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탄생화
12월의 한가운데, 집 안의 작은 정원을 거닐다 문득 '벚꽃난'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의 식물에게 시선이 머뭅니다. 이 식물의 공식 이름은 '호야 카르노사(Hoya carnosa)', 그중에서도 잎 가장자리에 우아한 무늬를 두른 크림슨 퀸입니다. 사람들은 이국적인 이름 대신, 한국어로 '벚꽃난'이라 부르며 난초의 잎을 닮았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식물을 직접 키우는 가드너의 시선으로 보면, 그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얇고 긴 난초의 잎? 두꺼운 카틀레야의 잎? 전혀요.
나의 호야는 도톰하고 둥근 잎에 왁스칠을 한 듯 윤기를 자랑하는데, 그 생김새는 오히려 잎 끝이 뾰족하고 반짝이는 벤자민고무나무의 잎과 훨씬 더 닮아 있습니다. 이 이름은 아마도 '귀한 식물'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던 옛사람들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혼자 추측해 봅니다.
나의 크림슨 퀸은 특히 빛의 예술가입니다. 잎 가장자리에 섬세하게 새겨진 흰색 무늬가 어떤 잎에서는 은은한 분홍빛으로, 또 어떤 새순에서는 강렬한 붉은빛으로 발현됩니다. 이 다채로운 무늬는 햇빛의 양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식물의 일기장 같습니다.
적당한 밝기의 간접광을 받으면 가장자리 무늬는 더욱 선명해지고, 덩달아 잎의 중앙에 무늬가 있는 '크림슨 프린세스'의 흔적까지 섞여들며 더욱 화려한 색의 향연을 펼쳐냅니다.
호야의 진짜 마법은 꽃이 필 때 시작됩니다. 이 달콤한 밀랍 꽃은 화려함보다는 정교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벨벳처럼 미세한 솜털로 뒤덮인 연한 분홍빛 별 모양의 꽃잎, 그리고 그 중앙에 루비처럼 박혀 있는 진홍색 코로나. 작은 꽃들이 둥근 공처럼 모여 피어난 모습은 마치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 같기도 합니다.
이 꽃이 피는 밤이면, 온 실내가 달콤한 꿀 향기로 가득 찹니다. 이름처럼 'Honey-Plant'의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죠. 놀랍게도 이 꽃이 진 자리, 그 작고 마른 꽃대를 자르지 않고 기다리면 다음 해에 그 자리에서 또다시 꽃을 피웁니다. 생명력이 가진 강인함과 고집,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듯한 이 식물의 태도는 키우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호야의 꽃말은 '인생의 출발'이라고 합니다. 매번 새로운 잎과 꽃을 피우며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이 식물처럼, 우리의 매일도 싱그럽고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찬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나의 아름다운 '크림슨 퀸'을 보며 오늘도 평온한 위로를 얻습니다.
1. 식물 정보와 이름의 재해석
공식 이름: 호야 카르노사 '크림슨 퀸' (Hoya carnosa 'Crimson Queen').
별칭: 벚꽃난, Honey-Plant, 왁스 플라워.
이름의 모순: '난초'와 닮았다는 별칭과 달리, 잎의 모양과 광택은 오히려 벤자민고무나무 잎과 유사함. '난'이라는 이름은 식물의 귀한 가치를 상징하는 의미로 추측됨.
질감: 도톰한 다육질 잎에 밀랍(Wax) 같은 윤기가 흐름.
꽃말: '인생의 출발'.
https://youtu.be/Cz_kYHSjpqI?si=lC-fFiwzCC9r2JX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