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의 탄생화
상처 위에 피어난 지혜 – 서양톱풀의 이야기
(11월 26일의 탄생화, 서양톱풀 / 꽃말: 지도, 가르침)
저는 서양톱풀, 영어로는 Yarrow라고 합니다.
제 학명은 Achillea millefolium — 수천 개의 잎을 가진 아킬레아라는 뜻이에요.
제 이름은 오래된 신화 속 전사, 아킬레우스(Achilles) 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그가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의 상처를 제 잎으로 싸매주었다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저를 ‘치유의 풀’, 혹은 ‘지혜의 풀’이라 불렀습니다.
저는 작고 여린 풀처럼 보이지만,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고개를 들고, 작은 꽃을 수없이 피워냅니다.
그 모습이 누군가의 마음을 닮았다고 하더군요.
상처를 안고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의 강인함,
그 속에 깃든 배움과 깨달음의 빛을요.
예술가들은 그런 제 모습을 오래전부터 그려왔습니다.
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는
그의 그림 속 여인 곁에 저를 자주 두었습니다.
그는 저를 ‘회복과 가르침의 상징’으로 사용했지요.
또한 중세 유럽의 삽화에는 의사의 손에 들린 서양톱풀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치료의 행위이자, 지식의 전수,
즉 ‘지도(指導)’라는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문학에서도 저의 이름은 종종 언급됩니다.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는
‘들판의 야로(Yarrow)’를 노래하며
“이 작은 풀은 인간의 상처를 덮고, 마음의 길을 일깨운다”고 썼습니다.
그의 시에서 저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삶의 상처를 품은 사람에게 길을 보여주는 존재로 등장했지요.
제 향은 은은하고, 조금 쌉쌀합니다.
그 맛 때문에 저를 약용 허브로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몸의 상처를 아물게 할 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에도 스며드는 향이라고들 하시지요.
사람들은 제게 ‘가르침’이라는 꽃말을 붙였습니다.
아마도 상처를 통해 배우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일 겁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걸어온 길을 함께 아파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제가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전해온 가르침입니다.
저는 오늘도 바람 속에 조용히 서 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흔한 들풀로 보이겠지만,
가까이 다가오면 제 잎 사이에서
은은한 향과 오래된 이야기가 들릴 겁니다.
“삶은 상처와 치유가 함께 흐르는 강이란다.”
그게 제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서양톱풀 (Achillea millefolium)
국화과(Asteraceae) / 원산지: 유럽
꽃말: 지도, 가르침
전설: 아킬레우스의 치유의 풀
예술 속 상징: 지혜, 회복, 스승의 마음
https://youtu.be/7jjg9w8tJO0?si=UO8aGC97pqG43br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