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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Aug 16. 2024

달달이 업고 뛰어!

페러글라이딩 굿바이!

손가락을 펴고 잠시 있어보면 햇살이 스쳐 간지럽게 훅 훑고 가버린다

계절이 고맙다

요즘 마음의 온도는 따뜻해

요즘 바깥의 온도는 뜨겁다

입추가 지나니 밤낮으로 기온차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스쳐가는 시간들 속에 인연이라는 단어

같은 공간에 이웃을 만나면서부터

내 삶의 태도도 더 단단해졌다

며칠  전화를 걸어온 친한 지수언니네 부부가 여행을 가자며 방을 예약했다며

앞뒤 주어 없이 말을 쏟아낸다

그간에 내가 너무 예쁘게 잘해 주어서 보답하고 싶단다,,

며칠 전 이야기다,,


   Why

언니,, 언니야



당황할 틈도 없이 날짜를 잡고 금토 1박 2일 ,, 너무 고마운 언니

우린 지난주 1박 2일 기장을 다녀온 터라 머뭇거렸더니,,

생각도 길게 하지 말라며,, 툭 늘 즉흥적인 언니는 ,, 속전속결이다

오래되고 한적한 도시로 날아간다

햇살은 딱 버티기 좋을 만큼 살짝 뜨거윘고

풍경이 좋은 곳에서 내 모습 한 장 두 장

그러다 보남편은  밖을 나오면 늘 사진사를 자청한다

뭐 그리 큰 일을 앞둔사람처럼

근엄한 목소리가 된다 몸을 굽혔다 앉았다 기울였다 마치 포토그래퍼인양,,


여행이라기보다는 내가 자연과 한 몸이

된 듯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가파르지 않은 경사길도 고즈넉한 시골길도 다듬어지지 않는 오래된 흙길도

가벼운 보폭으로 다니며 바위도 바라보고 하늘도 올라다보고 꽃들의 향도 느끼며,,

케이블카도 타고 꽃들도 바라보고

숭어회에 복숭아 빙수에 요기까진 좋았다

언니네 부부랑

1박은

완전히,,


2일째

 페러글라이딩

여기서부터 ,, 사달이 난 거다

예상치 못한,,

사실 남편은 페러글라이딩을

기대했었다

오기 전 급하게 전화 예약을 걸어 두었다

평소 겁은 좀 있지만 이까짓 거 하며

탄다고 너스레를 떨며 기대하며 신난 눈치였다


생각보다 더 한 스릴에 며칠을 몸서리친 듯 다시는 안 한다고,, 용기 내었던 자신의 과오를잊으라고 내 어깨를 툭 친다



날아오르는 순간 우린

사진을 찍으려 기다리며 환호성까지

질렀다

 멋지게 손가락을 뻗치나 싶더니

이내 얼굴이 붉으라 푸르락

부르르,, 몸이 오르나 싶은데 표정이

심란해 보였다 

웃음기가 싹 가신 울 남편

 이곳에서는  달달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달이로 등장할 예정 (브런치에서만)

달달해서 달달이 가끔씩 버럭이가 되기도 한다

몸을 쪼르르 떠는 듯 보이더니 울상이 되었다


페러글라이딩을 마치며

시작점으로 큰 화물차에 실려온 남편

화물도 아닌데 뒷 칸에 다른분들과

동승해 왔다

못마땅한 표정이 웃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근엄한 모습은 없고,, 구토가 나올 듯하다며

얼굴을 붉히며 잠, 시, 만 하더니

후다닥,. 또르르,, 쿵쾅쾅

화장실로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우웩! 우웩!

