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비아 Aug 23. 2024

삶을 심는 사람들

부끄럽지 않은 삶의 흔적

책을 좋아하기 시작할 어린 시절

내겐 책을 읽기보다는  책냄새가  먼저  다가왔다

방학 때마다 독후감을 내야 했던 그때,,

책을 첫 시작과 중간 끝으로 나눠 읽고 독후감은 그럴싸하게 쓰고,,, 상 받는 재미를 즐겼던 어린 시절 여자아이

끔은 책꽂이에 꽂힌 그대로를 아마 더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나이터울 많은 오빠들 방에서
손이 가는 대로 읽고 웃고 울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초식동물처럼 섭식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 부모님께 늘 하시던 말씀


네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과 책장 넘기는 소리가 제일 보기 좋다



그때부터인가 내 책사랑 신간은 꼭 들여놓고 싶고

아날로그감성이라 종이책을 더 좋아하고,,

칭찬받기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인지

삶의 터전을 시골로 옮긴 뒤

울 집에 다녀가신 어르신들

어르신이라기보다 울 엄마의 연세보다

더 젊으시지만,,

딱히 호칭을 정하기가 어정쩡해서

언니도 ,, 아줌마도

어르신도,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

손자 손녀 이름으로,,


요즘은 동네책방이 되어버렸다 오가며  어르신  

두어 권씩 빌려가시는데 소소한 행복이 되어버렸다

요새 유행하는 책 빌려주라
나도 밤에 책 보는 게 재밌더라
눈은 침침해도 이야기 뒷얘기가
궁금터라!


시골로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 온 이후 내 삶의 태도도

달라졌다


손에 들고 오신  감말랭이  제철과일,,, 어찌 그리 정이 넘치는지,, 차 한잔과 쿠키도 잊지 않고

내어드렸다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 사진에 담아 두기도 한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산책하듯 우리 집에 오시는

두서너 분 어르신

급할 일 없는 그분들의 반복되는

동선이 소박하고 단아하다

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 놀면 아프고 쉬면  지루해


이 말이 왠지
슬프게 다가왔다
살아가는 이야기
그 예전 캐캐묵은,, 일들까지
듣고 있노라니
세대는 다른데 어느새 예전의 시간으로

몰입되었다
내 리엑션은 그분들의
대화를 더 맛깔나게  이어가게
하고 있었다

한마디 툭 던졌다


할머니를 사랑해야
남들도 더 사랑할 수 있어요


더 좋은 거 드시고
더 좋은 옷 입으시고
더 좋은 곳 다녀오시라고

대답대신 "헤헤" 웃으신다


나의 오지랖,,

예전엔 상상도 못 한 ,, 으윽

내가 내가 아닌 듯,,


가끔씩 폰이 잘 안 될 때

온라인 물건 주문 할 때

택배 보내실 때

손자 선물 구입할 때

여러 소소한 일들을 물어 오신다


뭐 그리 대단한 일

해드린 것도 아닌데

칭찬을 엄청 해주신다


이 나이에 칭찬받으며

머리까지 쓰다듬어 주시니

이래도 되나 싶게 감사하다


난 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처음엔 낯을 무척 가리는 편인데

이곳에선,, 마치

익숙했던 것처럼

말도 잘 붙이고 대답도 툭툭

잘해버리는,,

영락없는 아줌마로 스며 들어가는 듯하다


이곳에서는 가끔은 선생님처럼

가끔은 딸처럼

책도 읽어 드리고

설명도 해드리고,,


그리고,, 삶의 이야기도

들으며 인생을 차곡차곡 배우고 있다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삶에 대하여,,


이 분들은 땅에 고추도 심고

배추, 무, 배롱나무, 해바라기

감나무, 자두, 복숭아나무도 심는다


어쩌면 그보다 이곳에서

삶을 심고 있었는지,, 모른다


부끄럽지 않은 삶의 흔적














이전 04화 달달이 업고 뛰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