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과 노인들

by 김정준



헬스장을 찾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 집에서 가까운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하는데, 오전이나 오후 5시 이전, 즉 낮시간에 가면 절반은 65세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들(남여 비율은 비슷함)이다.

저녁 식사 후 늦은 시간에 가도 낮 시간보다는 덜하지만 꽤 많은 노인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외적으로 보기 좋은 몸매(몸짱)를 만들기 위해 땀을 쏟으며 경쟁적으로 운동을 하지만, 노인들은 전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이다.


노인들은 걷기만 해도 된다. 다른 운동은 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걷기는 가장 쉬운 운동이면서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근력이 점점 약해지고 근육은 줄어든다. 걷기나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근력, 근육의 감소를 막아낼 수는 없다.

바벨(Barbell)이나 덤벨(Dumbbell), 또는 전용 트레이닝 머신을 사용하여 근력, 근육 량을 증가시키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격한 운동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노인들에게 필요하다.


헬스장에서 다양한 기구를 이용하여 근력운동을 하는 노인들(여성은 주로 유산소 운동)을 볼 수 있다. 케이블 크로스 오버, 인클라인 벤치 프레스, 디클라인 벤치 프레스, 플렛 벤치 덤벨 프레스, 인클라인 덤벨 프레스, 덤벨 풀 오버 등…… 이런 운동은 가슴뿐만 아니라 신체의 각 부위를 튼튼하게 단련시켜 준다.

젊은이 못지않은 다부진 근육을 과시하는 노인들도 있다. 나이가 들면 근육은 가파르게 감소하는데 탄탄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 운동량 이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노인들이 많이 있지만 아직도 운동과 담을 쌓고 있는 노인들도 많다.

사우나에 가면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운동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비정상적인 몸매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가슴보다 배가 더 앞으로 튀어나오고 가슴둘레보다 배둘레가 더 굵다. 배꼽은 복부 지방에 꼭꼭 숨어버려 찾을 수가 없고, 보이는 것은 군살(지방)뿐이다. 반면에 근육도 지방도 없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노인들이 많다. 젖가슴이 흘러내려 쳐져 있고, 거미처럼 가는 팔다리에 근육이 빠진 엉덩이는 불도그 얼굴처럼 굵은 주름이 생겨 아래로 쳐져 있다.


노인들에게 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건 자기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다.

물론 오래전엔 헬스장이 많지 않았고, 사설이라서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헬스장이 대중화되어 어디 서나 볼 수 있고, 값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저렴한 곳이 많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헬스장은 사용료가 더 저렴하다. 지역 주민에게는 할인혜택이 있고,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추가 할인이 된다. 주말을 제외한 주중에만 이용하면 또 할인이 되어 2만 원 남짓이면 한 달을 운동할 수 있다. 2-3만 원의 돈도 부담스러워하는 노인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은 아파트 단지 내에 헬스장을 설치하고 무료(관리비에 의무 부과하는 곳도 있음)로 운영하는 곳이 많고, 놀이터에도 갖가지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아파트에 살지 않는 노인들은 인근 공원이나 산책로에 설치되어 있는 운동기구를 사용하면 된다. 전에는 대부분 유산소 운동기구였으나 지금은 근력운동 기구도 늘어나고 있다.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돈을 한 푼 지출하지 않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내가 이용하는 헬스장에 유독 눈에 띄는 어르신이 있다. 7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그 옆에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그림자처럼 붙어있다.

둘은 운동하기 전 스트레칭으로 몸을 꼼꼼히 풀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유산소 운동보다는 근력 운동에 집중한다.

50대 남성은 어르신에게 운동 기구 사용법을 손수 실행하며 자세히 설명을 한다. 그런 후 기구를 알맞게 세팅을 해놓고 어르신이 운동을 하게 한다.

어르신의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제대로 교정해 주고 운동도중에 힘이 달려 버거워하면 기구를 들어 도와준다. 여러 가지 기구를 사용하여 가슴, 어깨, 팔, 엉덩이, 허벅지, 종다리 등 균형 있는 운동을 돕는다.


나는 그들의 관계가 궁금했다. 어떤 사이길래 50대 남성은 어르신을 왕을 모시는 신하처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것일까?

아들일까? 그러나 아들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가 함께 헬스장을 찾는 경우는 흔치 않을뿐더러, 아들이 트레이너처럼 아버지를 지도해 주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들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털어놓기 일쑤였다. ‘아들 낳았다고 좋아할 것 하나도 없다. 결혼을 하면 남이 되어버린다. 아비라고 찾아오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사위일까?

요즘에는 아들보다 사위와 가깝게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고 한다. 아내가 사랑스러우면 장인도

소중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만일 사위가 아니라면 개인 트레이너?

돈이 많은 어르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어느 날, 어르신과 50대 남성이 사용하는 헬스기구 옆에서 운동을 하던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일부러 귀 기울인 게 아닌 데도 거리가 가깝다 보니 토시하나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무게 괜찮아? 무거우면 무겁다고 말해 조절해 줄게. 그리고 알지? 가슴까지 잡아당기며 숨 내쉬고 서서히 놓으면서 숨 들이마시는 거. 자 그럼 해봐.”

50대의 남자가 70대의 어르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야, 이건 좀 무겁다. 한 단계 가볍게 해 줘.”

어르신이 말했다.

놀랍게도 그들의 대화는 친한 친구끼리 사용하는 말투였다.

아이들과 젊은 아빠 사이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들어왔지만, 노인에게 반말하는 50대의 남성은 본 적이 없었다. 정상적이지 않은 대화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줄곧 함께 생활해 왔고, 격의 없이 친밀한 관계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관계가 궁금하였었는데 부자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위라면 아무리 가깝다 할지라도 말을 놓을 수는 없다. 개인 트레이너라면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노인들에게 가장 값지고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건강을 잃으면 병원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어야 한다. 그런 생활은 본인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식들까지 힘들게 만든다. 게다가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늘어나 경제적으로 어렵게 만들며, 국가 보험 재정에도 타격이 크다.

그러고 보면 헬스장에서 보는 70대 어르신의 운동을 돕는 50대 아들은 아버지에게 가장 큰 선물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자식이 어렸을 때 온 정성을 다해서 애지중지 돌보았던 부모님, 이젠 자식들이 연로한 그 분들의 건강을 돌보아드려야 하지 않을까?

부모님과 함께 헬스장을 찾는 것은 건강을 지켜드리는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한다.

많은 부모와 자식이 함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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