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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Sep 06. 2024

엄마 괜찮아..

나는 이렇게 자라고 있다,,

띠리리리리,,

폰이 울렸다


딸,,

혼자 있니

네,,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고 들어봐

내가 이틀 전에 밤에 자다가 틀니를 뺏는데

욕실과 싱크대 앞 아무리 찾아도 업데이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내가 이제 너무 오래 산기라,,


아,,

위쪽에 틀니를 하신 울 엄마

아파트가 그리 넓은 평수도 아닌데

30평 남짓 되는 곳에서

아무리 찾아도 없다니,,


휴,,

엄마는 요즘 자주 깜박하신 듯

며칠 전에는 아파트 비번을 내게 물으셨고 지난주에는 카드를 분실하셔서

다시 만들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신 해가 15년이 훌쩍

넘어가는데

그 쓸쓸함, 힘듦

어찌 버티셨을까,,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하며

거울 속에 나를 들여다본다


나도 언젠가는 쉬운 일 들조차

잊고,, 깜박하겠지

갑자기 슬픈 기억이 몰려온다


그것도 잠시

엄마 생각하니 식사도 못하셨을 테고

어휴,,

찾다 찾다

자식걱정 할까 봐 참다 참다

딸인 내게 전화하신 듯하다

가급적 힘든 얘기는

안 하시는데,,

신중하시고 차분하신 분이라,,


마음이 조여 온다,,

수업 마치고 친정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안방부터 욕실 거실

침대 밑으로 에어컨 선반

냉장고, 청소기, 오래전부터 써 오시던 미싱 안쪽부터 커튼 아래 소파밑 쓰레기통

 

1시간을 찾았는데 나오지 않았다

어디 외출하신 것도 아니고 ,,


땀을 흠뻑 흘리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딸이 마음에 쓰이신 듯

커피를 얼음 가득 넣어 주신다


참 아이러니하다

작은 것도 아니고 눈에 띌 텐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없는 걸까,,


커피를 마신 잔을 싱크대에 담그고

씻으며 찻잔 놓인 문을 여는데,,


오 마이 갓,,

아니 뭐야? 아니 이게 뭐야


엄마,

엄마,,

엄마...................


엄마의 틀니는  스타벅스 컵에 얌전히

소독되어 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나도 모르게

축하드립니다 신여사님

찾았어요 찾았어

여기 있네 찻잔옆 이 컵에,,

이 컵은 엄마가 틀니를 소독하는 컵이었다

나란히 찻잔과 컵이 나열되어 있으니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엄마는 급하게 달려온 내 옷매무새를

보시며 내심 미안해하시며

방금 끓인 쇠고기 뭇국과

조물조물 무친 고사리무침과 갈치구이를 내어주셨다


밥이 얼마나 맛있던지

편하게 식사를 하며 마음이 놓였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나도 요즘 늘 그래,,

가끔 국도 태우고 드라이기

안 끄고 출근한 적도 있고,,


엄마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과장되게 말하며 토닥여 드렸다



저녁이 어두워져 어서 가라는 엄마의 말에

침을 한 번 삼키고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울 엄마

그래,,

엄마에게서 들깨냄새가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서걱거렸다

마음 저 아래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듯했다


마음속으로 엄마 미안해요

수십 번을 되뇌며 까칠한 밤을

달려 집으로 왔다

나는 이렇게 자라고 있다,,

딱히 설명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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