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내가 사랑했던 식물, 금화규(金花葵)는 단순한 꽃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좁은 화단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나 결국 이별해야 했지만, 해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내 가슴을 벅차게 했던 그 황금빛 우아함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특히 다른 꽃들이 일찌감치 시들어갈 무렵, 찬 서리가 내릴 때까지 홀로 피고 지던 그 강인함은 마치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 꽃을 키우지 못하는 아쉬움은 이 식물이 가진 다재다능함과 신비로움을 되새기게 합니다.
금화규의 학명은 Abelmoschus\ manihot\ (L.)\ Medik.로,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의 온난한 지역이 원산지인 아욱과 식물입니다.
그 이름처럼 황금빛을 띠는 커다란 꽃은 예로부터 중국에서 '장수초(長壽草)' 또는 '제2의 인삼'이라 불리며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전설은 명확하지 않으나, 이 화려한 꽃이 상징하는 '화려한 아름다움', '영광', '부(富)'의 꽃말처럼, 금화규는 바라보는 이에게 풍요로움과 치유의 기운을 선사해 왔습니다.
금화규가 이토록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그 놀라운 효능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흔히 ‘식물성 콜라겐’으로 불리는데, 꽃잎과 잎에 끈끈하게 들어있는 점액질(뮤신) 덕분입니다. 이 성분은 피부 조직 재생을 돕고 위벽을 보호하며, 우리 몸을 윤택하게 만드는 근원이 됩니다.
또한, 금화규는 여성에게 특히 이로운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연 에스트로겐 성분이 풍부하여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어 호르몬 균형을 원활하게 맞추는 데 기여합니다.
강력한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해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며, 탁월한 소염 작용과 면역력 강화 효과까지 겸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건강까지 아우르는 '슈퍼 플랜트'인 셈입니다.
나에게는 아쉬운 추억이지만, 금화규는 잎, 꽃,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는 보물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활용법은 꽃차입니다. 활짝 피기 전 오전에 채취한 꽃을 건조기에 급속 건조하거나 덖음 과정을 거쳐 차로 우려내면, 은은한 향과 함께 황금빛 우러나오는 영양수를 즐길 수 있습니다.
미용 분야에서도 그 가치는 빛을 발합니다. 꽃잎을 청주 등에 담금하여 콜라겐 추출물을 얻어낸 후, 이를 천연 스킨이나 에센스의 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끈적한 콜라겐 성분이 피부에 보습과 탄력을 불어넣어 줄 것입니다.
또한, 식탁 위에서는 밥상 위의 보약이 됩니다. 깨끗하게 씻은 금화규 꽃을 밥 지을 때 함께 넣으면 밥에 윤기가 흐르고 쫄깃한 식감을 더하는 금화규 꽃밥이 완성됩니다. 신선한 어린 잎은 샐러드나 수프에 넣어 영양을 보충하거나, 뿌리와 줄기는 닭백숙을 끓일 때 넣어 보양식 재료로도 활용됩니다.
찬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황금빛 꽃을 피워 올리던 금화규. 이 식물은 단순히 화단에 머물기에는 너무나 귀한 존재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화단을 떠났지만, 그 꽃이 지닌 의미와 효능, 그리고 그것을 정성껏 키웠던 시간의 기억들은 내 삶의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깨달음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황금빛 유산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오래도록 빛나기를 바랍니다.
https://youtu.be/2sn231uit0A?si=TqTpzyV88w8uhzl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