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되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은 예측하기 어렵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6시 30분에 눈을 떴다. 침대 위에서 잠깐 몸을 뒤척이다 거실로 나와 유튜브를 틀었다. 그냥 흘려보는 영상이 아니라, 나의 영어 듣기 실력을 조금이라도 늘려보려는 시도였다. 아벨미가 추천해 준 영문 동영상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평소 오후에 수업이 있는 칠리안 알바로가 이례적으로 오전 수업이 있다며 일찍 일어났다. 샤워를 재빠르게 마치고 7시 반쯤 집을 나서는 그를 보며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평소 아침잠이 많던 콜롬비아 친구 아벨미가 갑자기 방문을 열고 나와 내 샤워 시간대인 7시 50분에 욕실로 들어갔다. ‘어?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싶었지만, 곧 끝나겠지 싶어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시계는 8시 20분을 지나고 있었고, 그는 여전히 샤워 중이었다. 급한 마음에 문을 두드릴까 고민도 했지만, 괜히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참기로 했다. 결국 그는 8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욕실에서 나왔고, 나는 남은 시간 동안 눈치 보듯 빠르게 씻고, 양치와 면도까지 약 10분 만에 마무리해야 했다.
사실 아침마다 내가 학교에 가는 일정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조용했던 리듬이 깨진 날이었다. 별것 아닌 일 같지만, 익숙한 일상이 틀어지면 심리적으로 꽤 큰 영향을 준다. 마음에 여유도 없이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바쁜 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요즘 몰타는 점점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어 아침 햇살조차도 따갑다.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그래서 평소엔 일부러 서두르지 않으려 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결국 나는 평소보다 훨씬 빠른 걸음으로 학교까지 뛰어야 했다.
나는 원래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여유 있게 준비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각’이라는 말은 내 생활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는데, 오늘은 예외였다. 수업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였고, 나는 식지 않는 체온을 수업시간 내내 부채질하며 겨우 숨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작은 변수 하나가 하루를 이렇게 뒤흔들 줄은 몰랐다. 정말, 삶은 예측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