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10월 20일 탄생화가 마라는 글을 보고 내가 연상한 것은 먹는 마였다.
참 특이한 꽃들이 탄생화에 많이 등장하는 데 마도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니 그 마가 아니다. 우리가 삼이라고 부르는 삼베를 짜는 데 사용되는 그 마다.
마(麻)는 내게 아픈 식물이다.
우리 옛 어른들은 마라고 부르지 않고 삼이라고 불렀다. 삼 생경스럽지만 전혀 낯선 단어는 아니다.
몇 해전 지금은 작고하신 어느 노 작가의 수필집을 감수해 준 적이 있었다. 그분의 글에서 삼 삼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 삼는 아낙네들의 힘든 노동 현장이 노 작가의 시선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워 보였는가를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물론 나는 그 마를 직접 본 적이 없고 삼 삼는 현장은 물론 삼베를 짜는 베틀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봤을 뿐이다.
우리 어머니도 삼베를 짜 봤다고 했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시골집 그 어디에도 베틀은 없었고 삼을 기르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태몽 속에 삼이 존재한다. 나는 엄마의 태몽 이야기를 많이도 듣고 또 들으면서 자랐다. 삼과 관련된 태몽은 내 태몽이 아닌 바로 오빠의 태몽이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마 이렇게 이야기하면 나처럼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마 이렇게 이야기하면 금방 알 것이다. 우리가 마약으로 알고 있어 금기시하는 대마초가 바로 그 마다. 사전을 검색해도 마라고 하면 뿌리나 열매로 먹는 마가 검색된다.
어머니나 지금은 고인이 된 노 수필 작가의 글을 통해서 삼을 삼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 지 잘 알고 있다.
삼을 삼을 때 허벅지 맨발에 대고 문질러야 실이 꼬아지기 때문에 엄청 아팠다고 했다. 삼을 삼는다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삼을 삼는다는 말을 하려니 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삼베로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삼 삼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삼을 베어 삼 구덩이에 넣어 삶은 다음 삼 껍질을 모두 벗겨 말린 다음 가래를 지어 춤을 만들어 삼을 짼다. 그런 후에 짚을 엮어 말리면 까맣던 삼이 하얗게 된다. 그 후 삼을 삼는다. 삼 삼기는 삼 째기 한 삼을 전지에 걸어놓고 한 올씩 빼내어 삼 뿌리 부분과 끝부분을 이어가며 베를 짤 실을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삼베옷을 입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감촉이 얼마나 꺼끄럽고 피부가 연한 사람은 스치는 부분이 상처가 날 정도다. 필자가 어렸을 때 삼베를 수건으로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 꺼칠한 감촉은 정말 싫었다. 천으로 가공을 하여 짠 베가 그럴진대 삼실을 만드느라 맨살 그것도 허벅지에 대고 문질러 실을 만들어야 했으니 그 고통은 상상하기 힘들다.
자료를 검색하다 뜻밖에 선물을 얻게 되었다
내 고향에 '삼 삼는 소리'가 노동요로 전승되어 한국학 중앙연구원 향토문화 전자대전에 수록되어 있었다.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가 불렀을 그 길쌈 노동요, 어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이 가사를 듣고 그 노래를 들려주셨으련만 아쉽기 그지없다.
「삼 삼는 소리」 1
치자골 바람이 내리다 불면
오라바니 부채가 간들간들
이 삼 삼아 옷해 입고
무덤산에 구경가세
무덤산에 고사리는
밤이슬 맞고 히들어졌네
우리집에 우리 올키
잠이 와서 히들어졌네.
「삼 삼는 소리」 2
잠아 잠아 오지를 마라
그 삼 삼아 뭣 할랑가
아가 아가 시누아
자네 오빠 서울 갈 때
입는 도포를 말아 줌세
그 남지기는 두었다가
우리 시누 시집갈 때
가마일당을 둘러줌세.
「삼 삼는 소리」는 여성들이 삼 삼는 일을 하면서 부르는 길쌈 노동요이자 부요이다. 과거에는 무주 여성들이 대마 재배와 삼베 짓는 작업을 많이 행하였다. 삼베를 만들 때는 삼 껍질에서 실을 만드는 삼 삼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대마를 베어 잎을 따낸 뒤 그것을 솥에 삶는다. 삶은 대마 껍질을 가늘게 쪼갠 후, 그 껍질에서 나온 올실을 반 갈라 다른 올을 그 사이에 대고 무릎에 비벼 잇는다. 삼 삼는 일은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었기 때문에, 여성들은 「삼 삼는 소리」를 부르며 노동의 피로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무주군 안성면 덕산리와 금평리에서 전해지는 「삼 삼는 소리」에는 무주 여성들의 고달픈 삶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자료 출처 : [출처] 한국학 중앙연구원 - 향토문화 전자대전
마(삼)는 뽕나무 목 삼과 삼 속에 속하는 식물의 일종으로 한자로는 마(麻)라고 한다
곧은 뿌리는 지하 30~40cm까지 뻗어 들어가지만, 겉 뿌리가 발달하지 않아 잘 뽑힌다. 키는 온대지방에선 3m에 달하고 열대지방에서는 6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횡단면이 둔한 사각형이며, 잔털이 있다. 속이 비어 있으며 녹색이고 줄기 표면에는 세로로 골이 파인다.
