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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의 우주 Jul 05. 2022

비트코인이 튤립버블과 다른 점

이우주의 비트코인 이야기 2.

비트코인의 오명 중 하나는 "21세기판 튤립버블"이다.


그저 데이터 쪼가리에 가치를 부여한 비트코인은 

결국 튤립광풍때와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과연, 비트코인과 튤립광풍은 비슷한 현상일까?


가치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가격 측면에서는 튤립버블처럼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17세기 튤립버블 현상을 간략히 정리해보자.


튤립은 원래 네덜란드의 꽃이 아니었다.

오스만제국의 톈산산맥 유래 꽃인데, 1550년경 네덜란드에 처음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특이한 모습 때문에 처음에는 소수의 식물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인기가 있었다.

그러자 수요가 늘자 1593년부터 네덜란드에서 본격적으로 튤립농사가 시작되었다.


당시의 네덜란드는 유럽 금융의 핵심으로 급부상한 상태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튤립은 

희소성으로 인해 부호들로부터 점점 투자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시장이 생성되자 원예전문가들은 개량을하기 시작했고, 품종에도 등급이 생겼다. (황제, 총독, 제독, 장군 등)

점차 가격이 상승하자, 너도나도 튤립재배를 시작하여 공급이 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가격 폭등의 계기는 선물거래의 발생이다.

당장 돈이 없어도 계약서만으로 선물거래가 가능해지자, 가난한 서민들도 투기판에 뛰어들어왔다.

이때 높은 등급의 튤립 한뿌리 가격이 집 한채 가격까지 오르는 일이 발생했다.


1637년 2월, 가격 폭등이 시작된지 2년만에 가격이 갑자기 폭락했다.

그러고 나서야 대다수가 튤립이 그저 "단순한 꽃"이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격은 영원히 회복되지 못했다.

여기까지가 튤립광풍의 대략의 전말이다.



비트코인과 튤립버블은 결국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비트코인은 튤립버블 현상과 3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1. 희소성의 유지


처음 생산된 튤립은 씨앗에서 꽃을 피기까지 3~7년이 소요되었다.

낮은 공급대비 투기수요가 급증하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돌연변이라는 희귀성이 더해지니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나 자본이 몰리는 곳에 기술개발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씨앗으로 부터가 아니리, 구근으로부터 1년 안에 꽃을 피우는 방법이 주류가 되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튤립 생산자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결정적으로 선물시장의 등장으로 "미래의 튤립"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튤립 가격 폭락의 주요은 공급량 폭증으로 인한 "희소성 붕괴"에 있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가격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신규 공급량이 "미리 결정"되어 있다.

따라서 튤립광풍과 같이 한순간에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2. 높은 생산 비용


17세기 당시 갑자기 튤립공급이 폭증하게 된 배경에는 "시장 가격대비 낮은 생산비용"이 있었다.


즉, 시장가와 공급가의 차액이 크기 때문

단기간에 많이 생산하는 사람이 돈을 버는 구조 였다.


그러나, 판매가와 생산원가의 차이가 클수록 가격 하락폭은 큰 법이다.

가격이 떨어질 경우, 투자자는 손해겠지만 

생산자는 여전히 이익 구간이기 때문에 계속 시장에 팔 수가 있다.

그리고 이 차이가 가격의 하락을 가속화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생산비용이 높다.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생산자가 마음편히 팔수가 없다.

생산자가 손해구간에 진입하기 때문에, 쉽게 시장에 물량을 내놓지 않는다.


심지어 비트코인은 튤립처럼 썩지도 않고, 보관비도 없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

따라서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튤립과 비교할 수 없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의 폭락세가 주춤하는 이유는

지난 두 차례 폭락으로, 이미 모든 채굴가 적자구간으로 진입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생산자에 의한 매도 요인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3. 환상의 선반영


튤립버블의 경우폭락이 시작되고서야 

투자자들이 뒤늦게 튤립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튤립을 양파로 착각하여 요리에 넣은 일화가 그 기폭제라는 이야기가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거꾸로 의심을 먹으며 자라난 상품이다.

비트코인 초창기부터 이미 "그저 데이터 일 뿐"이라는 지적을 수 없이 받고 있다.

필자 역시 그러한 내재가치에 대한 의심으로 2013년 50만원대의 비트코인을 매수하지 않았다.

(그 때의 결정을 후회하진 않는다. 당시에는 리스크가 너무나 컸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불신을 뚫고,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등락폭이 클지언정, 매 반감기마다 고점과 저점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만약 비트코인이 실패하게 된다면,

투자자들이 데이터 쪼가리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려서가 아니라 

(그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현재까지 예상치 못한 사건이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래 투기와 투자는 한끗 차이이다.


즉, 투자의 성패는 디테일에 있다.

따라서 막연히 대상과 과거 사례를 범주화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비트코인은 튤립 광풍 당시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이 둘이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 예단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 글은 비트코인이 성공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 위함이 아니다.

필자 역시 성공 확률을 50% 미만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상한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높은 기대 수익율을 보고 일부 자산을 투자한 것이다.


비트코인 현상. 후대가 어떻게 평가할지 정말로 궁금하다.



참고: 기대 수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비트코인의 가치는 매년 2배씩 뛴다."에 있다.

https://brunch.co.kr/@928705781a024f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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