케차리 무드라 Khecari mudra

입을 다문 상태로 혀를 뒤로 말아 입천장 뒤쪽에 붙이고 호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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