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분석

250516 18:27

by 베짱이 나

210923 0310

노래에도 때가 묻어. 왜, 시간이 흐르면 물건에 때가 탄다고들 하잖아. 음악에도 시간이 묻는 거지. 그러고 보니 닮았네. 먼지도, 시점도. 때. 한 번 때묻은 노래를 쉽게 잊히지 않아. 향수는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처럼 음악도 비슷한 힘이 있거든. 나한테는 이 노래가 그래.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이 가르쳐 준 노래인데 그 시절이 잔뜩 묻어있거든. 그래서 함부로 버리지도 못해.


211028 중요

행복한 순간이 오면 숨을 크게 들이쉴 것. 훗날 다소 불행하고 속상한 하루가 오더라도 이날의 심호흡을 원료 삼아 살아갈 수 있게.


211120 다정

"나 괜찮아" 하는 말에 "진짜로 괜찮아?" 되묻는 너. 그거 되게 다정해.


211130 다짐

어젯밤 하지 못한 일은 오늘 아침 해야 한다.


211207 댓글

음, 지금쯤 꿈나라를 항해하고 있겠네. 지난 학기 영미 문학 수업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었어. 인간이 문자를 사용한 이래 문학이 여태 이어진 까닭은 모두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죽음은 필연적으로, 모두에게나 동등한 유한함과 결핍을 안겨주니까. 당연한 사실이니까. 죽음을, 그것이 동반하는 결핍과 상실을 두려워하거나 부정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래도 니체의 비극적 긍정을 돌아봐야겠어. 인간이 불가항력 죽음을 초월해서라도 자기 흔적을 활자에 남기려 한다는 건 일전에 읽은 『이기적 유전자』와도 같은 맥락인 듯해.

여하튼 그 수업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배웠어. 그중 18번 소네트 한 구절이 생각나. 인류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불멸하는 시구 안에서 영원히 살아있으리라는 내용이야. 글쎄, 영원까진 몰라도 언어가 쓰이는 한 그 작품은 계속 회자되겠지? 그런 면에서 일기는 흥미로운 글이야. 삶의 흔적을 기필코 남기려는 사람이 고군분투한 모습을 그보다 정확하게 담은 글이 있을까? 우리는 기록하기 위해 사는지도 몰라. 점점 미궁에 빠지지만.

순간 든 감정이나 생각을 포착하는 건 좋은 습관 같아. 글이든, 사진이든, 다른 수단이든. 흔한 새해 다짐처럼 희미해지지 않도록 우리 내년에는 일기를 꾸준히 함께 써 보자. 그럼 오늘 치 항해를 무사히 마무리하길 바라. 안녕.


211217 비용

효용 가치를 따져 보자. 기회비용을 비교해 보자. 씀씀이를 돌아보자. 8,900원짜리 스포츠 채널을 구독했다. 10만 원짜리 콘서트를 포기했다.


211226 사랑

나만 알아보는 작은 신호가 있다. 이불을 회색과 하늘색으로 바꿔 덮는 습관.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을 바꾸는 습관. 머리핀을 살짝 왼쪽으로 치우쳐 차는 습관. 〈비포 선라이즈〉였나,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을 알면 질린다고. 아니, 더 사랑하게 된다고.


220115 파장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 이어폰을 양쪽 모두 껴야 하는 음악. 왼쪽과 오른쪽에 들리는 울림이 달라서 좋다. 잔잔한 물에 돌멩이를 던져 일은 파장을 보는 것만 같다.


220317 트라우마

내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어릴 적 빌라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자기 직전마다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들었다. 고양이 싸우는 소리. 장학숙 앞에 고양이가 산다.


220509 난제

외로움은 언제나 해결하고 싶지만 절대 해소할 수 없는 세계 7대 수학 난제와도 같다.

12:40. 터미널에 도착한 버스 안에서 겨우 눈을 뜬 내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빨간 숫자 네 개였다. 심야 버스를 기다리는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 혼자 30분을 걷기가 외로워 기다렸다. 복작복작한 사람들 틈바구니, 낯선 사람들에게 끼어 있는 데서 오는 위안을 누렸다. 외로운 사람이 외로운 사람을 위로해 주는 도시다, 서울은.

