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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Dec 21. 2023

런던 살인 사건 7 (유라의 사생활)

“감자튀김 다 먹고 이제 피쉬를 먹으려고 하는 순간에 끌고 나오면 어떻게 하나? 포장해 달라고 하고 조금만 기다리면 포장해줄 텐데 그걸 못 참고 나를 이렇게 끌고 나오기야? 나이 들어서 밖으로 다니면서 배고프면 얼마나 힘든데……. 이건 해물파전 냄새만 맡고 바삭한 해물파전 한 젓가락 못 먹는 것만큼 비극적인 일이라고. 꼭 목마를 때 물을 입에 머금었다가 넘기지 못하고 뱉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야."



김성현 영사는 화가 많이 났다.



“형님, 아니 영사님. 지금 유라를 만나서 물어봐야 할 거 아닙니까? 민희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들어야지요. 유라가 마음이 언제 변할지도 모르고요. 변덕이 심한 아이라고요. 영사님은 어렸을 적부터 먹을 것을 그렇게 밝히시더니. 중요한 일을 앞두고 먹는 것만 챙기시깁니까? 나중에 사건 끝나면 제가 어련히 한턱낼 텐데 그걸 못 참고 그러세요?”



“내가 언제 먹을 것을 밝혔다고 그래. 개도 먹을 때는 안 건드린다고 했어. 우리를 위해 주방장이 애써 요리한 음식을 두고 나오니까 마음이 아파서 그렇지. 또 그 음식을 버리면 자연환경이 얼마나 더 파괴되겠나. 아파하는 지구를 생각하면 내 마음이 아파.”



김성현 영사는 능청스럽게 변명을 하고서야 조금 누그러들었다. 음식을 먹지 못하고 나와야 되어 속이 상한 건 영욱도 마찬가지였다. 김 영사가 음식을 자신의 앞으로 당겨두고 먹는 바람에 몇 조각 입에 못 대고 있다가 이제 막 포크를 가져다 대려는 순간이었는데 경태의 성화에 못 이겨 하이드파크를 향해 나와야 했으니까. 하지만 경태가 음식값을 지급했으니 그만이려니 생각했다.



“하이드파크 돌고래 모양 분수대가 어딘지는 아나? 영욱군?”



김영사가 이제야 제정신이 든 듯 말했다.



“네. 자전거 타고 공원을 자주 돌아서 알아요. 이쪽이에요.”



영욱은 두 사람을 약속 장소로 안내해 갔다


그들은 돌고래 모양 분수대에 약속 시각에 도착했다. 5분여 뒤 한 여성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는 아이 손을 잡고 나타났다. 그 여성은 낙타색 코트를 입고 화장기 없는 핼쑥한 모습이었다. 아이는 돌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아. 오빠. 잘 지내셨어요?"



그 여성은 경태를 알아보고 상냥하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니, 유라야. 어쩐 일이야. 이 애는 누구야?”



경태는 조금 뒤 그 여성을 알아보고 말을 했다. 영욱과 김영사도 그 여성을 함께 쳐다보았다. 작년까지 걸그룹 활동을 하던 여성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게 풍만한 몸매와 나이든 얼굴을 한 유라가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어, 그럴 일이 있었어요. 잠깐 앉을까요?"



유라는 경태를 향해 편안하게 말했다. 유라는 그제야 경태의 뒤에 있는 영욱과 김영사를 발견하고 말했다.



“그런데 이분들은 누구세요?”



"응. 이분들은 오빠를 도와주고 계신 분들이야. 인사해. 이 분은 대사관 경찰 영사 김성현 영사님, 또 이 분은 통역 및 수사 자문 영욱 홈즈군."



"네, 반갑습니다. 난 또 기자분들이신가 해서. 저희 둘이 잠깐 이야기 할 수 있게 해주시겠어요?"



영욱과 김영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허락을 표시하고 멀찌감치 서서 그들을 살펴보았다.



#



"영사님 돗자리 까셔야겠는데요? 아까 애라도 하나 낳은 거 아니냐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진짜 애를 데리고 올 줄이야! 진짜 대단하세요."



영욱은 김영사를 향해 엄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김 영사는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요즘 뉴스를 챙겨보는 게 내 비법이랄까. 뉴스를 열심히 보면 예지력이 생긴다네. 자네도 점 좀 봐줄까? 우리는 곧 커피를 마시게 될 것이다. 어, 저기 자판기가 있네. 어때? 내 점 잘 맞지? 자판기에서 커피나 뽑아먹자."



영욱과 김영사는 캔커피를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제가 말한 개인 상황이라는 게 이거였어요. 경태오빠. 오빠한테는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키아라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요즘 회사는 잘 되어가죠?”



"그래. 유라야. 다른 애들은 각자 개별 활동을 하고 있어. 네 아들이니? 그동안 아들 낳고 사느라 고생이 조금은 됐겠다. 너희 가족이 쑤셔놓고 가서 화가 난 국민의 마음의 상처만큼은 안 되겠지만."



경태는 유라의 상황도 이해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경건한 마음으로 촛불을 든 국민을 떠올리며 유라에게 화도 났다.



"촛불은 불면 꺼진다고 우리 이모가 말했어요. 아, 아니…… 그저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이 잊히길 바랄 뿐이에요."



“그래. 유라야. 그런데 민희는 어떻게 된 건지 혹시 아니?”



부글부글 끓는 속을 진정시키며 앞니를 꽉 깨물고 경태는 유라에게 물었다. 감정을 앞세우다가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제가 의심받는 상황이었죠? 맞아요. 제가 철이 없을 때 민희를 질투도 하고 그 애를 괴롭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도 이제 아들을 낳고 엄마가 되었고요. 집안 사정으로 지금 숨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이제 민희를 미워하지 않아요. 사실 그날은 민희를 도와주려고 만난 거예요.”



“도와주려고 했다고? 민희에게 무슨 위험한 일이라도 있었니?”



예상치 못했던 유라의 말에 경태는 다소 놀라며 말했다. 민희에게 매니저인 경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인가?



“사실 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하다가 한 아이를 알게 되었어요. 그 아이는 키아라의 악플러였어요. 제 기사에 악플을 달아서 혼 내주려고 악플을 조사하다가 그 아이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사이트에는 키아라 특히 민희에 대한 악플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사실 악성 댓글 게시자나 스토커 없는 연예인은 없잖아. 그걸 모르는 너희들이 아닐 텐데?”



경태는 유라를 다그쳤다. 사실 연예인들에게 그런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라 그러려니 넘겨야 하는 문제였다.



“저는 그 사이트에 올려진 글들을 몇 개 읽어봤어요. 대부분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어요.”



“그게 뭐야?”



“그건 민희의 출생에 관한 것이었어요.”



경태는 총에 맞은 것처럼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을수 밖에 없었다. 민희의 출생이라니! 민희에게 연인인 경태가 알지 못하는 어두운 과거라도 있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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