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이야기
불두화[ 佛頭花 ]가 한창이다.
꽃이 어찌나 풍성한 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계남공원 초입 배드민턴 장 옆에 커다란 불두화나무가 몇 그루 있다.
꽃의 길이가 10m도 넘게 무더기 무더기 흰 꽃이 피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신기하기도 하다.
불두화는 인동과에 속하는 키 작은 나무로, 성장을 다 해도 3미터가 넘지 않아 일부러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적당한 눈높이에서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기 편한다.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하므로 불두화라고 부른다고 한다.
처음 필 때는 연두색이었다가 만개하면 새하얀 비단 같고, 꽃이 질 때는 빛바랜 연보라색이 된다. 불두화를 ‘수국백당’이라고도 부르는데, 처음 이 꽃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람마다 다르게 불러 혼란스럽기도 했었다.
꽃을 보면 백당나무와 전혀 닮지 않았지만, 잎과 줄기는 영락없이 백당나무다.
간혹 사람들은 범의귀과인 수국꽃과 너무 흡사해 흰 수국꽃인 줄 아는 사람들도 많다. 꽃 모양이 수국과 비슷하나 불두화는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일본·중국·만주·아무르·우수리 등지에 분포한다.
불두화는 쌍떡잎식물 꼭두서니목 인동과의 낙엽 활엽 관목으로, 학명은 Viburnum opulus L. f. hydrangeoides (Nakai) H.Haraf이다.
불두화는 백당나무의 유성화를 없애고 무성 화인 꽃잎만 남겨 개량된 원예품종이다.
이런 이유로 불두화는 씨앗을 맺지 못하여 스스로 자손을 퍼뜨릴 수 없는 나무다. 씨앗이 없으니 번식은 꺾꽂이나 접붙이기로 한다. 우리 화단에도 몇 년 전 종묘상에서 구입한 작은 불두화 한 그루가 있다. 첫해에 두 송이 꽃이 피었고, 작년에는 5송이가 피었는데, 올해는 무려 10송이가 피었다.
민간에서는 꽃을 말려 해열제로 사용하였으며, 한방에서는 심장의 열을 내리고, 이뇨 작용은 물론 진통과 거풍(祛風), 부은 종기나 상처를 치료하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고 한다.
옛날 어느 부둣가에 주막이 있었다.
주막 주인인 할머니는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일은 뒷전이고,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을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마치 그런 일을 하려고 주막을 연 것이 아닌가 생각할 만큼.
어느 날 할머니는 언제나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주막 문을 열었다.
그때 누더기를 걸친 한 남자가 주막으로 들어오더니 음식을 주문했다. 남루한 행색으로 미루어 밥값이 없을 것 같았지만, 할머니는 아무 말하지 않고 넉넉하게 음식을 차려주었다.
배가 무척 고팠던지 그 남자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돈이 없다며 미안해하는 남자에게 할머니는 웃으며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공짜로 밥을 얻어먹겠습니까? 내년 6월쯤 할머니 손주가 종기가 생겨 크게 앓을 것 같습니다. 그때 저 앞산 절 뒤 숲에 가시면 손자의 병을 고칠 약이 있을 겁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 남자는 떠났다.
할머니는 그 말을 건성으로 들었다. 그런데 이듬해 6월이 되자 그 남자의 말처럼 손주가 종기로 고생하게 되었다. 할머니는 남자가 했던 말을 떠 올리고 절 뒤 숲을 찾아갔다. 그랬더니 한 나무에 흰 꽃이 가지가 휘어지도록 피어 있었다. 그 꽃이 손자의 병을 낫게 해 줄 약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그 나뭇잎과 꽃을 따다가 아이의 병을 고쳤다.
그 나무가 바로 불두화다.
양천구 계남공원의 불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