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방법
어느 날 강아지 코코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 사랑이 내게 알려주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코코를 껴안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헐! 이게 뭔 일이람?
혹 내 인생에서 뭔 일이 벌어진 거?
나는 당황했다.
오래 숨겨온 치명적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코코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코코가 앙증맞은 작은 손으로 내 손을 툭툭 쳤다.
마음 안에서 말들이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너’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아지도 이다지 사랑하는데
나는 나를 아니 ‘너’를 왜 사랑하지 않은 걸까
궁금증이 생겼다.
사랑이 만든 부작용 같았다.
뭐 지금껏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대체 ‘너’ 놈들은 뭐냐.
따져 묻고 싶은 유혹이 숙취처럼 내 생에 들러붙어 있긴 했다.
다만 귀찮았다.
덕분에 귀차니즘은
내 생의 왕국에 챔피언으로 군림했다.
그런데 코코에 대한 내 마음, 그 놈의 사랑이
내 챔피언을 몰아내라고 선동하고 있다.
젠장!...
나는 아주 오래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완벽한 자유인으로 살아 왔다.
하지만 나는 감금되어 있었다.
실은 수감자였다.
내 세계에 유배된,
나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세상으로 나가는 문의 열쇠를 얻으려면
내 안의 ‘너’들과 화해해야 했다.
!!!!!
나는 그냥 갇혀 있기로 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지낼 만했다
불완전한 평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가끔 만족이라는 것도 했다.
근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더 재밌는 것은 이 일이 청춘을 후~~~울쩍 넘긴 후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헐!! 이 죽여주는 타이밍이여
서슬 퍼런 에너지를 주체할 길 없어서
물 밖으로 추방당한 물고기처럼 죽을힘을 다해 퍼뜩 거릴 때는 쌩까더니
기운도 없고 의지도 없고 분노도, 기대도, 다 개나 줘버린 시기에
불청객처럼 찾아온 이 자연재해 같은 일은 또 뭐란 말인가.
‘너’와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