휴대폰과 돈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제대로 미아가 될 것 같았다. 그날 내가 느낀 기분은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오래 걸린 데서 기인한 피곤함이었을까, 과제 기한을 놓쳤다는 죄책감이었을까, 통금을 지켰어야 한다는 책임감이었을까. 밀린 고속도로를 탓하기에는 과제 기한이 너무 넉넉했다. 여유로운 와중 과제를 미룬 사람은 나였다. 마스크를 벗자 차가운 새벽 공기가 얼굴에 닿으면서 잠이 확 달아났다.


220517 질문

너한테 기록한다는 건 무슨 의미야? 넌 무얼 하며 살고 있어? 제대로 살고 있니? 알맞게 가고 있는 거 맞아?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야.


220623 거리

코넬리아 거리. 아무런 추억도 깃들지 않은,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과.


220626 응원

팁: 운동할 때 에이브릴 라빈 노래를 들으면 누가 옆에서 치어리딩해 주는 기분이다.


220720 도착

여행은 돌아오는 순간을 위해 다녀오는 게 아닐까.


220723 한옥

한옥에 살고 싶다.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 놓고.


220813 지혜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은 2002년에 개봉했다. 영화 속 덤블도어가 그랬다. 진정한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It is not our abilities that show what we truly are, it is our choices.)


220828 찌꺼기

찌꺼기가 가진 쓰임새를 생각했다. 커피도 찌꺼기가 남지 않나. 감정이 쓸고 간 자리 남은 찌꺼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까. 바로 버리기 아까운데. 여과 없이 글자에 담아본다. 진영과 곽진언 목소리를 들었다. 잔상이 남아 아득한 마음으로.


220927 미국인

부쩍 미국인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You're so American-minded.)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에 나는 발랄하게 답한다. 언제나 느낌표를 붙여서. 영어를 구사하는 내가 한국어를 구사하는 나보다 더 좋다. 옷차림이 예쁘다는 칭찬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글을 말 걸듯이 쓴단다. 잡지 같댔나. 그건 영어든 한국어든 비슷하단다.


221205 심경

다음 화자의 심경을 추론하시오: I can't believe this is my life and I'm lovin' it! (이게 내 인생이라고? 도무지 믿기질 않아. 너무 좋아!)


221209 초콜릿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이다. 다크 초콜릿을 화이트 초콜릿으로 감싼 것 같은 맛.


230118 처음

서문을 썼다. 언젠가 책을 낸다면 처음을 소재로 한 이 글을 싣고 싶다. 내 첫 글쓰기는 연문이었다.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잘 쓴 글이었다. 감정과 생각을 부연 설명 없이 활자만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했다. 나가는 말은 이것이 좋겠다. 글로 순간을 늘리는 작업이 좋다고.


230125 메커니즘

데카르트가 주창한 인간 기계론을 접했다. 나 작동 메커니즘은 네 단계로 구성된다. 사람들에게 자극받기, 내 목표를 설정하기, 현실과의 괴리에 고통스러워하기, 목표를 조정하기.

같은 일이 반복된다. 우울하다가, 다른 삶에서 희망을 찾고 마음을 다잡았다가, 갑자기 뭐든 할 수 있으리라는 마음에 불타올랐다가, 열정을 갖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가, 차근차근 목표를 이루며 성취감을 쌓아가다가, 다시, 우울.


230126 영화

기억 일부를 조각낸 다음

원하는 예쁜 엔딩으로 이어 붙여

꿈으로 상영.


230310 초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서로의 세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민감성과 다양성이 교차한다. No offense, 오해는 마시라. 그냥 그렇다는 거다. 커피와 초콜릿이, 강아지와 야훼가 다정하다는 뜻이다.


230408 표의성

횡단보도 건너는 어떤 남자가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고 웃는다. 버스에서 중심 잡겠다며 서 있는 여자아이를 보고 나는 미소 짓는다. 하늘이 푸르다. 나뭇잎이 푸르다. 온 푸름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날. 이 완연한 봄을 어떻게 붙잡아 둘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사진이나 색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적절한 언어는 없다. 그저 주어진 풍경을 눈에 담아두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머릿속에 새길 수밖에.


230414 규칙

우리는 언제부터 신호등을 건널 때 손을 들지 않게 되었을까? 법령과 명시적 규범 대신 사회와 암묵적 규범을 따르게 되었을까?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어른이 되는 걸까?


230418 친구

친구를 만났다. 도움을 주는데 익숙한 내가 편하게 도움 구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30420 변화

MBTI를 경계하지만, 한국 사회에 기여한 바는 인정한다. 인식을 단번에 변화시켰다.

