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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Oct 30. 2022

요가 수련 일지 6

대비되는 두 날의 경험

금요일

 요가원을 오랜만에 아침에 갈 수 있었다. 요가원에 가는 길이 햇빛에 예쁘게 빛났고, 딱 좋은 온도의 바람까지 불어서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보는 오전반 선생님들도 반가웠다. 수련을 하면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상쾌했다. 이러한 자원_(1)들이 몸속에 행복하고 몽글몽글한 감정들을 꽉 차게 만들어주었다. 아쉬탕가 시퀀스ASHTANGA YOGA로 몸에 에너지를 가득 넣어주고 난 다음 하는 후굴(뒤로 굽히는 자세) 아사나_Asana(2)들은 그 에너지를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호흡을 하는 순간순간마다 내 몸은 행복한 감정으로 부풀어 올랐다. 코로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좋아서 호흡도 더 깊게 많이 하고 싶었다. 완벽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날이라는 생각은 오후에 무너졌다.

토요일

 요즘 나는 타인과의 관계, 작업, 부족한 수면 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와중에 PMS(월경 전 증후군)가 이번 달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근데 또 하필 이 기간에 친구와 트러블이 있었다. 이 문제는 친구 문제가 아니라 내가 친구를 통해 투사한 내 모습이 싫었던 것이었다. 투사를 했다는 점을 깨달은 나는 칭찬해 주고 싶지만, 내 마음은 많이 약해져 있었다. 스트레스를 버텨내기 힘들었다. 그렇게 기분은 어제 오후부터 계속 가라앉고 있었고 또 하필 오늘 아침, 날이 좋지 않았다. 어제와 대비되는 날씨에 기분은 더욱 가라앉았다. 그 상태로 수련을 했다. 부장가아사나_Bhujangasana(3)를 하는데 승모근이 너무 저리고 따가웠다. 승모근의 아픔이 목과 가슴 그리고 등까지 점점 아래로 계속 퍼졌다. 상체가 아파서 내 온 시선을 빼앗겨버려서 욷디아나 반다_Uddiyana Bandha(4)를 행하지 못해 상체의 고통은 점점 배가 됐다. 이 상태로 우스트라아사나_Ustrasana(5)를 힘겹게 버티고 라구 바즈라아사나_Laghu Vajrasana(6)를 하고 카포타아사나_Kapotasana(7)에 들어갔다. 이 날의 후굴(뒤로 굽히는 자세) 내 마음을 계속 건드렸다. 이 마음이 어떤 감각을 만들어내는지 바라봤다. 바라볼수록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울어도 된다라고 나 자신에게 얘기했다. 억지로 울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냥 눈물이 날 때 흘렸다. 몸 감각을 계속 느끼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봤다. 몸 구석구석을 확인했고 하나하나 다독여주었다. 눈물을 통해 안 좋은 마음들이 방출되면서 몸에 과하게 들어가 있던 힘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금, 토 연달아 수련을 했는데 두 날의 감정이 180도 달랐다. 금요일에는 행복함이 내 몸을 움직였고, 토요일에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 몸을 가라앉혔다. 두 날동안 겹친 아사나_(2)들이 꽤 있었는데 같은 아사나_(2)를 해도 내 감정과 기분에 따라서 몸의 느낌이 바뀌었다. 기분이 좋았을 때는 아픈 감각이 간지럽고, 풀리고, 팽창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우울할 때는 간지러움이 뾰족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내가 눈을 감고 그 감각을 시각적으로 느낄 때도 행복한 금요일에는 아픔이 시원한 민트 솜 같은 밝고 하얀 느낌이었는데 우울한 토요일에는 거대하고 뾰족한 모양들이 무수히 날 서 있었고 몸속이 검붉게 뒤엎여있었다. 하지만 토요일에는 금요일과 바로 대비되어서 그런지 솜 위에 거대한 껍데기를 씌우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음이 힘들수록 관찰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계속 수련하다 보니 관찰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내가 만들어졌다. 힘든 하루였지만 그렇기에 더 깨달을 수 있는 날이었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1) 자원

요가에서의 자원은 수련하는 동안 나의 평안함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어떤 것이다. 내 신체 중이나 혹은 날씨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다.

(2) 아사나 Asana

요가 자세를 일컫는다.

(3) 부장가아사나 Bhujangasana

(4) 욷디아나 반다 Uddiyana Bandha

욷디아나 Uddiyana는 산스크리트어로 '위로 날다'를 뜻하고 반다 Bandha는 '잠그다'라는 뜻이다. 숨을 마시고 내쉴 때 복부를 척추 뒤쪽 위로 올린다는 상상을 하며 행한다.

(5) 우스트라아사나 Ustrasana

(6) 라구 바즈라아사나 Laghu Vajrasana

(7) 카포타아사나 Kapotas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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