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이야기
두 살 때 시력과 청력을 잃은 헬렌 켈러.
[위키피디아 사진 캡처]
그러나 그녀는 기적적으로 읽고 쓰는 법을 숙달했고 심지어는 작가가 되었다. 어느 날, 헬렌 켈러의 어머니는 유명한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쓴 글을 읽고 헬렌을 교육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된다. 찰스 디킨스는 미국 여행 중 시력과 청력을 잃은 아이를 가르쳐서 단어를 읽고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 사뮤엘 하우 박사를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 하지만 헬렌 켈러의 어머니가 하우 박사에 대해 알게 된 시점에 박사는 이미 작고한 후였기에 하우 박사가 설립한 펄킨스 기관에서 헬렌 켈러의 집에 설리번 선생님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대명사인 설리번 선생님이 탄생한다. 하지만 러시아 역사 학자인 알렉산드르 메체랴코프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설리번 선생님이 오기 전에 헬렌 켈러는 글을 읽고 쓰는데 필요한 기초 기술을 이미 배웠다고 주장한다. 헬렌은 항상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엄마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을 만졌고, 엄마의 손동작을 따라 했다. 동의한다는 의미로 머리를 끄덕였고, 좌우로 머리를 흔들어서 동의하지 않음을 표현하는 등 제스처도 사용할 줄 알았다.
설리번 선생님보다 더 중요했던 헬렌의 선생님
메체랴코프는 설리번 선생님보다 가장 중요한 선생님으로 마사 워싱턴이라는 흑인 소녀를 지목한다. 마사는 헬렌 켈러 집안의 요리사 딸로 헬렌보다 3살 많았다. 마사와 헬렌은 제스처로 의사소통을 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입을 통한 '말'로만 의사소통을 하려고 했고 의사소통이 안돼 답답해진 헬렌 켈러는 난동을 부린다. 이때쯤에 설리번 선생님이 도착한다.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이 여러 가지 물건들을 손으로 만져 알게 된 것들을 언어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설리번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헬렌은 자기가 살고 있는 주변의 모든 물건을 손으로 만져보았고, 엄마가 하는 행동을 손으로 만져서 따라 했으며, 제스처를 이용해서 마사와 진정한 의사소통을 했다. 마사가 진정한 헬렌의 선생님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헬렌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제스처를 이용해 헬렌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반응해 주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선생님은 학생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그 말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구를 제때에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헬렌의 이야기 속에 담긴 영어 공부 교훈
영어 단어 공부도 헬렌 켈러가 설리번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 주변 사물에 대해 배운 것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한국어로 일대일 대응되는 의미 설명만으로는 절대 그 영어 단어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단어는 말과 문장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그 단어를 다루고 있는지를 배워야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영어 단어 공부라는 것은 단어가 가지고 있는 적절한 사용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연습을 통해서 우리는 단어에 대한 진정한 살아있고 쓸모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부엌이나 거실에 있는 물건의 용도를 우리는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면서 알게 된다. 책꽂이 선반은 어느 때는 꽉 책을 다 채워 넣을 때도 있고, 어느 때는 한 선반을 텅 비우고 데코 용으로 쓰이고 하고, 어떤 때는 가지런히 옷을 정리해 두는 옷장 서랍용으로 쓰는 때도 있다.
부엌에는 수많은 모양과 크기의 조리도구가 있다. 밥통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주걱은 보통 조리가 끝난 쌀밥을 그릇에 옮겨 담는 데 사용한다. 이 주걱으로 계란 프라이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은 할 수는 있지만 부적절하기 때문에 그렇게 사용하지 않는다. 문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문화상 잘 쓰지 않는 표현들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이 만든 모든 물건을 우리는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 보면서 그 물건의 적절한 사용법을 알게 된다.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이 생각해 낸 용도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용도도 고안해 내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단어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건이나 사물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사용해 보면서 만들어 내는 것들이다. 그냥 그것대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영어 단어 공부도 영어 단어와 내 삶이 따로 놀게 두면 안 된다. 이 말은 절대 미국이나 영국에 가서 영어만 하고 살라는 말이 아니다. 한국에서 한국말을 하고 살면서도 우린 영어 단어를 한국인의 삶과 연결 지을 수 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의미와 경험을 밑바탕으로 영어 단어가 의미하는 의미로 수정하고 첨가하고 가지치기하라는 의미이다. 단순히 '애플-사과'로 단어를 외우지 말라는 말이다.