모든 교육학 고민을 해결할 열쇠도 교사에게 있는 듯하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이는 결국 개인이다.


230429 영화관

컵라면을 먹었다. 누군가에게는 특식이고, 누군가에게는 주식이다.


230611 죽음

하얀 장미가 푸짐하게 피어 있던 자리를 응시했다. 이제는 별 볼 일 없는 녹색 잎만 남은 줄기를 바라보며. 한봄을 수놓은 여왕이 남긴 흔적을 그리워했다. 온 힘을 다해 생명을 틔워내는 장미에게는 매일이 카르페 디엠이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 속에서 반드시 지나가 버릴 순간을 욕심낸다. 사진으로, 글로 붙잡아 두려 애쓴다. 그것을 자꾸 꺼내어 보며 그리워한다. 돌아가고 싶어 한다. 결국 모두 인간만 하는 일이다.


230609 평양냉면

혀 끝에 집중하게 되는 맛.


230824 19:05 저녁

주황빛 셀로판지를 덧댄 듯하다. 온 세상이.


230826 마음

형광 조명을 비춰야만 보이는 글씨처럼.


230830 자취

수압과 삶의 질은 어느 정도 비례한다.


230905 희망

희망은 레이저 제모 같다.


230928 다정

내가 즐겨 보는 예능은 대체로 시끌벅적하다. 반면 〈윤스테이〉는 호젓하고 정갈하며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진심을 다한다. 배운 사람이 가진 다정함을 느낄 수 있다.


231006 고독

이곳 감자탕 집이 참 좋다. 친구를 데려와 식사하고 일기를 써 봐야겠다. 혼자 누리는 행복 가득한 이곳을 침범당한 기분인지 아닌지.


231017 계절

하얀 입김이 보이기 시작했다.


231107 문화

그러고 보니 그렇다. 외국 책은 표지에서 제목보다 저자를 강조한다.


231129 고구마

따뜻한 고구마 라테 같은 사람들이 많다, 내 곁에.


231215 피드백

오늘도 옷이 예쁘시네요. 최고의 피드백.


231219 강아지

기분 좋은 눈이 내렸다. 며칠간 감기로 고생했는데도 내리는 눈을 보면 반갑기만 하다.


240113 팁

10년 전에는 10%였는데.


240126 몽우

솔찬히

부슬비

성기다


240211 연습

피자 모양을 만들어. 연습한 거 기억나지? 가만히 서서 리프트가 널 밀 때까지 기다려. 만약 앞에 사람이 있으면 커다란 베개라고 생각해. 산타 할아버지 배, 알지? 너보다 큰 사람이 보이잖아? 달려가서 안아버려. 커다란 베개처럼. Aim for the belly. (그 사람 배를 노려.)


240212 반영

너를 미워하는 마음, 슬픈 마음은 다 써서 이미 바닥났는데, 떨리고 설레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은 많이 가져보질 못해서 아직 남아있어. 어쩌면 바닥이 깊었는지도. 가진 양이 원래 많았는지도. 영영 바닥나지 않는 감정일지도. 그래서 이 아이를 보면 늘 떨리는지도.


240218 탄력

한동안 인스타그램을 떠나 있다가 오랜만에 접속하니 내가 좋아했던 것을 여럿 발견했다. 좋아하는 문장, 좋아하는 작가, 시선, 그리고 온도. 오늘은 배에서 화가 났고, 혼자만 알지만 큰 실수를 두 번이나 했다. 마음이 유약해졌다. 문득 생각난 이 계정에 들어와 봤다. 작년 가을 개인 전시가 열렸나 보다. 세상에 안테나를 등지고 살아온 기분이다. 내 세계가 어느 때보다 작아진 요즘, 주변에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을 건네야겠다. 속도는 느려도 섬세하고 풍부한 나날을 보내야겠다.


240221 탈출

Book your escape. (당신의 탈출을 예약하세요.)


240413 음악

하늘 아래 같은 분홍은 없다. 하늘 아래 같은 하루는 없다.


240421 결심

교육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240423 허기

입이 궁금하다.


240430 친구가

이렇게 선한 사람 눈꼬리가 언제 한 번이라도 위로 올라가긴 했을까.


240501 퀴즈

친구가 물었다. 통모짜핫도그를 반대로 하면? 요즘잘자쿨냥이. 블로그 제목으로 딱이네, 싶었다.


