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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옻나무 이야기

11월 25일 탄생화

by 가야

개옻나무

꽃말 : 현명(賢明)
학명 : Toxicodendron trichocarpum (Miq.) Kuntze
영문명 : Fruit lacquer tree
과명 : 옻나무과 (Anacardiaceae)

◆ 옻나무과의 산속 붉은 나무

가을 산길을 걸으면 불타는 듯한 붉은빛으로 눈길을 끄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개옻나무입니다.


높이 7m 정도 자라는 낙엽교목으로, 줄기에 옻 성분이 소량 들어 있지만 옻나무만큼 강하지는 않습니다.


잎은 어긋나며 깃꼴로 배열되고, 여름에 작고 연한 황록색 꽃이 모여 핍니다.


꽃이 진 뒤 둥근 열매가 맺히고, 가을이 깊어지면
잎이 선홍색에서 자주색으로 변하며 숲속의 불빛처럼 타오릅니다.

◆ 이름의 유래와 특징

‘개옻나무’라는 이름은 ‘옻나무보다 약한 옻을 가진 나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비슷한 옻나무과 식물 가운데 비교적 독성이 약하고, 옻칠용 수액은 거의 얻지 못하지만
산림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줄기가 곧고 가지가 퍼지며, 새순은 붉은빛을 띠고 자라면서 점차 녹색으로 변합니다.
꽃은 작지만 수천 송이가 모여 수꽃·암꽃을 따로 피우고, 결실 후엔 진한 갈색 열매가 달립니다.

◆ 꽃말 ‘현명(賢明)’의 의미

개옻나무의 꽃말 ‘현명’은 ‘자극적인 빛이 아니라, 조용한 깊이로 세상을 밝히는 나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옻나무처럼 화려하거나 강렬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해지고 붉어지는 성질은 마치 경험과 사색으로 깊어지는 지혜로운 사람을 닮았습니다.


한때는 옻나무에 비해 하찮게 여겨졌지만, 이 나무는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며 산의 균형을 지키는 묵묵한 존재입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이 나무에 ‘현명함’이라는 덕목을 부여했습니다.

◆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옛사람들은 개옻나무 잎을 달여 피부의 염증이나 종기를 가라앉히는 약재로 사용했습니다.


또한, 나무껍질은 상처를 치유하고, 열매는 약한 독성을 지녀 벌레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민속에서는 ‘옻이 옮지 않는 나무’로 여겨 옻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대신 개옻나무 근처에 나무를 심으며 안심했다고도 전합니다.

◆ 예술 속 개옻나무

예술가들은 개옻나무의 붉은빛을 ‘절정의 색’이라 불렀습니다.

한국화에서는 단풍나무와 더불어 가을의 정수(精髓)를 표현할 때 개옻나무의 붉은 잎을 자주 모델로 삼았습니다.


특히 조선 후기 산수화가들은 붉은 산허리를 표현할 때 개옻나무의 잎빛을 염색한 붓으로 그려,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덧없음을 동시에 담아냈습니다.

현대 미술에서는 개옻나무의 옻질감(漆質感)이 조형 예술로 재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옻칠 공예 작가들은 그 표면의 광택과 질감을 ‘자연이 스스로 빚은 색의 철학’이라 부르며,
빛에 따라 변하는 색조를 작품의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개옻나무를 소재로 한 판화가 다수 남아 있습니다.
가을의 들판과 산비탈을 물들이는 이 나무의 붉은 잎은 ‘조용한 현명함’과 ‘계절의 깊이’를 상징하는 색으로 사랑받았습니다.


예술 속의 개옻나무는, 화려한 생명의 절정이 아니라 사라짐 속에서 피어나는 지혜의 빛으로 존재합니다.

◆ 마무리하며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단단함으로 세상을 버티는 나무,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보이지 않는 지혜로 빛나는 나무—그것이 개옻나무입니다.

11월의 끝자락, 개옻나무의 붉은 잎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조용히 익어가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아름다움이다.”

11월 25일의 탄생화 – 개옻나무.
그 꽃말은 ‘현명(賢明)’입니다.


https://youtu.be/OmOLtq7EAw0?si=8knzrXTJg3oscl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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