줄기의 횡단면은 표피세포의 안쪽에 여러 층의 엽록소를 가진 하피가 있고, 그 안쪽에 유조직이 있으며 또 그 안쪽에 우리가 이용하는 섬유가 있다. 섬유의 길이는 긴 것이 10cm이고 보통 3~4cm이다. 줄기 밑부분에 달린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가 길며 3~10개의 작은 잎으로 갈라진 손바닥 모양의 겹잎이다. 줄기 윗부분에 달린 잎은 어긋나고 3개의 작은 잎으로 갈라지거나 홑잎이며 잎자루가 짧다.
작은 잎은 바소꼴로 폭이 좁으며 양 끝이 뾰족하고 표면이 거칠다. 뒷면에 잔털이 빽빽이 있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암수딴그루이고 7~8월에 연한 녹색으로 핀다. 수꽃은 가지 끝의 잎겨드랑이에 원추 꽃차례를 이루며 달리고 암꽃은 줄기 끝부분의 잎겨드랑이에 짧은 수상 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수꽃은 큰 꽃밥을 가진 5개의 수술과 5개의 꽃받침 조각이 있으며 꽃이 피면 꽃밥의 가운데에서 세로로 갈라져 많은 수의 화분을 날리는 풍매화이다. 열매는 수과이며 약간 편평한 달걀 모양의 원형으로 잿빛이 도는 흰색의 단단한 껍질이 있으며 가을에 익는다. 표면에는 2줄의 무늬가 있다.
자료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대마 [Hemp, 大麻] (경기도 농업기술원, 손에 잡히는 생태수목 도감, 조경식물소재도감, 네이버 포토갤러리, 한국화훼농협, 탕카)
마(삼)의 효능과 이용방법
중앙아시아 지방이 원산지인 마는 구석기시대부터 재배했고, 한반도에서는 삼한시대부터 삼을 재배했다. 남북국시대(일반적으로 신라의 삼국통일부터 발해 멸망 때까지를 말한다)에는 모시(저마포)와 삼베(대마포)를 구별해 생산했고,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의 마의(麻衣)도 삼베로 짠 옷을 뜻한다.
삼베는 촉감이 까슬까슬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므로, 습도가 높은 한국의 여름 옷감으로 인견과 함께 예전에는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수의(壽衣)와 상복의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삼베가 점차 사라지는 이유는 손질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손세탁을 하고, 풀을 먹여 다리야 하는 등 노력에 비해 금방 구겨져 바쁜 현대 생활에서 관리하기 어려운데 가격까지 비싸기 때문이다.
대마씨를 한방에서 마자인이라고 하는데 비타민과 무기질을 비롯하여 필수 아미노산(발린)과 불포화지방 성분이 들어있으며, 아마씨로 짠 아마유(아마인유)는 식물성 기름 중 오메가 3 지방산의 함량이 가장 많다. 특히 대마씨에 함유된 환각성분을 없앤 햄프 시드(Hemp Seed)가 건강식으로 인기가 많은데 이 햄프 시드를 압착하여 만든 햄프 시드 오일도 있다.
'이솝 우화'에 삼과 관련되어 글이 있다. 이 삼 씨 때문에 제비가 지붕에 집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영리한 제비가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리는 것을 보고 무슨 씨앗인가 알기 위해 한 알을 주워 들었다.
그것은 삼 씨였다.
'이 삼이 성장하면 그 사람은 이것으로 마사를 뽑아 우리 새를 잡는 그물을 만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새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삼 싹이 돋아나기 전에 삼 종자를 다 먹어치우는데 협력합시다."
그러나 다른 새들은 제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제비에게 협력하는 새는 아무 새도 없었다. 다시 제비는 모든 새에게 호소했다.
새 순이 나자 또다시 제비는 새 순이 성장하기 전에 없애버리자고 강력한 주장을 했다.
그러나 다른 새들은 제비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른 새들이 제비의 어리석음을 비웃었고 그러는 동안 삼은 점점 자라나 무성해졌다.
제비는,
새들이 모두 얼마나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새들과 헤어져 살기로 결심하고 지금까지 살던 곳을 떠나 사람이 사는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