240512

가진 건 쥐뿔도 없지만. 이영지 님 콘텐츠를 비틀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240519 의자

가만히 앉아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어.


240623 반성문

제 일기가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지 서로이웃 신청을 해 주세요. "책은 읽지 않으면 펼쳐지지 않는 세상"이랍니다. 빨간 안경을 쓴 평론가가 그럽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제 세계에 들러주시는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전합니다. 부족한 저와 친구를 해 주시고.

블로그 이름처럼 '나'는 자기중심적이다. 타인에 무관심하다.


240718 파블로바

70도 15분, 140도 5분, 70도 1시간, 140도 3분, 70도 30분, 140도 5분, 70도 1시간, 140도 5분, 70도 30분, 140도 5분, 70도 15분, 140도 4분… 70도 1시간 30분, 140도 30분, 70도 1시간 30분. 여름에는 파블로바를 만들지 말자.


240803 인사

G'day mate, how is everything going? (안녕, 잘 지냈어?)

I'm fine. (그럭저럭 살만 해.)

끝내주게 알찬 하루를 보냈다가 다음 날은 내가 한없이 싫어지는 날이 반복돼.

축구 경기를 연달아 두 개 보았어. 오랜만이었어.


240808 고양이 (1)

노래 제목이 맞다. 정말 고양이일지 모른다.


240826 기억

나는 너의 10대다.


240916 언어

국제 음성 기호 중 자음을 전부 외웠다. 인공지능 도움을 받았다. 흥미로운 대화가 많았다. 대규모 언어 모델이라는 이 녀석 속이 궁금하다.


240927 품위

학자로서 품위를 갖추자. 예비 학자도 학자다.


241027 고양이 (2)

보이넥스트도어 태산 성격이 나와 닮은 것 같다. 고양이 취급받기를 즐긴다. 속마음을 말하지 않으려 한다. 게임할 때 승부욕이 세다. 본업에서 사소한 일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말이 많다.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특히 아끼는 사람 앞에서.


241031 졸업

졸업이 한 학기밖에 남지 않았다. 잘 배웠음을 정의해 보자. 교육학과와 영어교육과 전공 역량을 기준 삼을 수 있겠다. 내가 그간 대학에서 배운 것, 특히 이제 전공생으로서 잘할 수 있게 된 것을 나열해 보자.


241109 친절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봤다. 정확한 사람이 친절한 사람이란다. 저마다 아픔 있는 이들이란다. 30대쯤 스스로 성인이라 자부할 나이가 오면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 샤이니 키나 온유 같은. 드라마 속 진주나 은정 같은.


241118 14:43 겨울날

지각한 등굣길을 걸었다. 맑은 겨울날이 좋다. 햇살은 따사롭고 공기는 차가운. 해를 등지고 걸으면 얼굴은 차갑고 등은 따뜻하다. 꼭 온돌에 누워 있는 것 같다.


241118 친구

유튜브에서 분기별 친구 순위를 매기는 콘텐츠를 봤다. 나도 만들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241129 추천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사연을 듣고 상황별 캐럴을 잘 추천할 수 있다.


241206 거울

투어스 노래를 들었다. 첫 만남이 어려운 게 아니라, 영상 속 나를 보고 듣는 일이 너무 어렵다. 으악.


241212 상상

상상은 음악을 타고. 노래 가사 속 화자들끼리 만나면 무슨 일이 생길까. 가사를 이어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한다.


241216 면접

당신이 가장 친한 친구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이 보는 내 장단점은?


241218 캐럴

위로는 위태로운 길이었다.


241222 핫초코

핫초코를 향한 여정이 너무 멀다. 집에 있자. 춥다.


241226 종강

한여름밤 같은 수업이었다. 한 학기 내내 월요일이 기다려졌다.


241229 브런치

사랑 이야기를 읽거나 듣기 좋아하고, 사랑 어린 시선으로 일상 이야기를 씁니다.


250106 휴무

개인 사정으로 오늘은 영업을 쉽니다.


250111 00:04 동생

누가 나 대신 불 좀 꺼 줘. 이미 침대에 누워버렸거든.


250112 자문자답

한 달 전 물었다. 왜 나를 좋아하세요? 남에게 묻는 이것은 우문이다. 현답은 내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발견해야 한다. 스스로. 내가 나이므로.


