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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Dec 25. 2023

런던 살인 사건 8 (민희 출생의 비밀)

"그 악성 댓글 게시자가 혹시 블루베리니?"



경태가 물었다.



"맞아요. 아이디가 블루베리였어요. 그 아이는 자신이 민희의 출생의 비밀을 안다고 떠들고 다녔어요. 무언가 구린 게 많다며 본인이 아는 것의 10%만 말해도 민희를 파멸시킬 수 있다고 떠들고 다녔죠. 민희에게 전화 그것을 알려줬어요. 지난번에 오빠하고 통화하고 난 직후에요. 민희에게 블루베리에 관해 이야기했더니 피해망상증 환자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군요. 블루베리는 민희가 자신과 일란성 쌍둥이라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민희가 혼자서만 사랑받으려고 자신을 쫓아냈다고 했어요. 그래서 자신은 고아가 되었다고요. 저도 처음엔 안 믿었어요. 그 목걸이 사진을 보기 전에는요."



유라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블루베리가 증거라면서 그 사이트에 올린 목걸이 사진을 봤어요. 아니 제가 지금 보여드릴게요. 그게 더 빠를 거 같네요."



유라는 아이를 달래며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그건 원숭이가 그려진 금으로 된 목걸이 펜던트였다.



"아니, 이건!"



"네. 맞아요. 이건 민희가 가진 것과 똑같은 목걸이지요. 우리 활동 중에 사진 촬영할 때 목걸이를 빼야 할 때도 민희는 그 목걸이를 빼고 싶어 않아 해서 매니저님이 고생하셨잖아요. 부모님이 주신 유품이라며....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돈 주고도 못 사는 거라며 민희가 말한 그 펜던트요. 이건 민희가 힐링 텐트 가서도 말 안한거잖아요."



경태는 블루베리가 기억났고 블루베리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민희에게 그 사진을 보내줬어요. 그러자 민희가 블루베리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블루베리가 지금은 한국에 없고 영국에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민희에게 전해줬죠. 그러니까 민희가 영국으로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경태는 민희가 누군가를 만난다며 영국으로 가겠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그럼 네가 민희에게 블루베리의 연락처를 준거니?"



경태는 유라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었다.



"네. 저는 민희를 사흘 전 아침에 레인즈버로우 호텔에서 만났어요. 우리 아들도 보여주고 지난 이야기를 했고요. 또 어제 블루베리도 만나서 이제 악플 달지 말고 착실하게 살라고 타이르고 독일로 돌아가려던 길이었어요."



경태는 유라가 철이 든 것이 너무 신기했다. 꼭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그렇구나. 그럼 그날 아침 먹으면서 블루베리의 연락처를 민희에게 전해주었고?"



"네, 민희가 오후에 전화를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민희는 기쁘기도 슬프기도 한 거 같더라고요.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건 기쁠 테지만 지금까지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떨어져 지내야 했으니 슬프기도 했을 거예요."



경태는 이야기를 끝내고 유라를 배웅했다. 곧 영욱과 김영사에 합류하여 둘이 나눈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민희가 옛날이야기를 안 해줄 때 그냥 평범하게 지낸 줄 알았지 그런 일이 있었을지는 몰랐어요. 혼자서 감당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경태는 본인이 민희를 혼자 보낸 것에 대한 또 잘 돌봐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 자책하고 있었다. 한편 영욱과 김영사는 유라의 달라진 태도가 놀라웠다.



“참…… 사람이 엄마가 되면 개과천선하기도 하나 봐. 유라를 보면…….”



김성현 영사가 말했다.



“과연 그럴까요?”



영욱은 걸그룹 시절 유라의 이미지와 오늘 만나서 확인한 유라의 이미지가 너무나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그러게……. 아마도 아들을 위해 인생을 다시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나 보지. 부모란 그런 거니까.”



김영사도 허탈한 듯 이야기를 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왜 민희는 죽은 걸까요?”



경태의 의문에 영욱이 대답했다.



“일단 유라 씨가 알려준 민희의 여동생을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 참 그리고 민희의 이모님이 지금 오고 계신다면서요. 충격이 심하시겠지만 쌍둥이 여동생과 만나게 되면 함께 만나면 어떨까요?”



“유라 씨는 왜 우리에게 이런 걸 알려준 걸까요?”



영욱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리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고 완전 다른 사람이 되는 게 가능한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러네. 일단 여동생부터 만나보자고. 주소 좀 봐봐. 여기 어디야?”



영욱은 주소를 들여다보았다. 이건 보편적인 영국의 주소가 아니었다.



“어 영국의 주소는 하우스 넘버, 거리 이름, 도시, 주 순서로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건 그게 아닌데요. 구글에 알아볼게요.”



영욱은 구글 맵에 받은 주소를 입력했다. 주소는 놀랍게도 타워브리지 남단이었다. 템즈강에 있는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관광객이 늘 몰리는 곳이었다.



“유라 지금 장난하는 거야? 여기서 처음 보는 사람을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이게 주소라니 우리를 놀리는 거야?”



전해 받은 쪽지의 위치가 관광객이 많이 찾는 타워브리지라는 것을 안 김영사는 흥분했다.



“잠깐만요. 유라 씨는 단지 전해 준 것일 뿐일 거예요. 블루베리란 분이 의도한 게 무엇인지 알 거 같아요.”



영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민희 씨 이모님이 오신다고 했죠? 몇 시에 오시죠?”



“오늘 히드로에 5시에 들어온다고 했어요. 좀 있다가 픽업하러 가려고요.”



경태가 핸드폰으로 일정을 확인하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잠깐 민희 씨 핸드폰을 좀 주시겠어요?”



“아 그런데 뭐 하시려고? 함부로 열어보시고 그러면 안 되는데…”



“아, 네. 여동생분 번호로 문자를 넣으려고요. 여동생이라도 혹시 여기로 입양을 온 거면 한국말이 아주 많이 서툴 거에요. 영어로 제가 문자를 보내겠습니다. 타워브리지에서 7시에 만나자고 보낼게요. 괜찮겠죠?”



영욱은 경태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아 그런 거라면… 문자 보내십시오. 여기.”



영욱은



[Meet me at the place at 7 pm. Let me know if you will come or not ASAP. Minhui]



라고 짧은 문자를 보냈다.



“하하. 이 정도는 저도 알아보겠네요. 길지만 않으면 저도 이해가 되네요.”



“그럼요.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지요.”



민희의 핸드폰으로 곧 답 문자가 왔다.



[지난번처럼 나를 보면 문에 노크해. 좀 이따봐.]



“이게 다입니까? 진짜 약속이 된 거에요?”



“그런 거 같은데요. 블루베리가 한국말을 잘하는가 본데요. 이모님 픽업하셔서 저와 만나서 함께 가시죠. 그리고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한번 지켜보자고요. 7시 10분전에 타워브리지 남단에서 뵙는 거로 하죠.”



영욱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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