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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수정 Apr 05. 2022

02.  나와 너 2.

너를 사랑하는 방법

눈이 왔다. 

이쁘다. 근데 난 마음껏 즐길 수가 없다.      


‘너’가 함께 왔기 때문이다.      


간밤에 잠 못 이루며 어쩔 수 없이 ‘너’에 대해 생각했다.      


‘너’ ....... '넌 누구냐'

    

처음에 ‘너’는 나 인줄 알았다. 

처음엔 ‘너’가 하나 인줄 알았다.      


그 처음이 내게 꽤 오래 이어졌다. 

실은 아주 아주 오래.

‘너’가 나이고 나를 사랑한다고 우리는 생의 동반자, 한 팀이라 믿었기에 

나는 너에게 복종했다.      


그것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날이 언제였던가. 


‘너’는 그냥 ‘너’이고 

너는 나인 척 행세하면서 내 왕국을 지배해온 독재자였다는 생각이 든 날은 언제였던가.     


한 번 터진 봇물은 주체할 수 없이 흐르듯이, 

나는     


너에 대해 너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결심했던 날은 또 언제였던가.      


어쨌든 우린 운명이긴 했다. 

이 우주,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나라는 작은 세상에 함께 던져졌으니.   

   

나라는 세상이 부조리한 땅이란 걸 알게 된 건 또 언제였던가.      


나에 비해 ‘너’는 너무 힘이 세고 거기다 ‘너’는 한 둘이 아니었으며

‘너’들 끼리도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또 언제였던지.      


골치 아팠다. 

대체 이 무슨 콩가루 내면인가.     


함께 힘을 합쳐 살아도 만만치 않은 게 인생살이인데

이건 마음 안에서부터 시종일관 내전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게 마치 운명처럼 떠억 세팅되어 있으니.     


지랄!. 나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마치 남의 일인 듯 뇌까릴 밖에.      


나는 ‘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 내전에서 도망 나왔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실은 저 세계는 내 것인데 직무유기?      


그런 소리들이 신경을 조금 긁긴 했지만 요란한 자동차 정적소리처럼 힘은 없었다.      


내 맘이거든. 

나는 평화롭고 싶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단 하나. 

그것이 그렇게 큰 죄인가.      


죄라도 해도 할 수 없다. 

어쩌라고. 

나는 이미 백 살 노인처럼 고단했다.      


내 세상을 등진 나는 황야를 서성거리며 작별인사를 했다. 

옛다. ‘너’들 끼리 잘 해봐. 

나는 봄바람에 머리카락을 살랑거리며 여행을 떠나는 청춘처럼 

가볍게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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