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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수정 Mar 08. 2022

01. 나와 너 1.

 너를 사랑하는 방법

어느 날 강아지 코코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 사랑이 내게 알려주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코코를 껴안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헐! 이게 뭔 일이람? 

혹 내 인생에서 뭔 일이 벌어진 거?      


나는 당황했다. 

오래 숨겨온 치명적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코코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코코가 앙증맞은 작은 손으로 내 손을 툭툭 쳤다. 

마음 안에서 말들이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너’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아지도 이다지 사랑하는데 

나는 나를 아니 ‘너’를 왜 사랑하지 않은 걸까     


궁금증이 생겼다.

      

사랑이 만든 부작용 같았다. 

뭐 지금껏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대체 ‘너’ 놈들은 뭐냐. 

따져 묻고 싶은 유혹이 숙취처럼 내 생에 들러붙어 있긴 했다.      


다만 귀찮았다. 

덕분에 귀차니즘은 

내 생의 왕국에 챔피언으로 군림했다.      


그런데 코코에 대한 내 마음, 그 놈의 사랑이 

내 챔피언을 몰아내라고 선동하고 있다.

젠장!...


나는 아주 오래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완벽한 자유인으로 살아 왔다.

하지만 나는 감금되어 있었다.

실은 수감자였다.     


내 세계에 유배된,  

나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세상으로 나가는 문의 열쇠를 얻으려면 

내 안의 ‘너’들과 화해해야 했다. 

!!!!!

나는 그냥 갇혀 있기로 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지낼 만했다 

불완전한 평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가끔 만족이라는 것도 했다.      


근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더 재밌는 것은 이 일이 청춘을 후~~~울쩍 넘긴 후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헐!! 이 죽여주는 타이밍이여      


서슬 퍼런 에너지를 주체할 길 없어서 

물 밖으로 추방당한 물고기처럼 죽을힘을 다해 퍼뜩 거릴 때는 쌩까더니

기운도 없고 의지도 없고 분노도, 기대도, 다 개나 줘버린 시기에 

불청객처럼 찾아온 이 자연재해 같은 일은 또 뭐란 말인가.      


‘너’와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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