쪼르르르르르르


그런 달달씨 옆으로 초등학생인 듯 한

여학생들이 곧 하늘을 날 태세로 준비하고 있다

울 남편을 잠시 응시하더니 피식 웃는 듯하다

좀 부끄러운 듯 자리를 떠나려 하는 달달씨

뭐,, 어때  남자라고 무조건 강해야 하나

힘들 수도 있지 하며 달달씨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타기 전까지는

평온하고 고요했는데,, 이전과 이 후과 이리 다르니,,

언니네와 저녁은 담 기회로 하고

1박 2일의 여정은 하루반나절 점심까지였다

급하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서둘러 고속으로 오며 갑자기 급발진을 하는 멘트

우으으,, 으으으,, 끙끙끙 

왜! 왜! 왜!

화~~~~~~장실

웅,, 핑 피그르르르,,

화장실 신호가 왔다고 한다,,


오 ,, 마이,, 신이시여

고속도로에서 휴게실까지는 아직 20분은

더 가야 하는데,, 내가 미쳐!!! 못 산다 있는 데로 힘을 주며

참아 ,, 참아 ,, 참아,,라고 말했지만

그 상황을 누구든 경험한 사람들은 알듯이,,


참 천국과 지옥이 오가며 힘든 표정 갓길에 차를 겨우 세우고 운전대를

바꾸고 휴게실로 전진! 전진!

연신 끙끙 신음소리와 식은땀,, 이미 무아지경의 미소 아닌 실소를

띄며,,

내게 맡겨진 운전대는 오직 전진


속도 올려

창문 내려

내릴 준비

어서 어서

 지금


어떻게 온 건지 나도  모르게 휴게소 앞에 비딱하게  차를 버리고

남편을 부축해 화장실로 한걸음 한걸음 부축하며 기어가듯,, 안듯,,

급급급급급합니다

뛰어!

다다다다다다,, 으윽!!!

남자화장실에 툭  등을 밀쳤다


에고고,.

나도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고속도로 운전은 잘 안 하는 나라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눈앞에 빨간빛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얼굴을 가리고 나의 온 몸 장기들도 쪼그라들 듯 했다

긴장탓인지,,

부끄러움도 이긴 남편 설4의 주범

페러글라이딩  이젠  굿바이!!!

나도 덩달아 식은땀 주르르 땀이 비 오듯,,

10여분이 지났을까 창백한 얼굴의 달달씨는

휴가 전과 사뭇 다른 얼굴모습 체중이 2kg은 감량된 듯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사실,,

남편 달달씨는 장이 예민한

음,,불치병 아닌 다소 애로사항을 겸비한 분이시다

이번 휴가는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리라

그래서 ,, 어떻게 되었냐고,,


그, 다음 날 우리 부부는 휴가를 보낸 건지

동을 심하게 한 사람들 마냥 늘어져

한여름 이불을 덮고

끙끙 아이고,, 쑤시고 시리고 에리고,, 휴가 뒤 몸살을 크게 앓았다


휴가는  집에서 보내는 거야 하며 구시렁 구시렁

하면서,,


그날 화장실다녀온 남편에게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무 일 없는 듯 매실청음료에 빨대를 꽂아 주며

달달씨는 달달하게 꿀꺽 넘긴다

너무 민망할까 봐 혼자 곁에서 재잘재잘 

어정쩡한 미소로 달달씨 입술을 실룩거리며 한마디 내뱉는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페러글라이딩은 쫌 아닌 것 같아 글체!

기다렸다는 듯
나는,,
응 맞아 맞아
휴가는 요 부분만 빼면 5개인데 4개까지만,,

☆☆☆☆

페러글라이딩 굿바이!

마음방역이 제대로 된 듯하다고,, 마지막 엔딩이 코믹이었지만

뭐 ,, 어때

즐거운 시간은 매번 변하지만 추억의 시간은 늘 그립고 아름다울 듯하다

달달하고 상큼하고 오래 기억될 여행의 맛 그 맛이 그리워지면,,

 남편 달달씨의 과민성대장증후군 요녀석부터 치료하고 가야겠다



냉큼 가리다

오늘만 같기를,,

시골의  하늘이 금세 어둑어둑 해졌다,,

사람이 있었다,,이곳에


나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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