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되기
두브로브니크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 오후 2시 45분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전날, 늦은 오후에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며 이 도시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었기에, 떠나기 전 오전에 한 번 더 가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가지 않기로 마음을 접었다.
물에 젖은 옷을 처리하는 것도 번거로웠고, 무엇보다 숙소 체크아웃 시간이 오전 10시였기에 괜히 서두르느니 일찍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6월 말의 크로아티아. 한낮의 더위는 꽤나 위협적이었다. 땡볕에 짐을 메고 이동하다 보니, 아침에 갈아입은 옷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두브로브니크 도심은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해안 바로 옆에는 깎아지른 돌산이 이어졌고, 사람들은 그 산을 등지고 바다를 향해 마을을 지어 살고 있었다. 바다가 늘 가까운 도시, 그만큼 햇빛도 정면에서 쏟아지는 곳이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최근에 리모델링했는지 몰라도 실내는 무척 깨끗하고 환했다.
수하물은 따로 맡길 게 없었다. 늘 그렇듯 백팩 하나만 메고 다녔기 때문이다. 나는 공항 벤치에 자리를 잡고, 무료 와이파이를 연결해 시간을 때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폰 화면에 항공사 앱 알림이 떴다.
‘Flight delay.’
지연 공지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연착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고, 상황에 따라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 겨울철 폭설로 딱 한번 비행기가 연착된 경험은 있었지만, 이렇게 낮 시간에, 게다가 이유도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혹시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혹시 나폴리 여행이 무산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초조한 마음에 항공사 카운터로 가 직원에게 물어봤다.
직원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단지 1시간 정도 연착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안심이 되는 동시에, 괜히 스스로 긴장했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비행시간이 오후라 여유도 있었고, 공항에서 간단히 식사도 하고, 쇼핑몰을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생각보다 금방 시간이 흘러갔다.
작은 해프닝이었지만, 덕분에 공항이라는 공간에서 '조금 느긋하게 기다리는 법'을 다시 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