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이야기
햇살이 유난히 강한 어느 여름날이었다.
걷던 길가 화단에서 눈에 띄는 꽃 한 송이를 만났다.
분홍빛도, 보랏빛도 아닌 오묘한 색.
마치 태양을 닮은 듯한 원형의 중심부와
그 주위를 둘러싼 꽃잎은 아래로 고개를 떨군 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이름은 에키네시아(Echinacea).
처음 보는 순간부터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있었다.
에키네시아는 단지 예쁜 꽃이 아니다.
북미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이 꽃을 ‘신의 선물’이라 불렀다.
감기와 상처를 다스리는 약초,
몸을 회복시키는 치유의 뿌리.
특히 차가운 겨울을 앞둔 계절에
이 꽃을 달여 마시며 질병을 이겨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일깨우는 것.
에키네시아는 그렇게,
‘면역’이라는 말을 꽃잎에 새기며 피어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에키네시아는 마치 삶을 닮았다.
힘차게 솟아오르되,
자기만의 속도로 꽃을 피우고
때로는 고개를 숙이기도 하며
그 안에서 자신을 단단하게 지켜낸다.
우리의 몸도, 마음도,
이 꽃처럼 스스로를 회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저 조금 더 다정하게,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할 뿐.
나는 가끔 에키네시아 티를 우려 마신다.
뜨거운 물속에서 천천히 퍼지는 보랏빛.
그 안에는 꽃잎이 겪은 계절과 바람이 녹아 있고,
입 안을 맴도는 은은한 향은
마치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지친 하루 끝,
작은 찻잔에 담긴 한 송이 꽃은
마음의 면역력을 일으킨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 안의 힘은 스스로 피어난다.
에키네시아의 꽃말은
“건강”, “면역”, 그리고 “치유”.
누군가에게 이 꽃을 건넨다는 건,
단지 예쁜 것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회복을 믿어요”라고 속삭이는 일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이 꽃을 바라보는 건,
다시 한번 일어설 용기를 얻는 일이기도 하다.
그토록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도
꽃은 고개를 숙이며 피어난다.
그 안에 깃든 강인함을 오늘도 배운다.
삶은 늘, 그렇게 피어나는 중이다.
https://youtu.be/tNRg8Eemscg?si=sPxX2uS8eXRWN5DZ
#에키네시아 #오늘의 탄생화 #치유의 꽃 #면역력을 주는 꽃 #허브에세이 #꽃이야기 #브런치에세이 #자연이 주는 위로 #마음의 면역력 #정원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