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 질투 용광로에서 살아남기 2

<자유를 향한, 마음지도>5

by 이기담

이야기


째째에게 시기의 감정은 고통스러웠다. 시기를 하는 일도 고통스러웠지만 시기를 받는 일 또한 기분 좋지 않았다.


“야, 공부만 잘하면 다냐?”

“경림이가 나랑 먼저 친구 했어. 근데, 왜 뺏어가? 왜 내 친굴 뺏어가냐고? 니가 뭔데?! 니가 뭔데에!!”

“가난해서 매점 보는 주제에에!!”


중학교 2학년, 열다섯 살 아이들도 알았다. 어떤 패를 꺼내 상대를 공격해야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지. 그러니까 가난과 공부는 아이들이 째째에 대한 공격 포인트이자, 시기 포인트인 셈이었다.

주어진 조건을 바꿔나갈 힘이 없음에도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을 공격으로 삼을 만큼 영악했다.
째째는 매점을 봤다. 일종의 근로장학생이 된 것. 중학교 2학년이 되자 엄마는 말했다.


“매점 일을 하면 어떻겠냐. 힘들겠지만 그럼 2학년은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근로장학생이 되라는 것. 째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적 장학생은 되지 못했으니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더구나 중학교를 입학할 때 아버지의 반대를 생각한다면.

근로장학생 조건은 학교에 있는 매점에서 아침 1시간, 점심 1시간, 하교 후 1시간 아이들에게 빵과 우유, 학용품 같은 생필품을 파는 것.

친구는 바로 이 점을 공격한 것이다.

근로장학생이라는 건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바로미터. 그것도 2학년 전교생 중에 단 두 명이 드러내는 대표 표상이었다.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가난의 표상.

째째는 친구들의 비난을 들을 때 드는 지독한 치욕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친구들의 시기와 가난하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공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스스로의 마음에서 자라는 시기에서도 자유롭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지?'

'왜 사람들은 불편하고 잔인한 이 마음을 가지고 사는 거지?'

'시기하고 싶지 않아! 어떤 시기에도 끄덕하지 않는 내가 되고 싶어!'

마음이 비명을 질렀다.

'아,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해.'


그러다…… 째째는 방법을 찾았다!


'공부를 하지 않는 거야! 공부 잘하지 않으면 친구들이 나를 시기하지 않을 거야. 나도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을 거야!'


공부하지 않는 것.

그냥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


째째는 공부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공부하지 않는 건 너무 쉬웠다. 편했다.

성적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성적 순위로 시기하던 째째의 마음도, 친구들의 시기도 사라졌다.

그렇게 재미있던 수학 성적도 하향을 시작했다.




덧붙이는 생각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저마다의 생명체들에게는 욕망이 있고, 그 욕망 때문에 생명체들은 살아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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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하고, 45억 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지고, 이 태양계 속 행성인 지구에 35억 년 전 생명이 태어나면서부터 진화해 온 모든 생명체를 살아가게 하는 동력. 욕망.

태어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생명 유지 본능.

긴 시간 동안 저마다 품고 있는 욕망을 더 욕망하고자 하는 욕망.(자살을 통해 태어난 삶을 결정하는 일이나, 태아를 두고 벌이는 인위적 낙태 같은 일은 여기서는 열외로 두자.)


아파트 베란다에 스물세 종류의 화초를 키운다.

식물을 키우면서 식물들의 욕망을 알게 됐다. 햇볕을 향해 일제히 몸을 돌리고, 줄기를 뻗는 식물들의 욕망은 살고자 하는 본능이었다. 더욱 무성하게 키를 키우고 몸집을 불려 오래도록 살고자 하는 식물들의 욕망.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많은 종류의 동물들 또한 제각각의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이에나는 하이에나의 욕망을,

코끼리는 코끼리의 욕망을,

거북이는 거북이의 욕망을,

뱀은 뱀의 욕망을,

고래는 고래의 욕망을,

해파리는 해파리의 욕망을.


동물들 모두 긴 시간 진화해오면서 축적된 모든 능력을 동원해 이 욕망을 추구한 삶을 산다. 순간순간 가진 모든 힘과 실력을 집중해 살아간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가장 진화한 존재인 인간도 당연히 동물. 가끔 우리 인간은 우리가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기를 좋아하지만.


복잡한 DNA를 가진 생물체로 진화한 인간의 욕망을 생각한다. 동물인 나를 생각한다. 내가 가진 욕망을 생각한다.


그리고,

눈을 돌려 사람들의 욕망을 생각한다. 그들의 꿈을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식물과 동물들의 꿈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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