250112 무거운 편지

오늘 일기는 비공개입니다. 기막힌—마음에 쏙 드는—글을 썼거든요.


250112 발견

가능성을 깨달았다. 발견했다고나 할까.


250114 당위

당위 명제는 능력과 가치를 모두 필요로 한다.


250114 보름

누군가는 여전히 세계 시각을 열어보고, 나는 또 달을 올려본다.


250202 구체성

일기는 나다. 내 삶이고, 세계다.


250214 민감

어떤 날에는 내가 조금 덜 민감했으면 좋겠다. 민감은 결핍에서 비롯된다. 둔감해졌으면.

예나 지금이나 공부와 음악은 내 도피처다.


250416 반전

뉴턴의 운동 제3법칙.


250421 17:41 ←

너 괜찮아?


250506 01:10 유머

찬장에서 멸치국수 컵라면을 꺼냈다. 냉장고에서 청국장도. 숟가락을 두 개 꺼냈다. 웃겼다.

편육을 먹었다. 고기는 언제나 맛있지만, 차가운 고기라니. 어색했다. 나는 따뜻한 고기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고 생각했다.


250507 시작

오늘은 수요일이다. 카페에 갔다.


250507 22:50 숨 쉬어 호흡해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좋은데 버겁기도 하다.

누군가 내 세계는 8K 초고화질 해상도일 것 같다던데, 감각 자극이 너무 넘친다. 힘들다 때론.


250510 02:16 소화

체기가 가라앉았다.


250511 취급주의

깨지기 쉬워요. 조심히 다뤄주세요.


250512 04:09 가시

내 강박과 자아도취와 애정결핍은 가시가 되었다.

가시는 장미를 보호하고 아름답게 만들지만, 닿는 사람 손에 피를 내고야 만다.


250512 16:19 대화

영작 강의에서는 과제 후 교수님과 일대일 첨삭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된다. 교육학과 과제에도 똑같이 해 보았다. 나와 독대하는 시간. 주인공 자아와 편집자 자아의 끊임없는 대화.


250513 직관

나는 직관이 발달한 사람이다. 느낌이 온다. 확신이 든다. 내면의 목소리는 늘 자신감에 차 있다. 고요한 방에 앉아 가만히 목소리를 들어본다. 나는 나와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직관은 늘 내게 방향을 제시한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그제야 눈앞에 놓인 서사를 깨닫는다. 영웅 서사 한 바퀴를 최선을 다해 달린다. 과정은 고되지만 즐겁다. '어떻게'는 내가 평생을 품어온 질문이고, 내가 고른 방법론이 종국에는 올바른 길이었음을 알게 될 테니까.


250513 11:28 결석

이번 학기 처음으로 수업을 결석했다. 강의실에 가는 대신 잠을 연장했다. 온몸이 뻐근했다.


250514 옷장

청원피스 단추를 채우며 깨달았다. 어제는 진회색 치마, 연회색 니트, 검은색 웨스턴 부츠였다. 그 조합이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었었다. 오늘 옷도 마음에 든다. 옷장에 있는 전부 나다. 옷 몇 벌이, 머리띠 몇 개가, 그 모든 조합이 다 나다.


250516 08:32 해명

단어를 정확히 골라야겠다. 작가가 되겠다는 말이 아니라 내 삶을 편집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이다. 매일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성찰하는 사람이다.


250516 15:07 우산

종일 흐렸다. 하굣길을 나서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똑, 또옥. 어지간한 비는 견디는 나였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익숙해졌다. 순식간에 빗줄기가 거세졌다. 톡, 토독. 토도독. 우산을 펼쳤다. 앞에 걷는 사람들도 똑같았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이 행위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의미를 부여한 까닭이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연약한(Delicate)' 뮤직 비디오를 떠올렸다. 영상을 처음 보던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비 올 때 왜 우산을 쓰지. 춤추고 싶다. 도로를 횡단하고 싶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대학교 4.5학년인 현재 나는 우산을 살짝 올렸다. 이어폰 소음 방지 기능을 뚫고 빗소리가 들렸다. 음절이 길어지고 있었다. 아이유가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고 노래하고 있었다.


250516 17:15 천둥

메모장을 열어 스크롤을 내렸다. 짤막한 문장을 옮겨 적었다. 밖에서는 간간이 천둥이 들렸다. 빗소리와 아이유 목소리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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