애플이라는 영어 단어를 공부한다고 했을 때, 내가 사과를 먹었던 경험, 색깔, 냄새, 맛 등을 생각해 보자. 사과를 가지고 무엇을 했었는지, 신문이나 책에서 영어권 나라 사람들은 사과를 가지고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는지. 미국에서는 왜 학교 선생님은 항상 빨간 사과와 연관이 되는지, 사과가 가장 일반적인 과일 중에 하나라는 인식,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그 금단의 열매는 왜 사람들이 사과라고 생각을 했는지, 내가 어제 먹은 사과와 미국 뉴욕시티를 big apple이라고 부르는 사과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등. 이 사과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생각할 것이 매우 많다. 이 사과와 관련된 우리 경험도 다양하게 많다. 이 사과를 알기 위해 미국에 가서 직접 사과를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 경험상 솔직히 영어 공부는 미국에 살 때보다 한국에 살았을 때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사과라는 단어를 써서 만든 문장을 읽고 똑같이 모방해 보고, 사과라는 단어를 손이나 몸을 이용해 제스처로 표현해 보기도 하고, 나만의 사과 문장을 만들어 보면서 영어 apple이 내 삶과 따로 놀지 않고 버무려지게 된다.
배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영어 공부
선생님은 자신이 배운 교육학 방법대로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책상에 앉아서 헬렌에게 단어 공부를 가르쳤다. 하지만, 헬렌의 반항이 더 심해지면서 셜리반 선생님은 그런 인위적인 공부 방법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설리번 선생님 2살 배기인 헬렌의 조카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것을 보면서 깨닫게 된다. 그 어린 조카는 주변 사람들의 반복된 말과 동작을 보고 말은 못 해도 이해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선생님은 헬렌이 실제 살아가는 삶 속에서 단어를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헬렌에게 이야기할 때는 헬렌의 조카 귀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해야겠다. 헬렌이 보통 의의 아이가 지닌 모방 능력과 적응 능력이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헬렌에게 말할 때는 완전한 문장을 사용하고 내가 하는 말의 뜻은 제스처와 손동작 언어를 이용해 보충해야 한다. 그녀가 오직 하나에만 집중하도록 노력하는 것보다는 그녀가 그 사물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자극해 볼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고 결과를 기다려야겠다."
2주 만에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의 엄청난 개선을 목격하게 된다. 헬렌은 100개 이상의 단어 뜻을 알게 되었고, 일상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기에 그것을 공부한다고 전혀 느끼지 않았다. "헬렌이 배우게 된 이유는 배우지 않고는 못 견디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리번 선생님은 기록한다.
영어 단어도 배우지 않고는 못 견디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apple과 관련된 갖가지 과거의 경험과 추억 그리고 관련된 글과 문장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나의 느낌과 생각 의견들을 만들어 가면서 우리는 apple을 씨 속까지 두루두루 알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apple을 우리 삶 속에서 여기저기에서 사용해 보게 된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시간은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이렇게 알게 된 단어는 어느 상황, 어느 순간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영단어집으로 무작정 외운 단어들은 읽을 때는 무슨 말인지 언뜻 감은 오지만 말하거나 쓸 때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
영어 공부만 하지 말자
설리번 선생님은 언어를 가르치기 위한 목적만으로 하는 말 연습에는 의미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말 연습은 미련하고 학생과 교사 모두를 둔화시키는 일이라고 믿었다. 선생님에게 말이란 자연스러운 것이고 말의 목적은 생각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아이의 마음속에 의사소통할 거리가 아무것도 없다면 칠판에 무언가를 쓰라고 한다거나 스펠링을 써보라고 한다거나 고양이, 새, 개에 관한 상투적인 문장들은 의미가 없어진다. 셜리반 선생님은 헬렌에게 그녀가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달라고 했고, 그녀가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만 질문을 했으며,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표현할 줄 모르면 단어나 표현을 제공해 주었다.
영어 공부도 똑같다. 내 마음속에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 없는 한 영어 공부의 의미는 없다. 영어 공부만을 위한 공부는 시간과 돈 낭비다. 영어 단어 하나를 공부할 때도 내가 이것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하면 이 학생이 이 단어에 흥미를 가지고 이 단어를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들지 생각하고 실험해 보는 것이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암기와 영어 공부
설리번 선생님의 교육 방식 중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암기였다. 그녀는 계속 반복적으로 같은 단어나 표현을 알려주면 학생이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을 알게 되고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가르쳤다. 물론 어느 정도의 암기는 공부에 필요하다. 암기를 통해서 우리는 더 고차원적인 사고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구구단을 암기해서 수학 문제의 복잡한 논리와 구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언어는 암기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각 개인이 겪는 경험이 기반이 되어 그것이 새로운 단어와 연결이 될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내가 가진 경험이 이 단어와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이 영어 단어 공부이다. 나의 사고력을 넓혀주는 것이 영어 공부이다.
참고 자료
https://www.marxists.org/archive/meshcheryakov/awakening/index.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